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일어났던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만감(萬感)을 느껴본다. [편집자주]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방송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와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성장으로 TV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은 이미 수 년째 진행 중이다.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워낙 다양한데다 '제때 볼 필요 없이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시스템을 편성대로 봐야 하는 TV가 상대하는 것은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과거 인기의 척도이자 방송국 광고 수입의 근거였던 시청률도 그 의미가 많이 줄어들었다. 사람들의 관심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오히려 넷플릭스의 시청 시간이나 유튜브의 조회수가 더 화제가 되고 뉴스가 되는 시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TV프로그램의 종언, 시청률의 무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 상조라는 생각이다. 전국적인 인프라와 고연령층의 접근성, OTT의 근간이 될 수밖에 없는 TV 보급률 등도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여전히 저력을 발휘하는 영역도 있다.

미스터트롯2 방송 포스터 /이미지=TV조선

지난주 목요일 TV조선을 통해 시작된 '미스터트롯2 - 새로운 전설의 시작'은 첫 회 시청률 20.2%(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임영웅을 비롯한 여러 트로트 스타를 배출했던 전 시즌의 후광효과가 작용하다 보니 종편채널임에도 상당한 기록으로 첫 회를 끊은 것이다. 시즌 1의 마지막 회 시청률이 35.7%였고 임영웅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다시 나오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시즌 1이 12.5%의 시청률로 시작했었다는 점과 오디션 경쟁 프로그램은 스토리를 만들기 나름이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미스터트롯2의 순조로운 시작에 시장도 반응을 했다. 방송사인 TV조선의 계열사 디지틀조선이 방송 다음 날인 23일(금) 장중 19% 이상의 급등을 보인 것이다. 오상자이엘의 경우 자회사가 미스터트롯2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 사실이 작용하며 장중 11% 이상의 상승을 보이기도 했다.

결정적인 순간 시청자가 투표에 참여할 수 있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방송국 프로그램의 유리한 점이다. 과거 엠넷(Mnet)의 투표 조작 사건으로 방송국 프로그램에 대한 공신력이 큰 상처를 입긴 했지만, 전 세대에 노출되고 전 국민적인 참여를 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은 방송국이기에 가능하다는 강점은 여전하다. 전 채널 예능프로그램 중 1위에 해당하는 시청률로 시작한 미스터트롯2가 이런 점을 어느 정도 증명했다고 볼 수도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 드라마 포스터 /이미지=JTBC

드라마에도 TV 시청률은 여전히 의미가 남아있다. 최근 가장 화제작이자 지난 주말 종영한 '재벌집 막내아들'. 지난달 11월 18일부터 JTBC에서 방송을 시작하며 점점 우상향하는 시청률 추이를 기록, 뉴스와 커뮤니티를 통해 화제가 되어왔다.

이 작품이 입소문을 통해 본격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때 수혜를 받은 종목은 제작사인 래몽래인이다. 11월 24일에는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Rakuten Viki)를 통해 전 세계 50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OTT의 수혜를 기대한 상승이라는 점이 부각되지만 국내 인기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소위 'K-컬처'라고 해서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우리나라의 문화상품 대부분이 국내 인기를 기반으로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3회 만에 수도권 시청률이 동시간대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 중계에서 시청률은 살벌하기도 하다. 평소 공중파 편성은 거의 없으면서도(이 역시 시청률 때문이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초대형 이벤트에서는 방송사마다 사활을 걸고 시청률 경쟁에 나서고 결과에도 민감하다. 이번 월드컵 중계에서 공중파 3사 중 꼴찌를 기록한 KBS가 월드컵 기간 중 스포츠 국장을 인사 조치한 것은 시청률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제때' 봐야 한다는 점이 항상 단점인 것은 아닌듯하다. 그 '제때' 보겠다는 의지, 즉 인기가 모여 주목하는 힘을 측정한 결과가 시청률이라면 요즘 같은 시대에 오히려 더 인정받아야 하는 특수성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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