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일어났던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만감(萬感)을 느껴본다. [편집자주]

어린이 취향을 간직하고 즐기는 성인을 뜻하는 '키덜트(kid+adult)'는 표현이 나온 지 이미 40여 년이 되어가고 있다. 개념이 형성되던 초기에는 비주류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써 인정받고 있다.

이미 여러 산업에서 키덜트 문화가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대표적으로 꼽자면 아무래도 영상 콘텐츠 산업을 들 수 있다. 마블 유니버스(Marvel Universe)가 좋은 예다.

마블 유니버스(Marvel Universe) /이미지=lafilm.edu 갈무리
마블 유니버스(Marvel Universe) /이미지=disney book 갈무리

과거 슈퍼히어로를 중심으로 한 가상 세계관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었다. 히어로물은 비현실적인 캐릭터와 배경, 화려하지만 단순한 구조 등으로 작품성을 논하기보다는 어린이용 소비 콘텐츠로 가볍게 치부되었다. 그리고 잡지와 TV를 통해 만화·애니메이션으로 접하며 어느 정도 인기를 얻게 되면 관련 상품들이 판매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르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그래픽 기술로 구현하는 영상미는 물론 거대한 인터넷과 OTT 채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확장시키며 작품을 소비하는 세대와 방법을 바꿔버리고 있다. 제작되는 굿즈의 수준 역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어린 시절 향수에 대한 소구가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완성도를 갖춘 작품으로써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식시장에서 있었던 흥미로운 현상이 떠오른다. 지난해 3월 17일 유튜브의 대원미디어 공식 채널에는 '아머드 사우르스(Armored Saurus)'의 공식 티저 1편이 올라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과 로봇을 결합시킨 특수촬영물(일명 전대물)로 그간의 소문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첫 영상이었다.

Armored Saurus | Studio EON | DAEWON MEDIA | Official Teaser #1 (feat. 최초공개)
Armored Saurus | Studio EON | DAEWON MEDIA | Official Teaser #1 (feat. 최초공개)

반향은 상당했다. 공룡이 장갑(Armor)을 착용한다는 설정부터 출격·변신·전투 등을 묘사하는 영상이 어린이용 콘텐츠 수준이 아니었던 것. 이에 아이들 보다 예고편을 본 어른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아빠 세대 사람들의 열광을 받으며 기대를 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연히 주가도 반응했다. 첫 공식 티저가 발표되던 당시 주가는 1만 1000원이었는데 티저 발표 다음 날인 18일은 14% 이상 상승한 1만 2550원에 장을 마감했다. 그리고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4월 14일에는 5만 5700원을 최고가로 기록하는 모습을 연출했는데, 이는 단순히 어린이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명할 수는 없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용어인 '웹툰(webtoon)'은 이미 만화라는 표현을 넘어서고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세계 웹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는데 소비하는 계층 역시 과거와 다르게 국적·인종·세대·문화 등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잘 만들어진 웹툰 작품 하나의 파급력도 남다르다.

웹소설을 기반으로 했지만 탁월한 작화로 인기가 높았던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일본 만화·웹툰 전문 플랫폼에서 올해의 웹툰으로 뽑힌 것을 비롯, 단행본은 독일과 브라질에서 아마존 만화책 부분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작품의 제작사인 디앤씨미디어가 수혜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 이후 게임과 애니메이션 제작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국내 키덜트 시장 규모가 2021년 기준으로 1조 6천억 원대로 성장했다고 평가하며 향후 최대 11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5천억 원 규모로 추산되던 것이 2014년이었음을 고려해 보면 그 수치가 상당하다. 과연 앞으로 어떤 키덜트 콘텐츠가 바람을 일으킬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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