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시즌’ 프로모션으로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모피
모피는 '반윤리적 패션'의 대명사로 국제적으로 반대하는 분위기
식물성 가죽·재활용 소재 등으로 대체..배양 모피 기술도 진행 중

모피 /사진=픽사베이
'세텍메가쇼 2019 시즌2'를 찾은 시민들이 모피 제품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여름에 난방기 겨울에 냉방기가 저렴한 가격에 높은 판매고를 올리는 것처럼 제품의 효용성과 반대되는 계절의 ‘역(逆)시즌’ 프로모션은 비즈니스의 기본이 되고 있다. 의류 업계 역시 마찬가지 패턴을 보이기도 하는데 모피가 그렇다.

지난 6월 한 홈쇼핑에서는 방송 1시간 만에 80만~1000만 원대의 모피 제품 1000벌 이상이 판매됐는가 하면, 대전의 한 백화점에서는 이번 달 28일까지 예정된 특정 모피 브랜드 여름 정기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겨울 패션 상품의 판매가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추세에 모피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겠지만 최근 시대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특히 눈을 잡는 게 사실이다.

모피는 한때는 부의 상징이었지만 동물 복지와 친환경이 강조되는 지금 시대에는 '반(反)윤리적 패션'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모피 생산을 위해 밍크·여우·너구리는 물론 개와 고양이 등이 매해 1억 마리 이상 죽어나가는데다가 비위생적인 사육농장에서 억지로 살을 찌우고 감전시키고 산 채로 피부를 벗기는 과정 등을 거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되어왔다.

덴마크 네스트베드 인근 농장에서 가스 주입 후 죽은 밍크를 제거하고 있다 / NBC NEWS 홈페이지 갈무리
덴마크 네스트베드 인근 농장에서 가스 주입 후 죽은 밍크를 제거하고 있다 / NBC NEWS 홈페이지 갈무리

여기에 더해 코로나 팬데믹은 사육동물들의 감염으로 이어졌고 세계 1위 모피 생산국인 덴마크에서는 실제 살처분이 진행되기도 했다. 모피를 제작하는데 거치는 드레싱과 염색의 과정에서는 독성 화학물질이 발생한다든지 사육농장에서 탈출한 외래종으로 인해 토종 생물 다양성이 위협을 받는 것도 결코 작지 않은 문제다.

그래서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나라들에서는 모피 생산과 판매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진행되어 왔다. 영국은 2000년부터 모피를 목적으로 한 동물 사육을 금지했고 스웨덴도 전국의 여우 농장을 폐쇄했다. 오스트리아는 2004년, 네덜란드는 2013년에 모피 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아일랜드 역시 올해 3월 금지 법안을 확정했다.

패션업계에서의 '퍼프리(Fur-free,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 운동'도 활발하다.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들에서는 이제 모피를 사용하는 곳을 찾기 힘들어졌으며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런던 패션위크는 2018년 9월부터 모피 소재 옷을 금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잡지 엘르(ELLE)는 지난해 말 모피와 관련된 사진과 기사 및 광고를 싣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로 이를 지키고 있다.

이와 함께 모피를 대체하기 위한 소재도 부각되고 있다. 식물성 가죽이나 재활용 소재를 개발해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든지 오리털·거위털을 대신해서 신소재 충전재를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바이오프린팅된 퓨로이드의 '배양 모피' 프로토 타입 / 퓨로이드 홈페이지 갈무리
바이오프린팅된 퓨로이드의 '배양 모피' 프로토 타입 / 퓨로이드 홈페이지 갈무리

네덜란드의 생명공학 스타트업 '퓨로이드(Furoid)'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콜라겐과 연결된 체외 모낭, 즉 '배양 모피'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동물에게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3D 바이오 프린팅 과정을 통해 인공 모낭을 만들고 이 모낭에 콜라겐을 주입하면 세포조직 활동을 통해 털이 자라나게 되는 원리다.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모피 문제의 또 다른 해결책으로 기대되는 부분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와 함께 세계 모피 시장의 큰손으로 꼽힌다. 그렇지만 개인의 취향과 선택의 영역임에도 모피 매출의 증가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또 다른 사실이다.

포인트경제 송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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