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 활용한 가죽 부상
버려진 캔과 우유 상자를 본떠 만들었다는 ‘Unwasted’ 컬렉션
H&M·벤틀리·르꼬끄·캘빈클라인 등과 협업하는 '비제아(VEGEA)'

무알콜와인을 생산하는 스웨덴 회사 오드버드(Oddbird)는 최근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 멍두(Meng Du)와 함께 포도 찌꺼기로 만든 가방을 선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와인 제조과정에서 생기는 포도 찌꺼기로 만든 인조가죽을 이용해서 ‘Unwasted’라는 컬렉션을 출시한 것이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260억 리터의 와인이 생산되는데, 이 과정에서 포도 껍질·알맹이·줄기 등의 형태로 60억 리터 이상의 부산물이 생긴다. 환경과 와인 산업의 지속성을 위해서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지적되어 왔는데 가죽으로 만드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기존에 가죽을 생산하는 방식의 문제점인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어 기대를 받고 있다.

'Unwasted Chardonnay'와 'Unwasted Merlot' /사진=oddbird

컬렉션은 'Unwasted Chardonnay'와 'Unwasted Merlot'로 구성되어 있는데 버려진 캔과 우유 상자를 본떠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멍두는 "사용한 플라스틱 우유팩이나 음료수 캔을 재활용할 때 거의 항상 찌그러지고 움푹 들어간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모양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디자인에 반영을 했다"라고 소개하며 "새롭거나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일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 가치를 잃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가치는 이전 존재와 함께 증가한다"라고 말한다.

컬렉션에 사용된 가죽은 프랑스 남부의 플래닛오브더그레이프(Planet of the Grapes)에서 제작한다. 포도 찌꺼기를 프로방스 햇빛 아래서 건조한 뒤 미세한 가루로 갈아서 천연재료와 섞어 가죽으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 등은 사용되지 않으며 수작업으로 진행되는데 전체 과정은 4~5주가 걸린다.

2016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설립된 비제아(VEGEA)도 와인 제조과정에서 생기는 폐기물을 이용한 가죽을 개발,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여러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H&M Conscious Exclusive collection SS2020'의 Vegea제작 제품 /vegeacompany 갈무리

2020년 3월 H&M과 함께 프리미엄 여성복 컬렉션의 신발과 가방 부분을 제작한 것을 시작으로 벤틀리(Bentley) 100주년 콘셉트카의 시트에 비제아가 적용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르꼬끄(Le Coq Sportif), 캘빈클라인(CALVIN KLEIN) 등과 신발·벨트·카드홀더 등을 출시했다.

그라파색(grappaSac)  /kickstarter 갈무리

호주의 아이파마상스(iFarmaissance)는 비제아를 이용한 백팩 '그라파색(grappaSac)'을 제작해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제로 웨이스트를 향한 노력을 강조하면서도 내구성·방수·기능성·패션 등도 놓치지 않는 제품으로 가치를 강조한다.

그라파색(grappaSac)은 "내구성을 보장하는 지속 가능한 포도 비건 가죽으로 만들어졌으며 방수 및 통기성을 보장한다"고 밝히고 있다. /kickstarter 갈무리

포인트경제 김수철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