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함을 바닷속에 모시는 수중 추모공원 '넵튠 메모리얼 리프'
안전한 설계와 친환경 자재로 산호초와 해양 생물의 서식지로 자리 잡아
화장한 유해와 콘크리트를 섞어 만든 인공 암초 '리프 볼(Reef Ball)'
해양 생태계 보존과 더불어 죽은 뒤에도 자연과 함께한다는 의미

미국 최대의 화장 회사 중 하나인 넵튠 소사이어티(Neptune Society)가 운영하는 '넵튠 메모리얼 리프(Neptune Memorial Reef)'는 2007년에 개장한 세계 최초의 수중 추모공원이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키 비스케인(Key Biscayne) 동쪽으로 3.25마일(약 5.2km) 떨어진 곳, 해수면 아래 40피트(약 12미터) 깊이에 16에이커(약 6만 4800m²) 규모의 해저 면적에 위치하고 있다.

전설의 도시 아틀란티스에서 착안한 예술적으로 묘사한 구조물들은 돔과 아치, 다양한 석조 조형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 장례를 치를 경우 조형물 아래로 유골함을 넣고 망자의 이름을 새긴 브론즈 명패를 장식하게 되는데 유가족들은 이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넵튠 메모리얼 리프 설치과정 /Neptune Memorial Reef 갈무리

이 수중 묘지가 조성될 당시, 그리고 호주 골드코스트에 두 번째 수중 묘지를 검토할 때 제기된 우려가 바다 오염 문제였다. 태풍 등으로 수중 묘지의 구조물들이 무너지거나 훼손될 경우 그대로 해양 쓰레기가 될 수 있고 해양생물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넵튠 메모리얼 리프는 100년에 한번 오는 태풍에도 견디도록 설계하고 친환경 자재로 건설함으로써 이 같은 우려를 낮춰, 미국환경보호국(EPA)·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플로리다 물고기 및 야생동물 보존위원회(FWC)·환경자원관리부(DREM)·미육군엔지니어팀(USACE)의 엄격한 지침과 허가를 충족했다. 또한, 육상 묘지의 포화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인정받고 환경적 부담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어 녹색장례협의회(Green Burial Council)의 인증을 받기도 했다.

현재 수중 묘지 구조물들은 산호초와 해양생물 성장에 적절한 서식지로 자리 잡았다. 환경자원관리부의 연구에 따르면 산호초 주변의 해양 생물이 처음 2년 동안 없다시피한 상태에서 수천 마리로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넵튠 메모리얼 리프 생태계 /Neptune Memorial Reef 갈무리

덕분에 이곳은 스쿠버다이빙이나 스노클링 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생물학·생태학 연구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유가족들의 경우는 보트를 빌리거나 스쿠버 허가를 받아 실제 방문하기도 한다.

이에 앞서 1998년부터 미국의 자선단체 이터널리프(Eternal Reefs, 영원한 산호초)는 화장한 유해를 인공 암초인 '리프 볼(Reef Ball)'에 넣어 장례를 치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양생태계를 고려해서 중성 콘크리트에 유해를 섞어 구조물을 만들고 콘크리트가 마르기 전에 가족이나 친지가 메시지나 기념품을 덧붙이는 식이다.

스쿠버 다이빙을 즐겼던 돈 브롤리(Don Brawley)는 산호초와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산호 포자의 서식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구멍이 뚫린 반구형 구조물을 개발, 특허를 얻었다. 이후 이터널리프를 설립하고 장인 칼턴 글랜 팔머(Carleton Glen Palmer)의 유언에 따라 화장한 유해로 산호볼 10개를 제작해서 뿌린 것이 장례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칼턴이 자신이 죽은 뒤에 물고기들과 노니는 것을 원했던 것처럼, 가라앉은 리프 볼에 산호가 달라붙고 물고기의 휴식처로 자리 잡게 되는 과정이 일종의 영생(永生)의 의미와 닿아있다고 단체는 설명한다. 아울러 가족과 친구들이 찾아와 즐길 수 있는 것에도 충분한 취지와 매력이 있다는 것.

리프볼 설치 및 해양생태계 복원 /사진=eternalreefs

단체의 설명에 따르면 암초 개발을 위해 적용된 초기의 리프 볼은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500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 75만 개 이상이 해저에 설치됐다. 칼턴을 시작으로 유해를 함께 넣은 리프볼은 현재 미국 플로리다 해안은 물론 메릴랜드·뉴저지·노스캐롤라이나 등 25개 연안에 3000개가량이 설치되었다.

포인트경제 심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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