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I, 골다공증 등에 대한 잠재적 치료 표적 제시
"세계 최초로 분지사슬아미노산의 대사 조절하는 효소 발견"

서울에 살고 있는 70대 A씨는 얼마 전 병원에서 골다공증(骨多孔症) 진단을 받고,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검사와 함께 골다공증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건강을 위해 식단 조절과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A씨는 "어깨가 많이 아파서 병원에 가니 골다공증 초기라더라. 정기적인 검진과 함께 건강 관리에 더 신경 써야겠다"고 말했다.

뼈의 밀도 이미지와 골다공증 /사진=픽사베이
뼈의 밀도 이미지와 골다공증 /사진=서울바른척도병원, 픽사베이

건강한 고령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골다공증에 대한 치료법도 절실한 시대다. 골다공증은 뼈의 주성분인 칼슘이 빠져나와 정상적인 뼈에 비해 골밀도가 낮아져 뼈 안에 구멍이 많이 생긴다는 의미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사춘기에 성인 골량의 90%가 형성되고 35세부터 골량이 줄어드는데 50세 전후 여성들의 경우 폐경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골량이 줄어든다. 그 원인은 칼슘의 흡수 장애, 비타민 D 결핍, 폐경, 약물, 운동 부족, 가족력, 과음, 우울증 등이 꼽힌다.

국내 연구진, 골다공증의 잠재적 치료 표적물질 효소 세계 최초 발견

31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서울서부센터 황금숙 박사 연구팀과 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과 이수영 교수 연구팀이 공동 연구로 뼈를 분해하는 파골세포의 분화를 촉진하는 대사물질인 '분지사슬 아미노산(branced-chain amino acid, BCAA)'의 대사를 조절하는 효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파골세포 분화 과정에서 분지사슬아미노산(BCAA)이 필요 /연구이미지=KBSI 제공

뼈는 우리의 일생동안 계속해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데 오래된 골세포가 죽으면 새로운 골세포로 바뀌고 필요에 따라 뼈에서 칼슘을 빼내기 때문에 뼈는 파괴된다. 파골세포(osteophage, osteoclast)는 뼈를 파괴하는 세포로, 혈액 속에 칼슘이 부족해서 뼈의 칼슘을 충당해야 하거나 미세한 금이나 흠집이 생긴 뼈, 오래된 뼈를 새 뼈로 바꿔야 할 때 뼈를 녹이는 기능을 한다. 

분지사슬아미노전달 효소1(BCAT1)이 분지사슬아미노산(BCAA) 대사 과정을 조절해 파골세포의 성숙을 촉진 /연구 이미지=KBSI 제공

분지사슬 아미노산은 필수 아미노산 중 일부로 발린, 류신, 이소류신 등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뼈의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파골세포의 분화 과정에서 포도당 대사가 가속화된다는 것과 분화에 영향을 미치는 일부 대사물이 보고된 바 있으나, 파골세포의 대사 관련 조절 물질들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KBSI 서울서부센터 설치․운영 중인 800 MHz 핵자기공명장치 시스템 /사진=KBSI 제공

KBSI는 800 MHz 핵자기공명분광기-질량분석기 시스템(서울서부센터에 설치)을 이용, 파골세포 분화 중 대사 물질 분석을 통해 파골세포의 분화가 진행됨에 따라 세포 내 분지사슬아미노산이 증가하고, 파골세포의 후기 분화 단계에서 분지사슬아미노산이 필요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파골세포 분화에는 분지사슬 아미노산이 필요하지만, 이 중 발린이 가장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관찰했고, 관련 효소 중 하나인 분지사슬 아미노전달 효소1(BCAT1)*이 파골세포의 분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지사슬 아미노전달 효소1(BCAT1) : 효소로서, 분지사슬아미노산(BCAA)의 아민기를 α-케토글루타르산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분지사슬 아미노전달 효소1(BCAT1)이 줄어들면 분지사슬아미노산에 의한 대사 활성도 줄게 되어 파골세포의 성숙이 억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대부분의 골다공증 치료 연구는 파골세포의 분화 또는 활성을 직접적으로 줄이는 데 중점을 둔 반면,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대사 과정에 초점을 맞춰 분지사슬 아미노전달 효소1(BCAT1)이 뼈세포 형성과 항상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파골세포의 분화를 조절할 수 있는 골다공증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치료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제안한다"

다만 연구팀은 "분지사슬 아미노전달 효소1과 분지사슬 아미노산이 골세포 성숙과 뼈 대사를 조절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KBSI 서울서부센터 황금숙 박사(공동교신저자), 이화여대 이수영 교수(공동교신저자), KBSI 서울서부센터 장서영 박사후연구원(공동1저자), 이화여대 고미연 학생(공동1저자) /사진=KBSI 제공
(왼쪽부터) KBSI 서울서부센터 황금숙 박사(공동교신저자), 이화여대 이수영 교수(공동교신저자), KBSI 서울서부센터 장서영 박사후연구원(공동1저자), 이화여대 고미연 학생(공동1저자) /사진=KBSI 제공

이번 연구는 지난 6월 27일 생화학분자 생물학회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논문명 'BCAT1 promotes osteoclast maturation by regulating branched-chain amino acid metabolism(BCAT1은 분지사슬 아미노산 대사를 조절하여 골세포의 성숙을 촉진한다), IF=12.153'으로 게재됐다.

KBSI 황금숙 박사는 "이번 연구는 파골세포의 대사물질 분석을 통해 골격 질환의 잠재적인 치료 표적을 발굴한 성과로 향후 난치성 및 대사성 질환 등의 진단 및 약물 개발 연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인트경제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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