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 찌고 말린다는 흑삼의 제조 공정 간소화
홍삼보다 진세노사이드 함량과 폐렴에 효과 높다는 결과 있어
유해균은 잡고 유익균은 키우는 효과도 확인

코로나와 감기, 독감은 호흡기 질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같은 방식으로 치료할 수는 없지만 호흡기 건강과 밀접한 것은 마찬가지로 요즘 같은 시기에 주요 관심사항이다. 이럴 때 주목해 볼 만한 것이 흑삼이다.

홍삼과 흑삼 비교 /이미지=농사로
홍삼과 흑삼 비교 /이미지=농사로, ⓒ포인트경제CG

인삼의 껍질을 벗겨 햇볕에 건조하면 백삼(白蔘)이 되고, 수증기에 한 번 찐 후에 말리면 불그스레한 홍삼(紅參)이 되고, 아홉 번 찌고 말리는 구중구포(九蒸九暴)의 과정을 거치면 까만 흑삼(黑蔘)이 된다. 보통 7~9회까지 찌고 말리던 흑삼이지만 지난해 농촌진흥청에서 3~4회만 쪄서 제조해도 충분히 흑삼 효능을 발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새로운 표준 흑삼의 제조 공정 /이미지=농사로

새롭게 개발된 흑삼을 만드는 기술은 8일 정도 소요되는 공정으로 9회 증숙에 18일이 걸리던 기존의 방식보다 시간과 비용,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기존의 공정보다 기능성 성분 손실을 최소화해서 함량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농촌진흥청은 기술 공개와 함께 홍삼과 흑삼의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 함량을 비교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진세노사이드는 인삼류에 들어있는 사포닌을 일컫는 말로, 홍삼보다 흑삼에 알지쓰리(Rg3), 알케이원(Rk1), 알지파이브(Rg5)의 3가지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약 3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이들 성분은 인삼을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생성되는데 암세포 증식 억제 효과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흑삼과 홍삼의 주요 사포닌 함량비교 /농사로

흑삼이 홍삼보다 폐렴에 효과가 높다는 연구도 있다. 2019년 국제학술지 〈영양학(Nutrients)〉에 실린 우리나라 충북대 의대 최영기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신종플루에 감염된 실험쥐에 2주간 홍삼과 흑삼, 타미플루(신종플루 치료제)를 복용하게 했다.

(상단) A : 폐 조직검사 결과, (하단) B : 염증성 병변을 시각화 한 것 대조군, 타미플루, 홍삼, 흑삼 순 /미국 국립보건원

그 결과 홍삼을 먹은 쥐는 50%의 생존율을 보인 반면에 흑삼과 타미플루를 먹은 쥐는 폐렴 증상이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며 100% 생존율을 보였다.

지난 2월에는 농촌진흥청에서 흑삼이 유해균은 잡고 유익균은 키우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배양 실험을 통해 흑삼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황색포도상구균(MRSA)의 독소 발현을 억제하고 장 안에서 유익균 성장을 증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황색포도상구균은 피부·구강·호흡계통·소화관 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해균으로 균혈증·폐렴·식중독 등 다양한 감염 질환과 합병증을 일으킨다.

(상단) 흑삼의 인체 염증인자(TNF-α) 발현 억제 효과, (하단)흑삼의 MRSA 독소 발현 억제 효과 /농촌진흥청

연구진은 흑삼 추출물을 황색포도당상구균 배양액에 처리한 결과 적혈구를 파괴하는 독소인 용혈소(α-hemolysin)와 장 독소(enterotoxin A 및 B)의 분비가 억제돼 대조군보다 인체 염증 인자(TNF-α) 발현이 최대 59.3%까지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흑삼 추출물은 유전자 증폭(PCR) 실험에서 독소 발현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을 최대 98.8% 억제하는 효과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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