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가격 인하에 나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고려.. 판매 전략의 변화 조짐도 보여
금융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 지난 6개월간 주가 반 토막
테슬라와 CEO 일론 머스크에 대한 호감도 역시 지속적인 하락도 부담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결국 미국에서도 진행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시작된 가격 인하가 본토와 유럽으로도 이어진 것이다.

테슬라 모델 3 가격
테슬라 모델 3 /테슬라 갈무리

테슬라는 12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모델 3 기본형을 4만 6990달러(약 5840만 원)에서 4만 3990달러(약 5460만 원)로, 퍼포먼스형은 6만 2990달러(약 7820만 원)에서 5만 3990달러(약 6710만 원)로 가격을 낮췄다. 모델 Y 롱레인지의 경우 6만 5990달러(약 8200만 원)에서 5만 2990달러(약 6580만 원)로 인하했다. 이 밖에도 모델에 따라 6~20%의 가격 할인을 단행했다.

독일·오스트리아·프랑스·네덜란드·노르웨이·영국 등에서도 가격 인하가 진행됐다. 모델 3와 모델 Y가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독일의 경우 최대 17%까지 가격을 낮췄다.

일단 미국 현지에서의 가격 인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IRA는 5만 5천 달러 이하의 전기차 모델, 북미산 부품을 사용한 전기차에 대해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가 전 세계에서 가격 인하를 단행하면서 판매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높은 전기차 수요로 인해 가격 결정에 있어서 테슬라 측에 우위가 있었지만 재고가 늘어나고 중고차 가격도 하락함에 따라 판매가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이익률 추구와 판매량 추구에서 판매량을 선택, 시장 확보에 나서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파격적인 가격 할인에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높아지고 있고 경기 침체로 인해 당분간 수요는 정체될 것이라는 전망에 가격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까지 이어진다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투자은행 웰스파고는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230달러에서 130달러로 낮추고, 시티그룹 역시 176달러에서 140달러로 내려잡았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 로날드 쥬시코프(Ronald Jewsikow)의 경우 목표주가로 89달러를 제시하기도 했다.

테슬라 주가 6개월 추이
테슬라 주가 6개월 추이

13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테슬라 주가는 122.4달러다. 6개월 동안 주가는 절반으로 줄어든 모습이다. 몇 가지의 문제 혹은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며 테슬라의 경쟁력과 가치에 대해 시장의 평가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증거다.

전기차 시장과 기업가치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지만 미국 현지에서의 호감도도 걱정이다. 포브스(Forbes)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테슬라에 호의적인 시각을 가진 미국 성인이 1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조사에서 16%, 지난해 1월 조사에서 28.4%가 호의적이라는 결과에 비추어보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1년 만에 호감도가 반 토막이 난 것은 심각성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일론 머스크 / 포브스 갈무리
일론 머스크 / 포브스 갈무리

CEO인 일론 머스크로 인한 문제와 호감도도 악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영구 정지됐던 도널드 트럼프의 계정을 복원하는가 하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에 투표하라는 글을 올리는 등 편향적인 정치적 행보를 보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테슬라 주식 매도에 관한 말 바꾸기, 도지 코인에 관계된 기행, 트위터 인수 후 대량 해고 및 대표직 유지 여부 등 시장에 혼란을 주는 행위를 일삼는 것도 호감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포브스는 '2022년 가장 주목할 만한 추락(The Most Notable Career Crashes Of 2022)'에 12명을 뽑으며 머스크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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