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일어났던 현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만감(萬感)을 느껴본다. [편집자주]

하락장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주목받는 테마는 형성되고 시세를 분출하는 종목은 생겨난다. 주식시장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시장 내에서 운용되어야 할 자금은 있을 수밖에 없고 매력적인 재료는 만들어내기 나름인 면도 크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과 조직이 있기 때문에 테마는 끊기지 않는다. 물론 가끔 억지도 있지만.

네옴 시티 프로젝트 / NEOM 홈페이지
네옴 시티 프로젝트 / NEOM 홈페이지

'네옴(NEOM) 시티' 테마는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부각되어 지금까지 종목을 돌아가며 시세를 내고 있는 테마다. 마침 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총회에서 네옴 시티가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지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늘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관련주들이 다시금 장 초반 높은 시가를 형성했다.

네옴 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비전 2030(Vision 2030)'의 일환으로 개발에 나선 신도시 계획이다. 서울의 43배의 크기에 달하는 지역에 우리 돈으로 640조 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들이는 그야말로 세계 최대 규모 인프라 사업이다.

이런 규모와 자금이 동원되는 인프라 사업은 당연히 다양한 용역이 필요하고 이를 구성하는 세부 사업들이 있다. 세부사업이라고는 하나 규모가 결코 작지 않으니 연계만 된다면 호재가 될 것이고 시장은 그 연결고리를 가질 수 있는 기업을 찾게 된다.

물론 이미 연결고리를 넘어 확정된 실적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한미글로벌은 지난해 '더 라인(The Line, 직선 도시 건설 프로젝트)'의 특별 총괄 프로그램 관리(Specialized PMO: Program Management Office) 용역을 수주한 바 있고,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올해 네옴 시티의 '더 라인' 사업 중 1조 3천억 규모의 터널 공사를 따냈다.

이런 사실들은 당연히 주가를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 한미글로벌의 경우 국토부가 지난 8월 30~31일 주최한 '글로벌 인프라 협력 컨퍼런스(GICC)'에서 원희룡 장관과 마나르 알모니프(Manar Almoneef) 네옴시티 CIO 등이 함께하는 자리에 기업 관계자가 동석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8월 26일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같은 날 세아특수강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화학 및 정유회사 아람코(Saudi Arabian Oil Company)와 스테인리스 무계목강관 생산 공장 합작사 '세아 걸프 특수강(SGSI)'을 설립한 이력이 부각되면서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이제 본격적인 입찰이 시작되는 단계라는 점과 가능성이나 개연성은 엄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과 같은 기업은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경쟁력이나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왕세자와의 접점이 비교적 분명한 반면 테마주로 엮이는 기업들은 아직 선명성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에서의 협업과 사업 경력을 내세우는 것은 분명히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네옴 시티가 요구하는 신재생 에너지 부문이라든지 현지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는 경쟁 수준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수준이라 함은 기술 자체는 물론 경쟁기업 혹은 국가의 수를 포함한다.

대부분 인프라 섹터에 속해서인지 네옴 시티 테마주들 중에는 소위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에도 겹치는 종목들이 있다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의해야 한다. 두 가지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 않냐 싶겠지만 이렇게 기대감을 반영하는 테마들에 걸쳐있는 경우 이도 저도 아닌 흐름으로 빠지기 쉽다. 실적이 확정됐다거나 본질적으로 기업 가치가 오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숫자가 주는 자극에 취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억 단위에서 조 단위까지 사업 규모와 시장규모를 추산하는 기사들이 많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체 규모의 총합이거나 예측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투자하는 섹터와 종목이 그 규모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를테면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해당 치료제 시장 전체 규모를 헤드라인으로 뽑아서 행복 회로를 돌리게 하는 걸 우리는 이미 충분히 자주 보고 있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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