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특성상 요구되는 얼음 두께와 강도가 달라
같은 경기장에서 진행될 경우 내부 조건 변경 필요
압력으로 순간적으로 녹은 물이 스케이팅에 윤활제 작용

다음 달이면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개막된다. 눈과 얼음 위에서 벌어질 수많은 승부와 다양한 이야기가 기대되면서 한편으론 그 준비에도 관심이 간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는 빙상을 고려하면 얼음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피겨여왕 김연아는 선수 시절 경기장 사이즈와 빙질을 점검하고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 바 있다. 2014년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이 열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Iceberg Skating Palace)는 생소한 빙질로 당시 김연아 선수도 그다지 좋아하는 빙질은 아니라고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세계적인 선수들이 연습과 실제 시합에서 점프 실수가 많이 나오기도 했다.

소치올림픽 당시 김연아의 쇼트 프로그램 경기장면 /타임지 갈무리

다른 빙상 종목인 쇼트트랙 경기도 같은 경기장에서 이루어졌고 빈번한 충돌사고로 인해 예상외의 경기 결과가 속출하기도 했다. 쇼트트랙 종목이 원래 변수가 많지만 출전했던 선수들은 얼음이 깊게 파여서 스케이트 날이 잘 걸리는 느낌이 들어 넘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했다.

피겨와 쇼트트랙은 요구되는 얼음의 성질이 다르다. 피겨의 경우 약 5cm 정도 두께의 얼음에 약간 무른 것이 좋고, 쇼트트랙은 약 4cm 두께로 딱딱한 빙질을 가지는 것이 좋다. 피겨의 경우 다양한 패턴의 주행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스케이트 가장자리를 잘 잡아주고 점프 충격으로 부서질 가능성이 적은 얼음이 적합하고, 쇼트트랙 선수들의 경우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얼음 표면이 최대한 안 씹히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은 경기장에서 다른 종목을 진행하려면 얼음을 바꾸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원활하지 않을 경우 빙질 관리에 부족함이 나올 수밖에 없다.

평창올림픽 당시 피겨와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강릉 아이스 아레나도 3시간 내에 얼음과 경기장 내부 조건을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다. 얼음 두께는 물론 경기장 내외부 온도와 관람객 수, 출입문의 개폐율 등을 고려하는 세심함이 발휘되어야 하는 과정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경기장에 적용될 얼음의 수준과 조건을 까다롭게 제시한다. 그래서 빙질을 관리하는 아이스 메이커(아이스 마스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평창올림픽 이전까지는 높은 수준의 아이스 메이커가 부족했지만 컬링장을 비롯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아이스 메이커가 베이징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 얼음을 만드는 모습 /사진=xinhuanet

흥미로운 것은 스케이트가 미끄럽게 나가는 것이 얼음보다 물의 효과라는 사실이다. 얼음은 일정한 압력을 받으면 물로 변하는데 빙상경기 선수들은 스케이트 날에 체중이 집중되어 있어 높은 압력을 가하게 되고 그 접촉 표면의 얼음 부분이 물로 변하게 되어 미끄러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순간적인 과정이고 아주 좁은 범위이기 때문에 물의 양도 많지 않으며 날이 지나간 이후에는 다시 순식간에 얼어버리게 된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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