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기 박사, 병충해 강한 '슈퍼카사바' 개발
카사바 뿌리, 고구마보다 높은 녹말 함량...면·빵 등 요리
당 지수 낮고 글루텐 들어있지 않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애용

카사바 요리 (좌측상단부터 카사바(유카) 튀김, 카사바떡, 카사바 치즈 케이크)  /사진=만개의레시피, LampCook, nctodo.com

전 세계 8억 명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식량원으로 소비되는 카사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선정한 세계 8대 농작물에 포함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느낌이 많은 작물이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열대 작물 카사바는 2~3m 정도 자라는 초본성 관목이자 뿌리 부분이 기다란 고구마처럼 생긴 덩이뿌리 식물이다. 가뭄에 강하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서 활발하게 재배 중이다.

카사바 /사진=충청북도농업기술원 '충북의 아열대작물' 갈무리

카사바는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에서 주식으로 사용되는데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나라 농학자의 역할이 컸다. 1970년 국제열대농학연구소(IITA)의 인터뷰 요청으로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나이지리아에 방문한 한상기 박사는 당시 카사바 바이러스 병과 박테리아 병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에 한 박사는 저항성 품종을 만들기 위해 카사바 재래 종자 100여 종을 수집·연구했고 병충해에 강한 내병다수성 카사바(수퍼카사바)를 개발해냈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은행의 자금 지원을 직접 요청하고 나이지리아 정부의 정식 보급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나이지리아와 콩고 등에서 농촌지도자와 농학자 양성에도 힘썼다. 이 같은 공로를 바탕으로 나이지리아 이키레 마을 사람들은 한 박사를 '명예'가 아닌 진짜 추장으로 추대하기도 했다.

카사바 뿌리는 20~30% 수준의 녹말 함량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고구마의 17%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쌀이나 밀을 생산할 수 없는 지역이나 상황이더라도 카사바 녹말을 이용해 면이나 빵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어왔다. 그리고 지금은 아프리카 빈곤 퇴치를 위한 주요 작물이자 열악한 환경에 있는 국가들의 수출품목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생카사바 뿌리 100g당 영양성분 /사진=충청북도농업기술원 '충북의 아열대작물' 

카사바는 주식 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높은 녹말 함량에 비해 당 지수가 낮고 글루텐이 들어있지 않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애용되는가 하면 음료에도 사용되는데, 우리가 즐겨마시는 밀크티에 들어가는 타피오카 펄도 카사바 뿌리에서 얻은 것이다. 또한 전분과 주정, 바이오에탄올 연료 등으로도 활용되며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일찍이 많은 화제를 모았던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서는 카사바를 '천상의 식물'로 소개한 바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충북에서 처음으로 카사바의 노지재배에 성공했다. 2019년 충북 농업기술원의 성공을 바탕으로 일반 농가에서 시도, 1000㎡ 밭에서 1.5t가량의 카사바를 수확하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와 농가의 실질소득 증대를 위한 노력으로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카사바 현장 평가회 사진 /사진=충청북도농업기술원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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