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압수량이 역대 최다 경신 중인 우리나라.. '마약과의 전쟁' 선언
우리나라 대규모 하수처리장 27곳 모두 메스암페타민(필로폰) 검출
영국에서는 민물 새우에서 코카인 양성반응 나오기도
화장실 에어덕트에서 높은 필로폰 수치 검출된 콜로라도 도서관 임시 폐쇄
미국 마약에 의한 지폐 오염 심각.. 지난해 테네시 주, 땅에 떨어진 지폐서 필로폰·펜타닐 잇따라 검출
마약에 찌든 여성의 모유 수유로 아기 사망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는 지난해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서 주요 동향이 크게 '국제공조로 마약류 대량 밀수 적발 및 압수량 대폭 증가'·'외국인 마약류사범 역대 최다 적발'·'19세 이하 마약류사범 증가' 등으로 정리되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연도별 마약류사범 추세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 마약류범죄 동향 및 분석 갈무리

백서의 내용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마약류 양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1년 기준 마약류 압수량이 역대 최다인 1295.7kg을 기록하며 4년간 738.1% 급증했는데, 여기에는 주요 마약류(메스암페타민·코카인·대마·MDMA·야바·헤로인 등 9종)의 압수량이 1179kg에 달하며 이 부문 역시 2020년 대비 520.5% 증가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함께한다. 더욱이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마약류 판매 광고에 쉽게 노출되는 탓에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 역시 급증 추세에 있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마약류 관련 주요 현황 /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 발췌
마약류 및 밀수 사범 적발 현황 / 대검찰청

한편으로는 부유층·연예인·유학생 등이 일으키는 마약 관련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을 필두로 법무부장관·관세청장 등이 '마약과의 전쟁'을 언급하고 나서는 것이 심각한 현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ㅗ최근 5년간 압수실적 현황 /대검찰청

사실 마약의 개인적·사회적 폐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경각심의 정도와 안일함, 나는 혹은 나와는 상관없지라는 생각들이 틈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약류 문제 역시 제도적인 개선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가 해결에 나서야 할 문제다. 다음은 사회가 마약류로 오염되면 일어날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다.

◇ 마약으로 인한 강의 오염

식약처가 2021년 4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진행한 '2차 하수역학 기반 신종·불법 마약류 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대규모 하수처리장 27곳 모두에서 메스암페타민(Methamphetamine, 필로폰) 등 불법 마약류 성분이 검출됐다. 조사에는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서 잔류 마약류 종류와 양을 분석하고 하수 유량과 하수 채집지역 내 인구수 등을 고려해서 인구 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하는 기법이 활용됐다.

세부 결과를 보면 필로폰 외에도 MDMA(엑스터시)가 21개소, 암페타민이 17개소, 코카인이 4개소의 대규모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되었다. 필로폰의 일일 평균 사용 추정량은 1000명당 23㎎으로, 전년도 동일 지역 평균 21㎎보다 약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730㎎, 2021. 8월 기준)의 3.1%, 유럽연합(56㎎, 2021년 기준)의 41% 수준이기는 하지만 전년대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고 코카인 역시 증가를 기록했다는 점이 우려된다.

폐의약품을 함부로 버려서 생태계에 부작용과 교란을 일으키는 문제는 자주 거론된다. 마약류로 인한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영국 민물 새우에서 코카인과 불법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결과가 실렸다.

'담수 무척추동물의 살충제, 의약품 및 불법 약물에 대한 생물학적 모니터링을 통해 독성과 압력 추정' 연구 과정 / 사이언스 다이렉트 갈무리
'담수 무척추동물의 살충제, 의약품 및 불법 약물에 대한 생물학적 모니터링을 통해 독성과 압력 추정' 연구 과정 / 사이언스 다이렉트 갈무리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토마스 밀러(Thomas H.Miller) 박사팀이 〈국제환경저널(Environment International)〉에 발표한 '담수 무척추동물의 살충제, 의약품 및 불법 약물에 대한 생물학적 모니터링을 통해 독성과 압력 추정'은 영국 서포크주(州) 15곳에서 새우를 채취해서 진행됐다. 그런데 채취된 모든 새우에서 코카인 양성반응을 보인 것. 연구팀은 어떻게 약물 성분이 유입됐는지 명확한 경위는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를 주도한 밀러 박사는 "검출된 약물의 농도가 높지 않아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야생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 필로폰 오염으로 도서관 폐쇄

지난 1일 미국 유명 매거진 '피플(People)'은 필로폰 오염으로 인한 콜로라도주(州) 볼더 공립 도서관의 임시 폐쇄 소식을 전했다. 폐쇄 이유는 시 당국이 실시한 검사에서 화장실 6곳의 에어 덕트에서 정상보다 높은 수치의 약물이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볼더 공립 도서관의 임시 폐쇄 소식 / 피플 홈페이지 갈무리
볼더 공립 도서관의 임시 폐쇄 소식 / 피플 홈페이지 갈무리

검사는 최근 4주 동안 도서관 화장실에서 필로폰을 피우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진행됐다고 전해진다. 시의 발표에 따르면 필로폰의 잔여물이나 연기에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인해 건강상의 이유로 귀가 조치된 사람들이 두 명 발생하기도 했다고. 화장실 외에도 건물 남쪽의 혼잡도가 높은 일부 장소에서도 오염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데이비드 파넌(David Farnan) 도서관 관장은 "정말 슬픈 상황이며 미국에 만연한 약물의 영향을 보여준다"라고 말한 뒤 "시는 볼더 카운티 공중 보건 당국과 협의하고 있으며 안전을 우선시하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2월 20일(현지시각)에 문을 닫은 도서관은 8일 다시 개관하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화장실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고, 피부 노출과 필로폰 오염 가능성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공공 컴퓨터·대여 노트북·무료 전화 등도 당분간 금지될 예정이다.

◇ 지폐 오염

지난해 미국 테네시주(州)에서 발생한 '지폐 마약' 사건은 국제뉴스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땅에 떨어진 1달러 또는 10달러 지폐에서 잇따라 필로폰과 펜타닐이 검출되었던 사건으로, 당시 테네시주 페리카운티 보안관실은 바닥에 떨어진 돈을 절대 건드리지 말라는 당부를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페리카운티 보안관실 페이스북
페리카운티 보안관실 페이스북

펜타닐의 경우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100배 진통 효과를 지는 마약성 약물이다. 소량만 복용해도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죽음의 마약'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9년 미국화학협회 연례총회에서 미 다트머스 매사추세츠대학 연구팀은 미국과 캐나다의 지폐 85~90%에서 코카인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전 세계 5개국 30여 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 코카인을 거래하거나 지폐를 돌돌 말아 코카인을 흡입하는 방식, 은행 지폐계수기를 통한 오염 등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영국 경찰은 지난 2011년 영국에 유통 중인 지폐의 10%가 코카인이 오염되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 마약 찌든 여성의 모유 수유

지난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는 3살 아이가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심바(Simba)'라고 불린 이 아이는 마약에 중독된 어머니가 모유 수유 중에도 지속적으로 마약을 복용, 치명적인 뇌 손상을 입었다. 태어난 후 몇 개월이 지나 양육을 포기한 어머니로부터 구출되어 치료를 받아왔지만 3년 만에 결국 세상을 떠난 것이다.

심바의 안타까운 소식 / 나폴리 투데이 홈페이지 갈무리
심바의 안타까운 소식 / 나폴리 투데이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에서는 마약에 중독된 어머니가 모유 수유로 아이들을 숨지게 해서 재판에 넘겨진 일이 적지 않다. 2019년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서는 마약에 찌든 상태로 모유 수유를 해서 11개월 된 자녀를 숨지게 한 여성이 과실치사죄를 인정받았는가 하면, 2020년 루이지애나주(州)에서는 필로폰과 마리화나를 흡입한 뒤 모유 수유를 해서 3개월 딸을 사망케한 여성이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바가 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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