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명태·울산 갈치·서해안 오징어 풍어 등은 바다 수온 변화의 방증
우리나라 바다 평균 표층 수온은 53년간 약 1.3℃ 상승.. 전 해역에 걸쳐 상승
제주도에 확산된 그물코돌산호는 아열대 지표종, 독도 바다딸기는 온대 해역 산호
바다 수온 상승은 전 지구적인 문제로 작용, 할 수 있는 최대의 대응 필요

지난 2012년 노래 '독도는 우리 땅'의 발매 30주년을 기념해서 곡의 일부가 개사되었다. 여러 변경 내용 중에 3절의 도입부에 있던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 부분이 '오징어 꼴뚜기 대구 홍합 따개비'로 바뀌었는데, 다른 가사들과 마찬가지로 변화된 현실을 노래 가사에 반영한 것이다.

명태는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연간 어획량이 8만~16만 t에 달했지만 이후 점점 줄어들어 2000년대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이에 국립수산과학원은 2009년부터 명태를 산 채로 잡아오면 마리 당 20만 원의 포상금을 내걸기도 했는데, 포상금이 50만 원까지 오른 2015년에서야 강원도 연근해에서 어미 명태 1마리가 잡혔다.

살아있는 명태 확보를 위한 포스터 /농림수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명태는 한류성 어종으로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무분별한 남획도 있겠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그런가 하면 최근 울산 앞바다에서 갈치가 많이 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갈치는 수온 20도 안팎에서 활동하는 난대성 어류로 원래는 제주도와 남해안 등지가 주요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지역주민은 물론 전문가들도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올해 여름 서해안 오징어 풍어와 남해안의 멸치 흉어가 높아진 수온과 밀접하다는 분석을 떠올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바다 수온 변화에 닿는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다의 평균 표층 수온은 1968년 16.1℃이던 것이 2020년 17.4℃로 53년간 약 1.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해 표층 수온은 15.9℃에서 17.8℃, 남해는 17.9℃에서 19.2℃, 서해는 14.4℃에서 15.3℃로 전 해역에 걸쳐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김중진 박사는 "1980년 이후 연근해에서 어획된 어종이 단순화되고 특정 어종이 높은 어획 비율을 보인다"면서 "명태와 도루묵 같은 한류성 어종의 어획량은 감소하고 고등어, 오징어, 멸치 같은 난류성 어종의 어획량은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해역권별 주요 어종 어획량 변화' /통계청

수온이 1℃ 오른다는 것은 육상에서 5℃ 이상 오르는 것과 의미가 같다. 생태계의 성격이 바뀔 수 있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적이 없던 미기록종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산호의 종류도 변화시킨다. 아열대 지표종에 해당하는 그물코돌산호는 2010년경부터 제주도 남부해역에 확인되던 것이 지금은 제주도 전 연안으로 확산돼서 분포하고 있다.

그물코돌산호는 석회질로 된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계속해서 자라나며 암초를 만드는 경산호로 수온이 높아지면서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붙박이 생활을 하는 산호가 늘어나며 감태와 미역 같은 해조류의 서식지까지 침범한다는 사실. 이는 해조류 생산은 물론 해조류를 먹이원 혹은 서식지로 하던 생물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그물코 돌산호(왼쪽)와 바다딸기(오른쪽) /이슈제주, KBS 뉴스 갈무리

독도 서도에서 늘어나고 있는 바다딸기도 이런 변화를 대변한다. 딸기 모양과 닮아 이름 붙은 산호인데 온대 해역에 분포하는 종으로 독도 바다가 계속 따뜻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변화와 우려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연구에서는 기후 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연어·홍합과 같은 양식 해산물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주 저자이자 미 해양수산연구소(IOF) 연구원인 무함메드 오이인롤라(Muhammed Oyinlola)는 해산물 양식 산업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현재 속도로 화석연료를 계속 태우면 지속해서 양식할 수 있는 생선이나 홍합이 2050년까지 8% 증가할 수 있지만 2090년에는 16%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찍이 국제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IUCN)은 높아지는 수온으로 해양 생물종과 생태계가 받을 영향을 우려해 왔다. 이뿐만 아니라 식량안보 위협과 새로운 질병의 확산 증가,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문제로도 연동되기 때문에 전 지구적인 문제로 작용한다는 것을 경고해왔다.

'Earth's energy imbalance(지구 에너지 불균형)' /이미지=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제한과 해양 및 연안 생태계에 대한 보호와 복원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어획 한도를 설정하고 해안선 개발을 엄격하게 하며 해양 모니터링에 관한 과학적 연구와 투자를 높여야 한다고 제시한다.

지금 일어나는 현상을 해양생태계가 다양해지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일어나는 현상을 부정할 수도 없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경각심과 해결 노력을 함께하며 적응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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