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이산화티타늄의 식품첨가물 사용 금지 발표
유럽식품안전청이 지난해 5월 '안전하지 않은'것으로 분류
프랑스는 2020년부터 금지, 호주에서는 사용상의 규제 요구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 나노 형태로 심각한 문제 초래할 수 있어

이산화티타늄 /유럽식품안전청

EU 회원국은 지난해 10월 소위 'E171'로 불리는 이산화티타늄(Titandioxid, 티타늄디옥사이드, TiO2)의 식품 첨가물 사용을 금지하는 제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후 EU 집행위는 지난 1월 14일 이산화티타늄을 식품 첨가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정식으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산화티타늄의 식품 첨가물 사용 금지 규정은 오는 2월 7일부터 공식 발효된다. 이산화티타늄이 포함된 식품은 발효 후 최대 6개월까지 시장에 출시 가능하고 유통 기한이 만료될 때까지만 판매 가능하다.

EU 집행위의 이 같은 결정에는 유럽 식품 안전청(EFSA, 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이 지난해 5월 이산화티타늄을 식품 첨가물로 사용하기에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한 것이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EFSA는 이산화티타늄의 유전독성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며 안전한 일일 섭취량을 정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유전독성이란 화학 물질이 유전 세포 물질을 변화시키는 것을 뜻하는데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식품첨가물로서 이산화티타늄(E171)의 안전성 평가 /EFSA 저널

프랑스의 경우 이미 2020년부터 음식 첨가제로의 이산화티타늄 사용을 중단했다. 2017년 국립농업연구소(INRA) 주도의 연구에서 이산화티타늄이 동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발견한 뒤 식품환경위생노동청(ANSES)에 검토를 의뢰, 인체에 안전하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고 사용 금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2019년 호주 시드니 대학 연구팀은 이산화티타늄이 대장질환과 암의 발병 확률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식품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첨단 영양학’(Frontiers in Nutrition)>을 통해 발표했었다.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이산화티타늄이 질병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장내 미생물(Gut microbiota)’에 영향을 미쳐 장 내 염증 및 직장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장내 미생물군-숙주 상호작용에 대한 식품 첨가물 이산화티타늄의 영향' /프론티어스(Frontiers), 과학 의학 저널

논문의 공동저자인 로렌스 마샤(Laurence Macia)교수는 "이산화티타늄이 장내 세균과 상호작용하고 일부 기능을 손상시켜 질병의 발병을 초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이산화티타늄의 소비는 식품 당국에 의해 더 잘 규제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임신 중 이산화티타늄에 노출되었을 때 신체에 축적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19년 7월 국제과학저널 〈입자 및 섬유 독성학(Particle and Fibre Toxicology)〉에 실린 유욱준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임신한 쥐에게 이산화티타늄 나노물질을 경구 투여한 결과 간·뇌·태반에 축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이한 독성학적 영향은 관찰되지 않았지만 연구팀은 이산화티타늄이 안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추가적인 안전성 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산화티타늄은 페인트 및 코팅제 등에 색소로 주로 사용되지만 화장품·치약·의약품·제빵 제과류·껌·소스 등 우리가 섭취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에도 활용된다. 독일의약품연구소(BfArM)는 해열제부터 항생제까지 약 1만 6000개의 의약품에 이산화티타늄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대부분의 자외선 차단제에도 들어있는 이산화티타늄은 자외선에 노출될 때 활성산소를 뿜어내기 때문에 자외선 피해를 피하려다 피부 손상이 생기는 역설적인 상황도 우려가 된다.

이산화티타늄 사용 분야 /Simply Sunscreen 갈무리
이산화티타늄 사용 분야 /Simply Sunscreen 갈무리

무엇보다 이산화티타늄은 나노 입자 형태로 존재해서 반응이 빠르고 인체의 장 내벽과 폐포, 세포 핵막을 통과할 수 있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사용되는 품목을 보면 알 수 있듯 아이들에게 노출되기 쉬운 것도 우려를 더욱 크게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이산화티타늄 규제에 관한 엄격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는 않다. 결국 소비자들의 성분분석표나 첨가제 확인을 통한 주의를 요하는 수밖에 없다. 이산화티타늄 뿐만이 아니라 '티타늄디옥사이드', 'TiO2'와 같은 표식도 기억해서 국내산과 수입 제품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한편으론 이산화티타늄에 대한 사용 가이드라인과 산업 종사자들을 포함한 광범위한 연구, 장기적인 관련성 등에 관한 추적 관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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