주식시장에서 일어났던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만감(萬感)을 느껴본다.[편집자주]

[시장을 움직인 테마와 종목-7] 이것도 인맥이야? ①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한 선거가 없다. 그래서 선거때만 되면 유력 후보와의 관련성을 내세우며 등장하는 정치인 테마주도 볼일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시장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는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핑계로 군불을 때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사법시험을 거친 법조인 출신이다.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과 엮는 것은 사법시험과 연수원 기수가 가장 흔하다. 이번에도 그렇다.

단순하다. 김 의원은 25회 사법시험을 합격했는데 나무기술의 감사가 같은 시험에서 합격했다며 관련주로 꼽는다. 사법연수원은 15기인데 사외이사가 연수원 동기라고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으로 유인한다. 뭐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한심함이 한 가지 더 섞인다. 사실도 틀렸기 때문이다.

나무기술 사업보고서 1. 임원 및 직원 등의 현황 (1993년 사법시험은 35회다) / 한국거래소 나무기술 사업보고서(2022.03.22)
나무기술 사업보고서 1. 임원 및 직원 등의 현황 (1993년 사법시험은 35회다) / 한국거래소 나무기술 사업보고서(2022.03.22)

김 의원이 1983년 25회 사법시험에서 합격한 것은 맞지만 나무기술의 감사를 맡은 인물은 1993년 35회 합격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보고서상에 합격 회차 오기로 파악됐는데 소위 종목 게시판이나 블로그 등에서는 사실 확인도 없이 '사법시험 동기'를 반복적으로 갖다 붙이고 있다.

문득 지금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던 시기가 떠오른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후보로써 부각될 때 시장에서는 '파평 윤씨' 찾기에 열심이었다. NE능률·크라운제과·우리조명(현 우리엔터프라이즈)·TJ미디어·성보화학 등 대표나 최대주주가 윤씨면 일단 시세가 분출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윤석열 후보,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시절 윤신달 장군묘를 참배하는 모습 /사진=윤석열 캠프, 뉴시스

당시 NE능률은 대단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총장직 사퇴를 선언한 날부터 3일 동안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는데, 3500원대이던 주가는 3개월이 지난 6월 9일에 30750원을 찍기도 했다. 이 기간 배경이 된 뉴스는 차기 대권 지지율 1위 소식과 NE능률 최대주주인 한국야쿠르트(현 hy)의 윤호중 회장이 파평 윤씨라는 사실이었다.

백미는 크라운제과의 경우다. 윤영달 크라운해태홀딩스 회장이 파평 윤씨라는 소문이 돌면서 크라운제과 주가는 2021년 4월 7일 상한가, 다음날은 추가로 최고 28.1%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확인 결과 윤 회장은 해남 윤씨였고 주가의 변동폭은 다시 잦아들었다.

정치계 인물과 기업과의 관계를 찾는 행태는 끊임이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사실도 아닌 걸로 갖다 붙이며 몰려다니는 건 더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씁쓸한 사실은 이 같은 관점이 우리가 그렇게 지양하고자 하는 정경유착(政經癒着)을 기반으로 유혹하고 설득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