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증가와 함께 펫푸드 시장 역시 엄청난 성장 중
비건 사료는 고양이와 개에게 좋지 않아
고양이는 육식동물, 육류를 통해 얻을 수밖에 없는 영양소 있어
개는 이론적으로 채식이 가능하지만 현실성은 매우 떨어져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고 반려동물의 건강과 즐거움 먼저 생각해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비중은 2020년 기준 27.7%로 약 638만 가구에 달한다. 이중 반려견은 521만 가구에서 602만 마리, 반려묘는 182만 가구에서 258만 마리를 기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도별 반려동물 양육 비율(%) /농림축산식품부
연도별 반려동물 양육 비율(%) /농림축산식품부

꾸준히 증가하는 반려동물에 따라 펫푸드 시장 역시 성장을 지속하며 1조 3000억 원 이상으로 규모가 커졌다. 프리미엄 제품의 인기가 올라가고 수입산과 국내산의 경쟁이 한창이기도 한 상황에서 펫팸족(pet+family)들의 선택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본인의 채식을 반려동물에게도 적용하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비건 사료를 판매하는 곳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과연 괜찮은 걸까?

고양이는 육식동물로 분류된다. 고양이의 위장은 고단백, 고지방 음식을 소화하는 전형적인 육식동물의 위장으로 육식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영양소가 존재한다. 절대로 채식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김재영 한국 고양이수의사회 명예회장은 "고양이에게는 식물성 단백질로는 한계가 있고, 소화능력이 떨어져서 영양소를 제대로 얻을 수도 없다"라고 밝히며 "고양이는 개에 비해 단백질을 5배 더 섭취해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고양이는 몸속에서 합성할 수 없는 필수 아미노산과 지방산을 섭취를 통해 충족해야 한다. 고기와 생선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예를 들어 필수아미노산의 하나인 타우린(taurine)이 부족할 경우 시력이 저하되거나 실명에 이를 수 있고, 소화기 질환과 확장성 심근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임신한 고양이가 타우린 결핍일 경우에는 미숙아나 선천성 결손증이 있는 고양이를 낳거나 사산할 수 있다.

고양이 사진과 타우린 화학구조 /사진=픽사베이 ⓒ포인트경제CG

더구나 무리한 채식을 시도해서 오히려 탄수화물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고양이의 비만과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고양이에게 탄수화물은 거의 필요하지 않은 영양소로 오히려 높은 혈당을 유발해서 다양한 질병에 노출시키는 꼴이 되는 것이다.

지난 2017년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RSPCA)는 성명을 통해 “고양이는 육식동물로, 비건식을 공급하는 것이 발견될 경우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한 바 있다.

개의 경우는 잡식성 동물에 속한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최소한의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충족이 되면 채식으로 부족분을 채울 수는 있다. 다만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의 함량을 고려하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미국사료협회(AAFCO)가 기준으로 제시한 개의 성장과 번식을 위한 단백질 최소 요구량은 약 22.5%다. 하지만 단백질이 20% 이상 함유된 식물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를 맞추기 위해 다량으로 섭취하면 오히려 영양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철이나 아연 등과 같은 미네랄도 식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성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개와 고양이 사료의 영양적 적정성'-2014년 AAFCO 개 사료 성장 및 번식을 위한 영양 프로필은 건조 물질의 최소 조단백질 농도를 22.5%로 권장한다. /미국 사료통제국(AAFCO)

비건 사료를 표방하는 제품들은 순수한 의미의 비건 식품이 아닌 것도 지적할 수 있다. 식물성 원료로 이루어진 사료에 영양소를 맞추기 위해 동물성 원료를 첨가한 눈 가리고 아웅식의 성분표가 과연 진짜 비건 식품이냐는 것이다.

개인의 신념은 중요하다.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전혀 다른 반려동물에게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고자 한다면 반려동물의 건강과 즐거움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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