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에서는 벌어진 전용기 사용 제한을 위한 점거농성 벌어져
프랑스는 전용기 규제 방안 고려 중
전용기는 사용 형태로 인해 상업용 비행기보다 5~14배 큰 오염 발생시켜, 기차의 50배
룰라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 유명인들의 언행불일치 전용기 사용도 논란

이달 초 유럽의 허브공항으로 꼽히는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Amsterdam Airport Schiphol)에서는 국제 환경단체 두 곳의 점거 농성이 있었다. 그린피스와 기후변화 방지 운동 단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XR)' 회원들이 함께한 것으로 무분별한 항공기 사용으로 인한 오염이 가속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용기 바퀴 앞에 앉아 시위를 벌인 것.

스키폴(스히폴) 공항에서의 시위 /사진=airportwatch 갈무리

이들은 '기후를 위한 SOS(SOS for the climate)'·'비행 금지(Fly no more)' 등의 슬로건을 들고 3시간 가까이 시위를 이어갔다. 그린피스 네덜란드 지부의 캠페인 책임자 데비 즐로흐(Dewi Zloch)는 "부유층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전용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이것은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더 많은 기차와 불필요한 단거리 항공편 및 전용기 금지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한다.

그린피스는 스키폴 공항이 연간 120억 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이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배출원이라고 지적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내년부터 항공기 운항횟수를 줄이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에 전용기는 포함되지 않는다.

또 다른 유럽 국가 프랑스는 전용기 규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2시간 30분 이내의 열차나 버스 대안이 있을 경우 국내 단거리 항공편의 사용을 금지하는 프랑스는 이 부분에서도 적극적이다.

프랑스의 클레망 본(Clément Beaune) 교통부 장관은 지난 8월 현지 방송에서 “과세를 포함해 전용기 규제를 마련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으며 일간지 〈르파리지앵(Le Parisien)〉에는 "전용기 비행을 규제하는 행동에 나서야한다"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의 야당 중 하나인 녹색당(EELV)은 전용기 사용 전면 금지 법안을 준비 중이다.

교통환경연합(T&E) 보고서 표지/ 교통환경연합 홈페이지 갈무리
유럽 교통환경연합(T&E) 보고서 표지/ 교통환경연합 홈페이지 갈무리

유럽 친환경단체 '교통환경연합(T&E)'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전용기의 CO2 배출량은 2005년부터 2019년 사이에 31% 증가했으며, 이는 상업용 항공기의 배출량보다 빠른 상승세라고 지적한다. 특히 전용기의 경우 사용 인원이나 거리 및 빈도 등을 따져봤을 때 상업용 비행기보다 5~14배 가량 오염 발생을 일으키며 기차와 비교했을 경우 50배의 차이가 나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 결과 상위 1%의 슈퍼리치들이 전 세계 항공 오염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고 보고서는 지목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치인이나 기업인, 연예인들이 전용기 사용 혹은 과시로 인해 지탄을 받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 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좌측), 일론 머스크(중앙), 스티븐 스필버그(우측) /사진=Ricardo Stuckert, Duncan.Hull, Gage Skidmore

이번에 3선에 성공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주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에 참석하면서 재벌 소유의 개인 전용기를 이용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전용기 주인이 당선인과 친분이 있는 인사(불법 선거자금 관련 체포 경력)에 동행까지 한 것을 비롯 참석하는 행사가 기후변화협약에 관한 회의인데다가 룰라 당선인은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키는 환경 대통령을 공약으로 내걸어 왔기 때문이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도 언행불일치 전용기 사용자로 꼽힌다. 탄소 포집기술 공모라든지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 사업 등을 통해 환경보호자 이미지를 추구하는 일론 머스크지만 멀지 않은 거리를 전용기를 사용해 구설수에 오르곤 한다. '지구온난화는 과학적 현실이다'라고 경각심을 촉구하며 기후 운동가의 면모를 보이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역시 전용기 사용에 열심인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7월 영국 마케팅 회사 야드(Yard)가 발표한 보고서는 올해 1월 1일 터 7월 19일까지 유명인들이 전용기를 통해 배출한 탄소량에 따른 순위를 포함하고 있다. 이 명단에서 스티븐 스필버그는 4천465톤으로 6위를 기록했으며, 환경에 중요한 가치를 둔다던 오프라 윈프리는 3천493톤으로 9위에 위치하고 있다. 1위는 8천293톤을 배출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로 소위 '기후 악당'에 올랐다.

이들이 바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사용내역을 들여다보면 차량으로 1시간도 안되는 거리를 10~20분 정도의 비행으로 대체한다든지 연인과의 데이트를 위해 사용하는 식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모델 카일리 제너의 경우 남편과 함께 전용기 두 대 앞에서 어떤 것을 탈지에 대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올렸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참고로 보통 일반인들이 1년간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CO2 총량은 7톤이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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