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학교 급식 종사자 중 55세 이상 또는 10년 이상 종사자 대상
폐암 선별검사로 사용되는 '저선량 폐 CT 촬영' 실시
"급식실 종사자에 대한 폐암 전수조사 필요"
"급식실 폐암 포함한 직업성암 추정의 원칙 확대와 법제화 촉구"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급식실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 및 환기시설 전면교체 촉구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올해 2월 급식실 조리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폐암이 처음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은 이후 폐암에 걸린 급식실 노동자의 산재 승인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급식 종사자의 건강상태 확인을 위해 폐암 건강진단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그 대상자가 한정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학교 급식 종사자의 폐암 산재 승인자는 13명으로 나머지 17명은 현재 조사 중, 1명은 불승인된 가운데, 노동부는 학교 급식 종사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폐암 건강진단 실시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합교 급식실에 근무하는 노동자 중 55세 이상 또는 급식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자를 대상으로 국가 암 검진에서 폐암 선별검사로 사용되는 '저선량 폐 CT 촬영'을 실시한다는 것. 하지만 대상자가 55세 이상이나 10년 이상 종사자로 한정하고 있어 급식실 종사자에 대한 폐암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지난 10월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학교급식실 산업안전보건·교육복지사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제도개선 촉구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정책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3일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이하 직업성암119)는 지난달 22일 성명을 통해 3명의 급식실 폐암 노동자가 추가 역학조사 없이 산재 승인된 것에 대하여 조리 흄의 발생원인인 고온의 튀김, 볶음 요리가 많았고, 환기시설 등 열악한 작업환경이 폐암과의 업무 연관성으로 너무나 명확하여 불필요한 역학조사없이 곧바로 산재 인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직업성암 산재처리기간이 평균 1년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 8월부터 이번까지 5명의 급식실 폐암 노동자 산재 승인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3개월 남짓"이라며 "이러한 산재 승인 사례는 급식실 폐암이 직업성암 추정의 원칙 적용 대상에 해당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노동부 근로복지공단은 급식실 폐암을 포함한 직업성암 추정의 원칙 확대와 법제화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직업성암119 급식실 폐암 집단산재신청자 산재승인 처리기간 비교 /일과건강 갈무리

급식실 작업환경에서 노출되는 유해물질은 고온에서 다량의 기름을 사용해 조리할 때 발생하는 '조리 흄', 조리 기구와 급식실 세척·청소용 락스 등 세척제의 유행성분 등이 있으며, 창문이나 환기 시설이 낙후되거나 다른 설비로 막혀있는 경우 환기가 이뤄지지 않아 다량의 유해물질이 노출된다.

고용부는 내년 초에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 이달부터 내년 1월까지 교육청과 각 학교 조리실 대상 산업보건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체 점검을 실시하고, 일부 학교에서는 현장점검도 진행된다.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학교 급식 조리실 표준환기 가이드'를 개발해 환기 시스템 개선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급식실 작업환경 측정 표본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김지철 충남교육감 /사진=뉴시스

한편, 지난 2일 충남교육청은 폐암 등의 산재를 예방하고 학교 급식실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오는 5일까지 학교 급식실 작업환경측정 표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음 ▲포름알데히드 ▲일산화탄소 ▲벤젠 ▲호흡성 분진 등의 유해인자 노출 정도를 측정한다고 밝혔다. 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보건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작업환경측정 전수조사를 위한 본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 9월 제주도교육청은 도내 공립학교 급식종사자 800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 15일부터 오는 12월20일까지 선제적인 건강진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차 검사에선 흉부 X-ray, 폐활량 검사, 기초 문진 등이 이뤄지며 1차 검사 결과 건강 수준 평가가 곤란한 급식종사자를 대상으로 폐 CT, 결핵 도말검사 등 2차 검사가 진행된다. 이를 통해 급식종사자들의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증세가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등 지속적인 건강관리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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