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후 처음 출산율 반등한 미국, 경기부양책과 재택근무의 증가의 복합적 작용
일본 고학력 여성 출산율 증가, 재택근무가 주는 육아 및 가족 접촉시간 확대 효과도 있어
중국도 출산 장려를 위한 유연근무제·재택근무 도입 추진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가 미국의 '미니 베이비붐'을 만들었다?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재택근무가 미국의 출산율 반등에 영향을 줬다는 논문을 포함하고 있다.

코로나19 베이비 붐 : 팬데믹에 대응한 미국의 예상치 못한 출산율 증가 / NBER 홈페이지 갈무리(파일 재택근무1)
코로나19 베이비 붐 : 팬데믹에 대응한 미국의 예상치 못한 출산율 증가 / NBER 홈페이지 갈무리(파일 재택근무1)

마사 베일리(Martha J. Bailey, UCLA 경제학 교수)·자넷 커리(Janet Currie,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한네스 슈반트(Hannes Schwandt, 노스웨스턴대 정책연구소 교수)가 공동 저술한 이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출산율은 코로나19 이전보다 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7년 이후 처음 나타난 출산율 반등이다. 일반적으로 출산율은 경기 침체 중에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었던 만큼 이 같은 현상은 매우 이례적이다.

경기 침체는 보통 높은 실업률을 바탕으로 장기간 이어지는 지속성을 특징으로 하는데 미국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이 가파른 실업률을 일으켰지만 회복 속도도 그에 못지않은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는 미국 정부와 연방 준비 제도 이사회의 강력한 지원이 배경으로 작용했고, 가계와 기업의 상태를 개선하는데도 효과를 발휘했다. 논문은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재택근무의 증가가 복합적으로 작용, 출산율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연구진은 출산율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 그룹이 첫 번째 출산하는 여성과 25세 미만 여성이라는 점, 그다음으로 30~34세 여성과 대졸 학력을 가지고 있는 25~44세 여성이 높은 것을 주목한다. 그리고 이 같은 결과는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보다 빠르게 가정을 이루려는 경향과 재택근무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 대규모 실업수당 지원이 맞물린 것으로 해석한다.

슈반트 교수는 "가임기의 젊고 전문적이며 숙련된 여성에게 시간은 가장 희소한 자원"이라고 표현하며 출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많은 시간과 비용이 출산율의 주요 동인으로 작용하며 부모의 재택근무 유연성 보장과 이를 지원하는 조치가 출산율 증가와 관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논문은 밝히고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国立社会保障・人口問題研究所)에서 최근 발표한 <2021년 출생 동향 기본 조사>에서는 대졸 이상 학력인 기혼 여성 출산율이 1.74명을 기록, 직전 조사인 2015년 1.66명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2002년 이후 19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고학력 여성의 직장 생활과 육아 병행이라는 어려움이 출산율 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해왔던 만큼 특별히 눈에 띄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토추 상사의 출산율은 1.97로 도쿄나 전국 출산율을 훨씬 상회한다 / 일본경제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이토추 상사의 출산율은 1.97로 도쿄나 전국 출산율을 훨씬 상회한다 / 일본경제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출산율이 높아진 대표 사례로 꼽히는 무역회사 이토추(伊藤忠) 상사는 '아침형 근무 제도' 도입을 효과의 요인으로 설명한다. 2013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의 기본 내용은 오후 8시 이후 야근을 금지하며 잔업은 아침 5시부터 8시 사이에 집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 물론 새벽 재택 잔업 근무에 대해서는 야근수당과 동일하게 수당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새벽의 재택근무 이후 아이들을 보육 시설에 맡기고 출근을 하게 되고 집중근무 이후에 오후 3~6시 사이에 퇴근하게 되는 식이다. 그 결과 2010년 0.94명으로 일본 평균보다 낮던 이토추 상사의 출산율이 이제는 2명에 가까워졌다.

회사 측은 아침형 근무 제도 시행으로 가족들 간의 접촉시간이 확대되고 업무 집중도는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남녀 전 직원 대상으로 신청 가능한 이 제도는 현재 직원 절반이 선택하고 있을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중국 역시 출산 장려를 위해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 도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국무원 산하 17개 부처는 다자녀 부부를 대상으로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렸다. 여기에 다자녀 가정을 대상으로 공공 주택 아파트 제공과 추가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도 결정하면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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