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한송이 5천원~1만 원대 였던게 지금 2~3만원"
"화훼시장은 누구를 위한 도매 시장인가"
화훼산업, 최근 5년간 생산·수출입은 지속적 하락...팬더믹으로 이중고
"도매상의 꽃 가격 담합 의심돼", "화훼산업 도·소매 분리해야"

꽃 가격이 폭등했다. 꽃 가게에서 장미 꽃다발 하나를 사려면 5만 원이 넘어간다. 하지만 꽃값이 천정부지여도 꽃 소매상들은 울고 있다. 왜일까?

꽃 /사진=픽사베이

지난 3일 화훼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꽃 소매상들의 울분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쟁터 같은 시장에서 겨우 사온 꽃들인데 고객들의 불평이 심하다. 죄송하면서도 꽃값이 너무 폭등했다 말씀드려도 이해 못 하신다. 남은 졸업식 예약받는 것도 자신 없다. 받은 예약도 다 취소하고 싶다"

"2~3만 원 문의나 예약은 못 받는다. 작년 3만 원대가 지금 5만 원대와 같다고 말하고 받는다. 풍성하게 만들어 줄 수가 없다"

"한송이 만원이다 하니 다들 전화를 끊는다. 단골분들은 이해해주면서도 많이들 실망한다. 속상하고 잠도 안 온다"

"직원 월급도 줘야 하는데 꽃값 인상 때문에 미칠 것 같다"

지난 3일 한 화훼 커뮤니티에 올라온 소매상들의 성토글들 

양재 화훼단지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장미 한송이가 5천 원~1만 원대 였던게 지금 2~3만 원이다. 붉은 장미 중 인기많은 가넷잼 장미는 한 단에 9만 원이다. 비교적 저렴했던 소국도 비싸졌다. 다들 그냥 버티고 있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국내 꽃 시장에서 도매나 중도매인이 문제가 많다고 했다. 유통이 너무 안 좋아서 정부차원에서 고쳐줘야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생긴 일도 아니고 몇 년 전부터 이런 추세가 더 심해졌다고도 했다. 

국내 화훼 소비는 졸업·어버이날 등 특정 행사에만 많이 이루어지는 편이다. 화훼기능사나 기사 시험 시즌에도 꽃 가격은 많이 오른다고 한다.

지난 3일 한 화훼 커뮤니티에 올라온 소매상들의 성토글들 

꽃값 폭등의 원인은?

화훼 커뮤니티에는 이렇게 심각하게 꽃값이 오른 이유로 도매상들의 담합이 의심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꽃집 사장님들이 졸업시즌에는 예약 건들 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도매상의 꽃을) 다 구입해주니 계속 꽃 가격이 치솟는다. 공급은 딸리고 수요가 많으니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이런 식의 비정상적으로 올리는 건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

"작은 단의 안개꽃을 또 반으로 갈라 2만 원에 팔겠다는 도매업자 이야기를 들었다. 화훼시장은 누구를 위한 도매 시장인가. 이럴 거면 바닷가에 몰려있는 회타운처럼 운영해라. 제시하는 가격에 맞는 가치 있는 꽃을 사입하고 싶을 뿐이다."

양재 aT화훼공판장 생화꽃도매시장 건물과 내부 가게들 ⓒ포인트경제
양재 aT화훼공판장 생화꽃도매시장 건물. 내부에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함께 꽃들이 진열되어 있다. ⓒ포인트경제

"경매권을 사는 중도매인이 많아져 경매가가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도매업체의 담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갈라치고 터무니없이 올리는 데 다들 영수증 모아서 공정위에 신고하자", "장사할 수 없을 정도로 올려버리니 정말 미치겠다", "손님들이 와서 전부 불평한다. 꽃값이 너무 올라 풍성하게 만들어주지도 못하고. 너무 폭등해서 그렇다고 말씀드려도 실망하는 고객님들 이야기를 들으며 억울하고 미치겠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든 수요로 정부와 지자체가 화훼 농가의 꽃을 대량으로 사들여 꽃값이 올랐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 도매상이 소매 역할을 지속해 로드샵 꽃집들이 줄어들면 일반 소비자들도 역시 피해를 입게 되며, 결국에는 도매상의 꽃 가격 담합을 막을 수 없게 된다는 것. 그러나 이것만이 원인은 아니다.

국내 화훼 생산과 소비 추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화훼산업의 최근 5년간(2014~2018년) 생산 및 수출입은 지속적 하락세다. 또한 글로벌 팬더믹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화훼 산업의 변화 추이 /2021년 '화훼산업 현황 및 활성화 방안', KOITA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국내 화훼 재배농가수와 재배면적은 2005년과 비교해 절반으로 줄었고, 생산액은 1조 원에서 반으로 줄어 5천억 원 수준이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화훼류 수입이 늘고 소비에 있어서는 졸업 시즌 등 특정 행사에만 기대는 경향으로 소비 생활화도 정착하지 못했다. 거기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위축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정부는 화훼산업 발전 및 화훼문화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화훼산업 진흥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우리 국민 1인당 꽃 소비액은 2005년 기준 5만2천 원이었고, 2020년은 1만2천 원 수준이다.(일본은 6만 원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약 5배) 세계적으로 1인당 화훼류 소비액이 가장 높은 스위스는 18만 원 정도고, 덴마크는 15만 원 수준이다.

코로나19에 따른 화훼류 평균경락단가 변화 /2021년 '화훼산업 현황 및 활성화 방안', KOITA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올해 초 농림축산식품부는 화훼 소비 촉진책으로 소속산하기관과 농협 등에서 '꽃 생활화(1Table 1Flower)' 캠페인을 벌리기도 했다. 정부가 화훼농가에서 꽃을 사들이고 이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식의 유통 경로도 만들었고, 지자체가 돕기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월 '화훼산업 현황'에 따르면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평균경락 단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2월 기준으로 장미가 2019년 7712원에서 2020년 6602원으로 이전보다 14% 하락했고, 튤립은 43%, 안개는 22%, 백합은 21% 하락했다고 보고되었다.

하지만 소매상들은 3만원에 팔 수 있던 장미 꽃 한 다발이 지금은 5~6만 원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4일 양재 꽃시장(aT화훼공판장) 지하꽃상가 내부 전경 ⓒ포인트경제

"화훼산업 도·소매 분리해야"

수산물이나 축산물 시장은 여러 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 때문에 도매 구조상 소비자가 도매가로 구입하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반면 화훼산업은 농장에서 보내진 꽃은 경매를 통해 도매시장과 소매상, 그리고 일반 소비자 또한 동일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일부 농수산물시장에서도 도매와 소매 분리 없이 판매하지만, 도·소매 간 건물과 영업시간 구분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양재 꽃시장(aT화훼공판장)도 도매시장과 소매점포가 구분되어 있고 운영 시간도 구분돼 있지만 소비자들의 도매시장 출입에 제한이 없다.

A씨는 "해외 화훼 도매시장은 명찰이 있어야 들어가는데 우리나라는 구분이 없다"라며 "몇 년 전에는 출입증 목걸이를 만든다고 인당 6천 원씩 걷어놓고는 사용하는 건지 깜깜무소식"이라고 말했다. 

꽃은 우리의 긍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내고 편안함을 주며, 가습과 항습·공기 정화 등의 효과로 우리 생활에 좋은 영향을 준다. 화훼시장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해 소매상들이 줄어들면 소비자들은 가까운 동네에서 꽃을 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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