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 유해물질 파동 이후
지자체와 교육청별로 인조잔디·우레탄 트랙 교체공사 및 교체방침 발표
서울 포이초등학교, 지난 5월 푸르른 천연잔디 운동장 완공
전북교육청, 인조잔디 운동장 확대 조성 계획 밝혀
전북 환경단체들 "학생의 건강을 위협하는 인조잔디 운동장 확대 설치, 전면 재검토하라"

2019년 말 포인트경제에서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에 대해서 재조명한 바 있다.

인조잔디의 박테리아와 세균 감염 위험성, 소독과 관리의 문제와 그 대안으로 다시 떠오른 천연잔디가 인조잔디보다 실상 유지비용이 더 적게 든다는 내용의 연구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3년 여가 지난 요즘, 초·중·고등학교 운동장은 안전하게 조성되어 있을까?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된 지난 9월 부산 수영구 망미초등학교 운동장에서 5학년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4년 1037개 학교의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검출된 다량의 유해물질 파동 이후 각 지자체와 교육청별로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 교체공사를 진행하거나 교체방침을 발표해왔다.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 신규 조성을 중단하고 친환경 학교 운동장 조성을 위한 지침을 마련했다.

2020년 말 전라남도교육청은 전남도내 인조잔디 및 우레탄 시설 운동장 125곳을 흙이나 천연잔디로 재조성 한다고 밝혔다. 당시 전남교육청은 인조잔디의 유해물질이 안전기준치를 초과 검출돼 적합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 해당 운동장에 대해서는 출입 통제와 사용 중지 결정을 내렸고, 2021년 중 본예산과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철거 후 마사토(흙) 또는 천연잔디로 재조성 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된 인조잔디 20곳과 우레탄 105곳에 대해 천연잔디로 교체한다고 했다.

서울 포이초등학교, 천연잔디 운동장

지난해 11월에 서울 포이초등학교는 천연잔디 공사를 시작해 올해 5월 푸르른 천연잔디 운동장이 완공됐다. 학교 측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 전문가 등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천연잔디 운동장을 시공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천연잔디가 인조잔디보다 장점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서울 포이초등학교에 천연잔디 운동장이 완공된 모습 /서울시강남서초교육지원청 갈무리

부드럽고 친환경적이며, 학생들의 큰 부상이나 상처를 방지할 수 있고, 인조잔디와 달리 뜨거운 날씨에 화상의 위험도 없으며, 인조잔디에서 떨어져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나 유해물질로 인한 학생들의 건강 영향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천연잔디로 바꿔가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다시 인조잔디를 확대 조성한다는 지역도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천연잔디가 아니라 인조잔디?

전북교육청 정보공개/민원>묻고답하기 갈무리
삼천동 용와초 인조잔디 교체 민원 /전북교육청 정보공개/민원 〉 묻고답하기 갈무리

지난해 전북교육청에 올라온 한 초등학교 운동장 인조잔디가 노후해 교체해달라는 민원이 올라왔는데, 전북교육청은 당시 이렇게 답변했다.

"2013년부터 인조잔디운동장과 우레탄 체육시설 신규 설치를 금하고 있으며, 기존에 조성된 시설물은 2년 주기 유해성 검사를 통해 유해물질이 기준치보다 초과 검출이 되는 경우 친환경 마사토, 천연잔디 운동장으로 재조성하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해당 학교의 인조잔디 구장을 인조잔디로 전면 재설치하는 것은 어렵다. 올해에는 도내에 있는 인조잔디구장과 우레탄 체육시설에 대해 유해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검사 결과 유해물질 초과 검출 시 2022년에 친환경 운동장으로 재조성 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1일 전라북도교육청은 지역주민과 운동부 운영학교의 강한 요구를 반영해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왜 전북교육청은 학교운동장에 논란이 돼온 인조잔디를 조성하려는 걸까?

전북교육청은 "전북지역 770개 학교 중 인조잔디 운동장이 조성된 학교는 전체의 7%인 54곳"이라며 "인조잔디 설치비율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6번째로 경기도를 제외하고 가장 낮다"라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운동부가 있는 학교 등에서는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고, 경기력 향상과 부상 방지를 위해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것. 그러면서 "현재 생산되는 인조잔디는 강화된 KS기준(KSF 3888-1, 인조잔디시스템)에 맞춰 생산되고 있어 유해물질 발생량이 현저히 낮아졌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전북 환경단체들 "인조잔디 운동장 확대 설치, 전면 재검토하라"

전북 환경단체들의 기자회견 '인조잔디 운동장 확대 설치, 전면 재검토하라' /사진=전북교육개혁과 교육 자치를 위한 시민연대 제공, 뉴시스

이날 전북환경운동연합 등 도내 환경·교육 단체들은 전북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암물질과 중금속 노출로 학생의 건강을 위협하는 인조잔디 운동장 확대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내 인조잔디 운동장이 있는 초·중·고교 54개교 중 교육부가 정한 내구연한(원래의 상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 7년을 넘긴 곳은 44개교로 전체의 85%를 차지한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2차 추경 예산에 인조잔디 운동장 시설비와 설계비 예산을 편성했다. 인조잔디 운동장은 유해 플라스틱과 화학물질, 중금속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환경을 조성해 성장기 학생의 건강을 지키려는 정책과 반대된다. 인조잔디 운동장의 어린이 청소년 위해성에 대한 충분한 평가와 검증 후 학교 운동장 조성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2016년 서울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에 사전 조치를 통해 인조잔디 운동장과 우레탄 트렉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교체 시기를 훌쩍 넘긴 낡은 인조잔디 운동장과 유해성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위험한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다"면서 "중금속 노출 우려가 큰 내구연한 초과 인조잔디 운동장은 연차별로 예산 계획을 수립해 마사토와 천연잔디 등 친환경 운동장으로 교체해야 한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흙 운동장에서 활동하기를 주저하면서 학교체육과 학생 신체활동이 위축되고 있어 능동적인 신체활동을 장려하고자 인조잔디 조성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인조잔디 운동장 신규 조성 시에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반드시 거치고, 절차와 기준에 맞춰 신중하게 접근해 조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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