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여 만에 발표한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
1차 단면조사와 2차 패널조사, "정부 최초, 생리대와 부작용 상관성 인정"
생리대 사용 시 생리 증상...생리혈색 변화〉생리통〉여드름〉외음부 트러블〉두통〉어지럼증 등
"1·2차 연구보고서 전문을 공개하라"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이후 건강피해 여부를 규명해달라는 정의당과 여성환경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청원으로 2018년 12월부터 정부가 전문가·민간단체가 포함된 민·관 공동조사 협의체를 구성해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했다.

그 연구 결과가 4년 10개월 만인 최근 공개됐다. 

[일회용 생리대] 생리통 등 증상과 연관있지만 계속 사용해도 된다? ⓒ포인트경제
[일회용 생리대] 생리통 등 증상과 연관있지만 계속 사용해도 된다? ⓒ포인트경제

정부가 발표한 내용의 결론부터 말하면 "일회용 생리대 사용으로 인해 생리 관련 증상과 관련 있지만 계속 사용해도 된다"이다.

지난 21일 환경부는 관계부처 공동보도자료를 통해 일회용 생리대 사용에 따른 휘발성유기화합물 노출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생리 관련 증상과 관련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일회용 생리대에 함유될 수 있는 물질은 VOCs(휘발성유기화합물), 프탈레이트, 다이옥신, PCBs, 퓨란 등의 물질이 있으며, 이번 연구에서는 일회용생리대에 포함된 VOCs 노출 수준과 그에 따른 증상과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일회용생리대 건강영향조사 본조사는 1차 단면조사(’18.12∼’19.12, 1.7억 원, 한림대 정경숙 교수)와 2차 패널조사(’19.12∼’21.4, 3.5억 원, 대한직업환경의학회 정경숙 교수)로 이뤄졌다.

전국 표본 만 15~45세 여성 1만6천여 명을 대상으로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건강피해의 관련성 예비평가를 진행한 단면조사 이후 생리대 사용과 호소 증상 간의 관련성 평가를 진행한 패널조사는 2천 6백 명을 대상으로 10개월 간 작성한 생리일지를 통해 생리용품 사용과 여성건강과의 시간적 선후관계 및 관련성을 평가했다. 

패널 조사 대상자 2600여 명이 최근 3개월 동안 사용한 생리용품은 일회용 생리대가 약 90.3%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면생리대(4.2%), 탐폰(3.6%) 및 생리컵(1.8%) 순이었다. 생리대 사용 시 경험하는 생리 증상은 생리혈색 변화(20.3%), 생리통(18.9%), 여드름(15.3%), 외음부 트러블(14.9%), 두통(13.4%), 어지럼증(11.6%) 등이었다.

패널조사의 건강검진은 수도권 거주 여성 중 참여자 60명을 모집해 감염에 대한 감별(STD 12종 PCR, CBC with diff, ESR, CRP 등), 자궁경부 이상에 대한 검사(PAP), 자궁 및 부속기 이상 검사(Vaginal US), 호르몬 이상에 대한 검사(TFT, Prolactin, E2, FSH), 알레르기(total IgE), 자궁경부 및 염증 지표(CA-125) 등을 검사했다. 

"이번 연구의 주요 결론은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그에 따른 불편 증상(생리통, 생리혈색 변화, 외음부 트러블 등) 간 인과관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나 관련 가능성을 보였다는 것"


뒤늦은 조사 결과 발표..."반성 없는 정부의 무책임한 언행"

작년 4월 이미 연구 결과가 나왔음에도 환경부는 별다른 설명 없이 1년 만에 뒤늦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들은 "이는 의도적으로 왜곡 축소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환경부가 공개한 연구결과 공동 보도자료는 1·2차 연구보고서 전문을 공개하지 않은 채 요약내용을 발표했다.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동보도자료

지속적으로 조사 결과 제출을 요구했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생리 관련 불편 증상의 경향성이 최초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생리 관련 증상 유병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고, 일회용 생리대 속의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생리를 하는 동안 외음부 가려움증, 통증, 뾰루지, 짓무름, 생리통, 생리혈색 변화, 두통 등 생리 관련 증상 위험을 높이는 것은 확인됐다"

보건복지위원회 정의당 강은미 의원 /사진=뉴시스

강 의원은 "식약처가 국민의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를 이렇게 감추려고 한 것은 결국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이런 태도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때와 똑같다. 식약처는 민관협의회 결과 및 결과보고서에 결론대로 하루빨리 생리대 노출·독성평가를 착수해 후속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환경연대는 24일 성명을 통해 "생리대에 함유된 화학물질이 아니라 물리적 자극·개인의 질병력이 주요 요인인 것처럼 표현하여 여전히 생리 관련 부작용을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 기업과 정부에게 면죄부를 주었다"고 밝혔다.

"이는 개별물질의 독성 기준만을 산술적으로 평가하여 ‘일회용 생리대에 화학물질이 미량 포함되었더라도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으므로 평생 써도 안전하다’며 여성들의 불안과 고통을 삭제하고 부정했던 2017년 식약처 주장을 반복하는 어리석은 행태다"


"일회용 생리대 사용 증상과 관련성은 보였으나 계속 사용해도 된다고 판단"

"이번 연구에서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불편감 간의 관련 가능성은 보였으나 건강검진에서 별도의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2017년부터 생리대 내 함유된 화학물질에 대한 위해성 평가 결과 위해한 수준은 아니며, 일회용 생리대를 계속 사용해도 된다고 판단한다"(환경부, 식약처)

한계점 있는 연구, 대책은?

정부는 "이번 연구는 일회용 생리대 사용량과 불편감 간의 통계적 관련성을 조사한 연구이며, 일회용생리대가 인체에 미치는 건강 위해 가능성을조사한 연구는 아니다"라며 "일회용 생리대 사용에 따른 화학물질 노출 수준은 식약처의 조사자료와 개인이 사용한 생리대 종류, 개수를 고려해 추정한 값으로 실제 노출량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생리 관련 불편 증상의 발생은 개인의 질병력 등 각 조사 대상자의 생리 관련 증상 등의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등의 한계점이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번 연구는 역학적 관찰연구로서 화학물질이 생리 증상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인과관계를 확인한 것은 아니며,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화학물질 노출과 생리증상 간의 통계적 관련성을 살표본 초기 단계 연구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추가 연구 검토 등을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2차 연구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라"

여성이 안심하고 월경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 조성을 위해 여성환경연대는 성명에서 식약처와 환경부에 연구보고서 전문 공개와 추가 조사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① 1·2차 연구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고 추가 조사와 대책을 마련하라. 월경권과 재생산·건강권 확보 위해 광범위하고 효과적인 사회적 토론을 진행해야 한다.

② 개별 물질 독성 기준이 아니라 복합적인 화학물질의 위해성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식약처가 약속했던 노출·독성평가 등을 통해 과학적인 자료에 근거한 생리용품 관리기준을 마련하라.

③ 지속적으로 생리용품의 여성 건강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출발점으로 중장기 여성 건강 대책을 수립하라.

④ 월경권 보장은 월경 혐오 문화나 고가의 생리대 가격 등 사회경제적 조건과 연결되어 있음을 인지하며 성평등 한 교육 보장과 문화 조성 등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해법을 강구하라.

지난 21일, 국회 앞에서 여성환경연대는 소속단체 회원들과 함께 “안전한 생리대 기다리는 여성들의 원한이 식약처 잡으러 왔다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성역 없는 결과 발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피케팅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기자회견 참가자들 /사진=여성환경연대

"생리 증상과 관련이 있는 연령, 체질량 지수, 우울장애, 질환력 등 잠재력 혼란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노출 수준이 증가할 때 생리통, 생리 혈색 변화, 어지럼증, 여드름, 두통, 외음부 짓무름, 외음부 통증 및 외음부 트러블의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용품 종류별 비교 결과 일회용 생리대 사용자는 면생리대 사용자에 비해 생리통 발생 위험이 높았고, 특히 생리컵 사용자에 비해서는 모든 생리 관련 증상의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러한 조사 결과는 일회용 생리대 함유물질 중 기능상 필수적이지 않은 화학물질을 최소화하고 생리대 속 화학물질의 함량을 표시하여,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조속히 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을 함의한다"며 "기업 또한 윤리적이고 책임 있는 생산·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피케팅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기자회견 참가자들 /사진=여성환경연대

환경부와 식약처의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 공동보도자료 마지막 장에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문구 중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피톤치드도 VOCs다'라는 문장이 굵은 글씨로 강조되어 있다. 

환경부, 식약처의 공동보도자료 '일회용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연구 결과 공개' /환경부

소비자들에게 VOCs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덜어주려고 설명을 덧붙인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자들이 '피톤치드도 VOCs 중 하나니까'라며 맘을 놓을 수있을까?

대기 중에서 질소산화물과 함께 광화학반응으로 오존 등 광화학산화제를 생성해 피부 접촉이나 호흡기 흡입을 통해 신경계에 장애를 일으키는 발암물질,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생활화학제품에서 검출되는 VOCs 등이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에 대해서 소비자들은 계속 묻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일회용 생리대. 어떤 브랜드의 제품이건 누구나 안심하고 계속해서 평생 사용해도 되는지'

이미 2018년에 나온 생리대 건강영향 예비조사 결과에서 외음부 가려움증과 통증 등 증상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는데 왜 후속 대책 마련을 미루고, 적극적인 독성·노출 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초기단계'라는 연구보고서 요약 내용만을 5년 만에 내놓은 건지. 정부가 답할 차례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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