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넬라, 특히 박테리아 L. 뉴모필라(L. pneumophila)는 중증 폐렴의 발병과 관련
감염원은 샤워기, 수도꼭지, 에어컨 냉각탑, 분수 시설 등 에어로졸 시설과 연관
진단은 원인균 검사로...치료는 항생제 사용, 면역력 약한 환자 사망률 높아

최근 아르헨티나 투구만에서 발생한 집단 폐렴의 원인이 레지오넬라균으로 확인되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범미주보건기구(PAHO)에 따르면 4명의 동반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을 포함해 총 11명이 이러한 사례로 나타났다. 

레지오넬라는 어떤 균인지 알아본다. 

레지오넬라증(legionellosis)

레지오넬라증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갈무리

물에서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인 레이오넬라증은 독감형인 폰티악 열과 폐렴형인 레지오넬라증의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폰티악 열은 폐렴이 없어 비교적 덜 심한 반면, 레지오넬라증은 폐렴형으로 심각한 감염증이며, 국내에서 제3급 감염병이다.

레지오넬라증의 90% 이상은 레지오넬라 뉴모필라(Legionella pneumophila)에 의해서 발생한다.

질병관리청과 서울대학교병원 등에 따르면 레지오넬라 폐렴은 발열과 함께 폐에 염증이 생겨 기침과 호흡곤란 등이 생기며 관련 증상으로 호흡장애, 구역, 설사, 두통, 기침, 근육통, 구토, 복통 등이 있다. 또한 폐농양, 호흡 부진, 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올 수 있어 고위험군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레지오넬라균에 오염된 물이 아주 작은 물 분무 입자의 형태로 공기 중에 퍼졌을 때 이를 사람이 들이마시면 호흡기를 통해 균이 침투할 수 있다. 감염원은 샤워기나 수도꼭지 등 건물의 수계시설, 가습기, 호흡기 치료기기, 에어컨의 냉각탑, 온천, 분수 시설 등과 같은 에어로졸 발생 시설과 관련된다.

응급실에 입원한 중증 레지오넬라증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 사진. 양쪽 폐 필드의 아래쪽 3분의 2를 침범하는 광범위한 양측 침윤이 관찰될 수 있다. /PubMed
(왼쪽)레지오넬라병 사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레지오넬라 뉴모필라(L. pneumophila)'의 투과전자현미경 이미지. (오른쪽)응급실에 입원한 중증 레지오넬라증 환자의 흉부 엑스레이 사진. 양쪽 폐 필드의 아래쪽 3분의 2를 침범하는 광범위한 양측 침윤이 관찰될 수 있다. /PubMed

다른 질환과 구별될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단 확진을 위해서는 원인균인 레지오넬라균을 검사해야 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마크로라이드(macrolide)계인 항생제인 아지스로마이신(azithromycin)과 퀴놀론(quinolone)계 항생제인 레보플록사신(levofloxacin), 제미플록사신(gemifloxacin), 목시플록사신(moxifloxacin) 등을 치료 약제로 사용한다. 

면역기능이 정상이면서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는 경우 사망률은 0~11% 정도로 낮은 반면, 면역력이 매우 약화된 환자의 경우 질환의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하지 못하면 사망률이 80%에 달한다.

아르헨티나 보건부와 지방 보건 당국은 원인 파악과 적절한 통제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샘플 수집과 위험 평가 수행 및 발병 의료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PAHO는 아르헨티나의 세계보건기구(WHO) 대표와 보건장관이 함께 현장을 방문했으며, 다음 주 중 다학제 전문가팀을 파견해 감시와 병원 진료 내 감염관리 대책, 병원 인프라 차원의 발생원지 파악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투쿠만에서 집단 폐렴 사례의 원인으로 레지오넬라가 확인됨' /PAHO 갈무리

국내에서는?

질병청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2000년부터 제3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되어 연간 30건 내외로 신고되어 왔다. 지난 2016년 이후부터 레지오넬라증 신고 건수가 전국적으로 증가 추세로 예방을 위한 환경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레지오넬라증 확진환자와 의사환자는 신고대상이며, 신고 시 3일 이내에 역학조사를 시행하지만 환자를 격리할 필요는 없다. 주로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폰티악 열 보다는 대부분 레지오넬라증이 신고되며, 연중 발생하지만 6~8월인 여름철에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지난 7월 충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여름철 레지오넬라증 예방을 위해 대형 건물의 냉각탑수, 대중목욕탕 욕조수, 다중이용시설 급수시설 등에 대해 원인균 검사를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달 광주시도 9월까지 백화점과 대형 쇼핑센터, 병원, 대형 건축물 등 다중이용시설 230곳을 대상으로 레지오넬라균 집중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얼마 전 일명 '강남 역병'으로 불리며 화제가 됐던 강남 일대 클럽을 다녀온 뒤 고열과 기침, 몸살, 콧물 등으로 시달렸다고 호소하는 이들의 원인이 레지오넬라균일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지만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레지오넬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냉각탑 청소 및 소독을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등 레지오넬라 균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