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위생열대의학 학교 연구, 23개국에서 726개의 매독 샘플 수집
"수많은 국가에서 거의 동일한 샘플 존재는 질병 전염 시사"
국내, 2019년 1750명의 환자 발생 보고
선천성 매독으로 인한 아기의 건강 우려
"남성 간 성관계로 인한 매독 사례 증가"

80~90년대에 감소했던 매독이 지난 20년 동안 다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네이처 미생물학에 발표된 런던 위생·열대 의학 학교(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의 연구에 따르면 매독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감소했는데, HIV/AIDS의 전염 위기 우려로 더 안전한 성행위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간 매독은 다시 확산되어 2010년 이후로 일부 국가에서는 300% 이상 증가했다. 

연구에 따르면 공중 보건 관점에서 우려되는 점은 수많은 국가에서 거의 동일한 샘플이 존재한다는 것은 질병이 전염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매년 약 600만 명이 감염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성병 중 하나인 매독은 매독균(Treponema pallidum)에 의해 발생하며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개인이 감염되었음을 깨닫기 전에 증상이 사라지거나 전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매독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연구원들은 23개국에서 726개의 매독 샘플을 수집했다. 미국과 서유럽의 표본과 중앙아시아, 호주, 아프리카와 같은 지역도 포함되었다. 각 샘플의 게놈을 시퀀싱 하고 계통 발생 및 클러스터 분석을 수행해 전 세계 매독 개체군을 매핑했는데 모든 샘플이 Nichols와 SS14라는 두 개의 깊게 분기된 혈통에서 나온 것임을 발견했다. 두 혈통은 현재 표본화된 23개 국가 중 12개 국가에서 순환하고 있으며 이 중 14개 국가에 거의 동일한 표본이 존재했다. 

매독 글로벌 분포 - 726개 부분(게놈 위치의 >25%) 게놈에 대한 표본 국가의 지도. 원 크기는 전체 게놈 수(카테고리로 분류됨)에 해당하고 색상은 국가에 해당 /ⓒ런던 위생·열대 의학 학교, 메디컬엑스프레스 갈무리

이 연구는 백신 디자인과 약물 내성에 영향을 미칠 매독균의 유전적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원이며, 시퀀싱 된 많은 샘플은 많은 성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항생제 종류인 마크로라이드에 내성이 있었지만 가장 흔한 매독 치료제인 벤자틴 벤질페니실린에 내성을 보이지는 않았다. 

연구원들은 모든 매독 백신이 현재 유통 중인 매독균의 가장 일반적인 계통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매독 환자 발생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9년 1750명의 환자 발생이 보고되었으며, 매독 1기는 1176명, 2기는 554명, 선천성 매독은 23명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이 1276명으로 72.9%, 여성은 474명으로 27.1%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20~40대가 70% 이상이었고, 60세 이상은 11%로 나타났다.

국정모니터링지표 'e-나라지표' - 법정 감염병 발생 현황 일부 ⓒ포인트경제CG

지난해 매독을 비롯해 성매개감염병인 임질, 클라미디아감염증, 연성하감, 성기단순포진, 첨규콘딜롬 6종 자료를 분석한 국내 연구에서 임질과 연성하감을 제외하고 매독을 포함한 클라미디아감염증 등이 최근 5년간 뚜렷한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매독은 20~30대가 2014년 대비 2.4배 증가했고, 60대 이상이 22배가 넘게 증가해 노인층에서 급격히 증가했음을 보여주었다.

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매독은 스피로헤타(spirochete)과에 속하는 세균인 트레포네마 팔리듐균(Treponema pallidum)에 의해 발생하는 성병으로 신체 전반에 걸친 감염 증상이 나타나는 염증성 질환이다.

1기 매독의 주요 증상은 통증이 없는 피부궤양이며, 이러한 궤양은 매독균이 피부접촉을 통해 들어간 그 부위에 생긴다. 성기 부위나 항문 주위 등이며, 통증이 없는 궤양은 3~6주 정도 지속되며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호전되지만 매독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는 경우 2기 매독으로 진행할 수 있다. 

2기 매독은 피부의 발진과 점막의 병적인 증상이 특징이다. 발진이 전신에 발생하며, 손바닥과 발바닥에 나타나는 발진이 매독의 특징적인 증상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발열, 임파절 종대, 인후통, 두통, 체중 감소, 근육통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중추 신경계를 침범하는 신경매독은 증상이 없거나, 뇌막 자극 증상, 뇌혈관 증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매독균
매독균

선천성 매독으로 인한 아기의 건강 우려

매독은 일반적으로 성관계에 의해 주로 전파되지만 모체에서 태아에게로 전파되기도 한다.

임신 중에 발생하는 매독 감염은 아이에게 전염돼 선천성 매독을 유발할 수 있고, 이것은 전 세계적 사산의 두 번째 주요인이기도 하다. 뇌 손상을 포함해서 아기에 심각한 발달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임신 중 조기 검진과 치료를 통해 예방해야 한다.

지난 7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보고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에서 지난해 미국에서 태어난 2022명의 영아가 선천성 매독에 걸린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2019년 1870명 보다 많은 수치이며,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사례 수를 나타내고 있다.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CDC 연구원들은 2022건의 사례 중 6.9%가 선천성 매독과 관련된 사망과 관련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매독의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 것이 선천성 매독을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임산부의 매독을 식별하고 치료하는 것은 유아 사망과 장애를 예방하는 데 여전히 매우 중요한 이유다.

매독은 일부 국가에서 남성 간의 성관계에서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 지난 2017년 영국 매독 사례의 90%가 이에 해당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의 헬렌 파이퍼 박사는 최근 수십 년 동안의 매독 사례의 폭발적 증가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남성 간의 성관계(MSM) 중 잠복기에 진단되는 사례의 비율이 높고 이성애자 사이에서의 매독 증가도 선천성 매독의 위험으로 인해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한다. 

그는 "새롭고 우연한 파트너와의 성관계에서 콘돔을 꼭 사용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성병은 개인의 건강과 미래의 파트너의 건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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