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의 가뭄으로 물속에 잠겨있던 3400년 전 궁전터가 모습 드러내
바빌론을 비롯 강가 유적지는 염분 상승으로 인한 침식 피해
이라크 평균 기온 상승과 극한기온 현상 증가 이어져 

전 세계가 이상기후에 의한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다. 식량난은 물론이고 산불과 같은 또 다른 재난으로 이어지며 전방위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유적지 역시 가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UN이 기후 변화와 사막화에 가장 취약한 5대 국가 중 하나로 분류한 이라크가 그렇다.

최근 수년 동안 이라크를 덮친 가뭄으로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에 있는 저수지에서 약 3400년 전 청동기시대의 고대 궁전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말 독일과 쿠르드족 국제 공동연구팀은 티그리스 강변에 있는 모술댐의 저수지 수위가 급격하게 낮아지며 드러난 궁전터의 발굴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가뭄으로 모습을 드러낸 유적지 /사진=튀빙겐 대학교, Smithsonian magazine 갈무리
가뭄으로 모습을 드러낸 유적지 /사진=튀빙겐 대학교, Smithsonian magazine 갈무리

이라크 수자원부의 고위 고문은 지난 4월 "물 저수율이 2021년 대비 약 50%로 상당히 적은 상황"이라고 밝히며, 이 같은 상황은 2020년부터 매해 발생하고 있는 가뭄이 원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지속적인 가뭄으로 농작물 재배와 지역민들을 위한 다량의 물 공급이 필요한 상황에서 저수지의 수위는 낮아질 수밖에 없었고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물속에 잠겨있었을 유적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 것이다.

사실 이번에 드러난 궁전터는 지난 2018년 가뭄에도 모습을 나타낸 적이 있다. 이곳은 인도·이란계 민족의 나라인 '미탄니 왕국(기원전 18세기~14세기)'때 지어진 것으로 미탄니 왕국은 고대 오리엔트의 강대국이었으나 관련 연구는 부족했던 제국이다. 2018년 처음 발견 시에 ‘케뮌(Kemune)’으로 알려진 궁전과 계단, 채색된 벽화 등이 확인됐으며 이번에는 대규모 요새·창고 건물·점토판 등이 추가로 발굴되었다.

물이 다시 차기 전에 보호를 위해 방수포와 자갈로 덮는 모습 /사진=튀빙겐 대학교, Smithsonian magazine 갈무리

궁전터가 위치한 티그리스강은 터키와 이라크에 걸쳐 흐르는 강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로 인류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공교롭게도 가뭄 덕분에 연구를 진행하게 됐지만 연구팀은 다시 언제 물에 잠길지 몰라 올해 1~2월에 빠른 속도로 발굴 및 조사를 진행하고 유적 보호를 위해 방수포와 자갈로 덮어두었으며 현재는 다시 물에 잠긴 것으로 알려졌다.

가뭄 덕에 발견된 유적지도 있지만 가뭄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유적지도 있다. 마찬가지로 이라크에 소재한 바빌론과 같은 유적은 기후변화로 인한 침식 피해가 진행 중이며 여기에도 가뭄이 밀접하게 작용한다.

바빌론 전경
바빌론 전경 /가디언지 갈무리

2019년 7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바빌론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부터 남쪽으로 100km 떨어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성전·공중정원·바벨탑 등 넓은 유적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성전의 기반과 벽들이 무너지고 있으며 백화현상으로 침식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강의 염분이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잦은 가뭄과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이 유입되어 강의 염도가 올라가게 되었고 이는 공기 중 염분 증가로 이어져 유적지 표면에 백화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표면에 붙은 염분은 소금 결정으로 팽창해서 침식을 일으키는가 하면 벽면의 설형문자나 무늬를 파괴하기도 한다.

이라크 강의 수질을 연구하는 토목 기술자 아흐마드 나 함단(Ahmad NA Hamdan)은 "샤트 알-아랍 강(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 강이 합류된 강)의 염분은 90년대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8년에는 염수로 인해 바스라주(州)에서만 11만 8000명이 병원에 실려가기까지 했다"라고 증언한다.

극심한 가뭄 끝에 완전히 메말라 버린 사와 호수(Sawa Lake) /Copernicus 갈무리

한편, 다양한 생물과 습지가 형성되어 이라크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유명했던 '사와 호수(Sawa Lake)'는 심각한 가뭄과 불법적인 우물 파기 등으로 급격히 말라 거의 황무지화되기도 했다. 세계은행의 기후 변화 지식 포털에 따르면 이라크는 100년 전보다 평균 0.7℃ 더 더워졌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여부에 따라 향후 100년 동안 2~3℃ 상승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중부 및 남부 주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50℃ 이상의 폭염이 관측되는 극한 기온의 빈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01~2020년 관측된 이라크의 연평균 기온 /climateknowledgeportal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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