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다시 활동 시작한 아이슬란드 파그라달스피아들 화산
2010년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엄청난 항공 대란과 경제적 피해 입히기도
올해 1월 통가 화산 폭발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탄보다 강한 에너지 내뿜어
금세기에 슈퍼화산 폭발 가능성 높아 대비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지난 3일(현지시간) 유럽의 섬나라인 아이슬란드의 기상청은 수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32km 가량 떨어진 파그라달스피아들(Fagradalsfjall) 화산이 지진과 함께 분화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곳은 지난해 6개월여의 화산활동을 보이기도 했는데 8개월 동안 쉬었다가 다시 활동을 재개한 것이다.

파그라달스피아들은 현재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입니다 / Visit Iceland 홈페이지 갈무리
파그라달스피아들은 현재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입니다 / Visit Iceland 홈페이지 갈무리

사람이 살지 않는 산과 계곡지역에서의 화산 활동이면서 폭발적인 모양을 보이지 않고 흘러내리는 형태의 '균열 화산'이기 때문에 현지 주민들의 관광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틈을 타 아이슬란드의 저가 항공사 '플레이(PLAY)'는 화산 관광 홍보를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서는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카트린 야콥스도띠르(Katrin Jakobsdottir) 아이슬란드 총리는 분화가 알려진 다음날 "지금까지 분화가 인구 밀집 지역이나 주요 기반 시설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았다. 물론 상황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아이슬란드 시민보호 및 비상관리부(Iceland’s department of Civil Protection and Emergency Management)는 성명을 통해 "화산 근처에서는 유독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에 관광객과 시민들은 이 지역을 피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 위치한 아이슬란드는 화산 활동이 활발한 지역 중에 하나로 지난 2010년 에이야프얄라요쿨(Eyjafjallajokull) 화산 폭발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당시 대기로 확산된 화산재로 인해 10만여 편의 항공기 운항 취소와 함께 약 한 달 가까이 유럽 지역의 항공 대란이 일어났으며, 약 17억 달러(당시 기준 약 1조 73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GOES-17 위성이 포착한 통가의 화산 폭발 장면 / NASA earth observatory, 데일리메일 갈무리
GOES-17 위성이 포착한 통가의 화산 폭발 장면 / NASA earth observatory, 데일리메일 갈무리

지난 1월 강력한 폭발로 세계를 놀라게 한 통가의 훙가 통가-훙가 하파이(Hunga Tonga-Hunga Ha’apai) 화산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핵폭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했다는 주장이 최근 발표됐다. 영국 셰필드 대학 연구팀이 전 세계 기상관측소와 소셜 미디어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했을 때 통가의 화산 폭발이 구소련의 ‘차르 봄바(Tsar Bomba)'가 선보인 50~58Mt(메가톤)보다 강력한 61Mt의 폭발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이는 규모 8.4의 지진에 해당되는 수준으로 연구의 공동저자인 샘 릭비(Sam Rigby) 박사는 "통가 화산 폭발은 의심할 여지 없이 지난 세기 동안 발생한 가장 강력한 사건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 탐보라 산 / VISIT TAMBORA 홈페이지 갈무리
인도네시아 탐보라 산 / VISIT TAMBORA 홈페이지 갈무리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 이번 세기에 세계를 뒤바꿀만한 슈퍼화산의 폭발 확률이 6분의 1, 약 17%에 달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코펜하겐의 닐스 보어 연구소(Niels Bohr Institute) 연구팀은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의 빙하 코어를 분석 한 결과 통가 화산 폭발보다 10~100배 이상 규모가 큰 화산폭발지수(VEI·Volcanic Explosivity Index) 7의 화산 폭발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기고된 논평에 따르면 가장 가까운 VEI 규모 7의 화산 폭발은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에서 발생한 것이다. 당시 발생한 화산의 흐름과 쓰나미, 암석과 화산재가 농작물과 주택에 퇴적되어 약 10만 명이 사망했으며 전 세계 평균 기온을 약 1℃ 하락시켜 '여름이 없는 해'가 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미국 동부와 유럽의 많은 지역에서도 흉작이 들었으며 이로 인한 군중 봉기와 질병 전염병의 원인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1800년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인구와 무역량은 늘었고 밀접하게 엮여있는 현재의 세계적인 시스템을 고려해 보면 슈퍼화산의 폭발은 가히 그 피해 수준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대책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부터 문제라는 것을 논평에서는 지적한다.

논평을 기고한 영국 버밍엄대의 화산학자 마이클 캐시디(Michael Cassidy) 교수와 케임브리지대 실존위기연구센터(CSER) 라라 마니(Lara Mani) 박사는 슈퍼화산 폭발에 대한 대비를 높여야 한다는데 입을 모은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니터링을 개선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질학적 연구와 위성 및 항공 관측이 필수적으로 밑받침되어야 하며, 화산 전용 관측 위성의 발사 필요성도 제안한다.

이와 더불어 각국 정부가 재난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사회 중심 교육과 인식을 높이는데도 주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광범위하고 짧지 않은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혼란과 이기적 행동을 지양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접한 일본의 지진과 화산활동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휴화산인 백두산과 한라산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과 재난에 관한 고민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지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지질학적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 다르다고 하면서 그저 안심하기엔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 너무 적은 것은 아닐까?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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