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법의 종류와 성별 사용 옵션
지난 23일 미국화학학회(ACS) 춘계 회의, 미네소타 대학 연구팀 발표
'레티노산 수용체 알파(RAR-α)라는 단백질 표적'
약 100가지 화합물을 설계·합성...세포에서 RAR-α를 선택적 억제 능력 평가
'YCT529'로 명명한 비호르몬 남성 피임약 화합물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먹는 피임약(경구피임제)은 피임 시장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함유된 호르몬의 용량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경구 피임약은 현재까지 여성용만 출시되어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남성용 피임약은 왜 아직 출시되지 않은 걸까? 

피임약 /사진=픽사베이

피임법의 종류와 성별 사용 옵션

피임법은 영구적으로 피임이 되는 불임수술(정관·난관 수술)과 같이 '불가역적인 피임법'이 있고, 경구피임제나 자궁 내 장치 등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역적인 피임법'도 있다. 가역적인 피임법에는 경구피임제와 같은 호르몬이 함유된 ▲'호르몬 피임법', 구리 자궁내장치(IUD)나 콘돔 등의 ▲'비호르몬 피임법', ▲응급피임법으로 구분된다. (질병관리청)

피임법 종류 /이미지=해피문데이, ⓒ포인트경제CG

남성은 콘돔, 정관 절제술 등의 두 가지 정도의 효과적으로 여겨지는 피임법이 있다. 하지만 콘돔은 일회용이며 실패하기 쉽고, 외과적인 정관 절제술은 영구적인 형태의 불임 수술이라 볼 수 있다. 때에 따라 다시 되돌리는 역전 수술도 가능하지만 수술은 비용이 많이 들며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여성은 피임을 위해 알약, 패치, 자궁 내 장치 등 다양한 피임법을 선택할 수 있지만 임신 예방의 부담도 크게 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남성도 여성용 피임약처럼 효과적이고 오래 지속하면서도 가역적인 피임약이 필요하다. 이러한 남성의 피임 옵션의 다양한 개발은 그에 따른 책임 또한 확장될 수 있게 한다. 

이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적절한 피임 방식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과학자들은 효과적인 남성 경구 피임약을 개발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노력해왔지만. 아직 시장에 승인된 알약은 없다. 피임약의 개발에서 심각한 부작용은 허용되지 않으며, 갖춰야 할 효능 요건은 엄격하다. 

2019년도에 남성용 피임약이 임상시험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BBC에서 전해지기도 했지만, 시장에 출시되는 것은 10년가량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이는 남성용 피임약에 대한 상업적인 의지 부족과 소극적인 투자 등이 지적되기도 했다.

부작용 없는 비호르몬 남성 피임약 개발

최근 명백한 부작용 없이 생쥐의 임신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비호르몬 남성 피임약 연구가 보고됐는데 이 연구는 지난 23일 미국화학학회(ACS) 춘계 회의에서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 발표자 미네소타 대학의 군다 게오르그(Gunda Georg) 박사 연구팀 압둘라 알 노만(Md Abdullah Al Noman)은 "현재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 대부분의 화합물은 남성 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표적으로 하며, 이는 체중 증가, 우울증 및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비호르몬 남성 피임약을 개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ACS에 따르면 연구팀은 비호르몬 남성 피임약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레티노산 수용체 알파(RAR-α)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았다. 이 단백질은 세포 성장, 분화(정자 형성 포함) 및 배아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 A의 한 형태인 레티노산에 결합하는 세 가지 핵 수용체 계열 중 하나다. 

수컷 쥐에서 RAR-α 유전자를 제거하면 명백한 부작용 없이 무균 상태가 된다고 한다. 다른 과학자들은 RAR 계열의 세 가지 구성원(RAR-α, -β 및 -γ)을 모두 억제하고 수컷 마우스에서 가역적 불임을 유발하는 경구 화합물을 개발했지만, 게오르그 연구팀의 개발은 RAR-α에 특이적이고 따라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레티노산에 결합된 RAR-α, -β 및 -γ의 결정 구조를 면밀히 조사하여 세 수용체가 공통 배위자에 결합하는 방식의 구조적 차이를 확인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약 100가지 화합물을 설계 및 합성하고 세포에서 RAR-α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능력을 평가했다. 

YCT529로 명명한 비호르몬 남성 피임약 화학구조. '명백한 부작용 없이 비타민 A 수용체를 차단하여 생쥐의 임신을 예방한다' /미국화학학회(ACS)

이들은 YCT529로 명명된 화합물이 RAR-β 및 -γ보다 거의 500배 더 강력하게 RAR-α를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4주 동안 수컷 쥐에게 경구 투여했을 때 YCT529는 정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였으며, 관찰 가능한 부작용 없이 임신 예방에 99% 효과적이었다. 쥐들은 화합물 투여를 중단한 지 4~6주 후에 새끼를 다시 낳을 수 있었다. 

YCT529는 2022년 3분기 또는 4분기에 인체 임상 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며, 연구팀은 동물연구에서 좋아 보이는 화합물이 인체 시험에서도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현재 다른 화합물도 탐색 중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화합물을 식별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기존 화합물을 수정하고 새로운 구조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남성용 피임약 출시로 결실을 맺기를 희망하고 있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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