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과 여성 흡연자들에게 특히 인기 많은 멘솔 담배
멘솔 성분이 쓴 맛 감추고 기관지 마비, 자극 못 느껴...취약한 청소년에 위험
'멘솔이 흡연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끊기 어렵게 만든다'
멘솔 담배, 유색 인종과 저소득층이 더 많이 핀다?
캐나다·유럽이어 FDA, 멘솔 포함 모든 가향 담배 판매 금지 돌입
미국 연구, "12~17세 사이 흡연자 멘솔 담배 비율 56% 증가"
"멘솔 금지는 최대 63만여 명 이상의 사망 예방"

입 안에서 화한 느낌과 청량감을 주면서 담배의 독함을 가려주는 멘솔(menthol) 담배는 흡연자들 사이에서 취향별로 선호도가 다르다. 하지만 멘솔을 포함해 과일, 초콜릿 등의 향과 맛을 내는 다양한 가향(加香) 담배 제품 등은 젊은 층과 여성 흡연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편이다.

멘솔 담배 이미지 ⓒ포인트경제CG
멘솔 담배 이미지 ⓒ포인트경제CG

특히 멘솔 담배는 성인 흡연자보다 훨씬 더 많은 비율로 청소년 흡연자들이 선호하고 있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사실 멘솔이든 아니든 담배가 모두 건강에 위험하지만, 멘솔이 흡연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끊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7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들어가 현재 판매되고 있는 멘솔 담배 제품들에 대해 물어봤는데 직원은 "현재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멘솔 담배 제품이 나오고 있다. 열몇 종류가 넘는다. 여기서 구매하는 소비자의 30%는 멘솔 담배 제품을 사러 오신다. 젊은 층이 많고, 여성분들도 많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표적인 멘솔 담배 제품들 ⓒ포인트경제

멘솔 담배 & 가향 담배, 국가 규제 움직임... 우리나라는?

멘솔은 박하 오일에서 발견되는 자연 발생 화학물질이지만 인공 합성으로도 생산된다. 멘솔은 박하(민트) 맛 외에도 통증을 완화하고 마비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1920년대에 담배에 처음 첨가된 멘솔은 오늘날 미국에서만 거의 1860만 명의 흡연자가 멘솔 담배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2년 말부터 가향 물질 함유 여부를 담뱃갑이나 문구에 표시할 수 없게 하고, '멘솔'이나 '모히토, 초콜릿, 허브, 아로마' 등 향기를 내는 물질 이름이 사용 금지된 바 있지만, '프레쉬(fresh)'나 '프로스트(frost)' 등 단어는 여전히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금연 이슈 리포트-담배시장과 함께 진화하는 가향담배와 규제 정책의 현주소'에 따르면 2016년에 정부는 가향 담배가 청소년 흡연에 미치는 영향과 유해성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규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규제는 포장과 브랜드 디자인 등에 반영할 수 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그 사이 담배 시장에서 가향담배는 급증하고 있다.

니코틴의 씁쓸한 맛을 감소시키고 과일향이나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을 첨가하면 담배의 맛과 풍미가 더 좋다고 느끼게 되는데, 특히 코코아 성분 중 테오브로민과 커피의 카페인은 단순히 맛과 향뿐만 아니라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어 흡연자의 폐는 더 쉽게 니코틴을 흡수하게 된다.

덜 불쾌하고 덜 자극적인 이러한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하게 되면 끊지 못하고 지속해서 흡연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멘솔 성분은 담배의 떫고 쓴 맛을 감추고 기관지를 마비시켜 흡입 시 기관지에서 느끼는 자극을 못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유혹에 더욱 취약한 아동, 청소년들에게 위험하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2009년부터 가향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면서 2018년부터 멘솔 첨가도 금지해 사실상 가향 담배 판매가 중단되었고, 유럽연합(EU)은 2016년부터 대부분 가향 담배를 금지하고 2020년부터 멘솔 담배도 금지했다. 미국도 최근 멘솔 담배를 포함해 모든 가향 담배 판매 금지 계획에 들어갔다.

이와 비교해 국내 가향 담배 비중은 꽤 높다. 2013년 멘솔 담배 비율이 5.2% 수준이었는데 2023년에는 22%까지 판매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가별 궐련(卷煙, 일반적으로 담배 잎을 썰어서 종이로 말아 만든 작은 담배) 일반적인 시장 가향 유형별 판매 비율(2013~2023년) /'금연이슈 리포트-담배시장과 함께 진화하는 가향담배와 규제 정책의 현주소

멘솔 담배, 유색 인종과 저소득층이 더 많이 핀다?

멘솔 제품의 마케팅은 흑인과 성소수자(LGBTQ), 저소득층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FDA에 따르면 라틴계 흡연자의 48%, 아시아계 흡연자의 41%, 백인 흡연자의 30%에 비해 흑인 흡연자의 약 85%가 멘솔 담배를 소비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잡지 리즌(Reason)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멘솔 담배 금지가 '인종 정의' 문제지만, 멘솔 금지 지지자들이 의미하는 방식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연방 정부가 흑인 흡연자들이 선호하는 종류의 담배를 목표로 삼고 있다며 맨솔 금지에 대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담배 광고의 영향에 대한 스탠포드 연구 이미지 /미국 잡지 리즌(Reason) 갈무리

흑인 사망 원인 1위가 담배 관련 질병인데 그 주요 매개체가 멘솔 담배와 가향 담배라는 것이다. FDA는 청소년의 멘솔 담배 사용이 백인에서는 감소했지만, 흑인이나 라틴계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감소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FDA는 또 다른 취약계층인 청소년을 우려하고 있으며, 유색 인종 지역사회가 경험하는 건강 불균형을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맨솔 금지 지지자들은 FDA가 2009년 가향 담배를 금지했지만, 멘솔은 예외로 한 것이 흑인이나 청소년처럼 '약탈적 마케팅'의 유혹과 매력에 빠지기 쉽다는 것을 시사하며, 연방 정부가 이를 암묵적으로 부인하고 있다는 것.

"멘솔 담배 흡연자가 금연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분명하더라도 멘솔 담배가 본질적으로 더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한 업계의 '약탈적 마케팅'의 역사를 인용하며, Kool, Salem, Newport와 같은 담배 브랜드의 '미국의 흑인과 취약한 인구에 대한 무자비한 프로파일링'을 비난한다"

미국 시민자유연합(ACLU)은 "멘솔 담배 금지가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시장을 범죄화하고 대량 투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금지가 거대한 지하 불법 시장을 만들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FDA는 "멘솔 담배의 소지나 사용에 대해 개별 소비자를 강제할 수 없고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 소비자 중 다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종류의 담배를 계속 피우는 방법을 찾을 것이며, 그 결과 형사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유색인종 발전 협회(NAACP)는 "담배 산업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심장병, 뇌졸중, 암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라며 FDA의 금지령을 지지했다.

멘솔 담배와 청소년 흡연 빈도와 니코틴 의존도 연구

'미국 청소년의 멘톨 담배 사용, 흡연 빈도 및 니코틴 의존도' /JamaNetwork 갈무리

지난 6일 미국 의학저널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담배에 멘솔을 첨가하는 것이 청소년의 흡연 빈도와 니코틴 의존도를 증가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히고 있다. 멘솔 담배는 금연을 향한 진전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FDA가 제안한 멘솔 향료 금지를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의 주저자이자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디에이고 허버트 베르트하임 공중 보건 연구원 에릭 리스(Eric Leas) 박사는 메디컬엑스프레스에 "멘솔의 청량감이 연기를 더 깊이 들이마시고 오래 머금게 해 니코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니코틴에 대한 신체적 의존력을 높여 청소년을 더 자주 흡연하게 할 수 있다는 것.

"12~17세 사이의 흡연자의 멘솔 담배 비율이 56%로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담배를 더 자주 피우고 니코틴에 더 의존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들은 멘솔 담배와 비멘솔 담배 사용을 비교했는데 흡연 청소년이 멘솔 담배를 소비하는 것이 ▲30일 동안 2.8일 더 흡연하고, ▲흡연을 자주 할 위험이 38% 증가, ▲니코틴 의존도가 8% 더 높았다. 멘솔에서 무향 담배로 바꾼 청소년은 30일 동안 3.6일 더 적게 흡연했고, 자주 흡연할 위험이 47% 낮았으며, 니코틴 의존도는 3% 낮았다.

FDA는 현재 대중의 의견 수렴 단계에서 담배 제품에 멘솔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무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서 2019년 사이에 수행된 미국의 1092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 전역의 대표 연구는 이러한 FDA 조치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 흡연자의 90% 이상이 십 대 때 흡연을 시작했으며, 담배를 사용한 청소년의 80%는 가향 담배 제품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멘솔을 금지하면 최대 63만여 명 이상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라고 예측하고 있다.

금연을 위하여 /사진=픽사베이

국가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이미 많은 국가에서 과학적 근거를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된 담배구제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담배 제품의 성분 규제 중 가향에 대한 규제는 늘 제자리였다. 신종담배는 급성장하고 있고 가향 담배 문제는 단순히 제조 과정에서 특정 성분의 첨가 여부 차원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선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맛과 향에 속아 청소년들이 담배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국내 가향 담배 규제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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