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부터 시작된 11월 1일 세계 비건의 날
건강·윤리·종교·환경 문제와 맞물려 확대되어 가는 채식주의
채식급식·채식 선택권 등 우리나라도 변화 중
영양균형과 메뉴의 다양화는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세계 비건의 날(World Vegan Day) /사진=픽사베이 ⓒ포인트경제CG
세계 비건의 날(World Vegan Day) /사진=픽사베이 ⓒ포인트경제CG

11월 1일은 '세계 비건의 날(World Vegan Day)'이다. 1944년 11월 영국에서 비건 소사이어티(UK Vegan Society)가 설립된 것을 시작으로 창립 50주년을 맞아 1994년 11월 1일부터 시작된 기념일이다. 채식주의자(Vegetarian)에서 파생된 비건(Vegan)과 비거니즘(Veganism)이라는 용어 역시 1944년 도널드 왓슨(Donald Watson)이 만들었다.

사실 채식주의는 2000년 이상 존재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정치가,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가장 유명한 채식주의자의 한 사람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학파 역시 고기를 먹는 것을 금했다. 그래서 채식주의라는 단어가 있기 전에는 '피타고라스 식단'이라는 말이 통용되기도 했다고.

이후 1800년대 초반 영국의 의사 윌리엄 램베(William Lambe)와 시인 퍼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에 의해 완전 채식에 대한 본격적인 화두가 던져졌다. 이를 바탕으로 최초의 채식주의 단체 역시 영국에서 1847년에 150명의 회원을 시작으로 결성되었고, 3년 후인 1850년에는 미국에서도 채식주의자 협회가 만들어졌다.

초기 채식주의 단체는 건강과 윤리적인 문제에 주목했다. 깨끗한 물과 채식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과 육식에서 발생되는 필연적인 살생과 잔혹함을 강조했고, 절제의 삶이 강조되는 종교적 가르침과 맞물려 영향력을 늘려갔다.

오늘날 채식주의는 여기에 환경에 관한 관점이 추가됐다. 옥스퍼드 대학이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OWID(Our World in Data)에서는 농·축산업이 인간이 발생시키는 이산화질소의 81%, 메탄의 44%, 이산화탄소의 13%를 차지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대부분 소와 양, 돼지의 사육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육식의 문제가 환경에도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어떤 식으로 비교될까?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의 이산화탄소 배출량(탄소 발자국)은 어떤 식으로 비교될까? /ourworldindata 갈무리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주목하며 채식 위주의 식단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루 400g의 과일과 채소, 50g 이하의 설탕, 43g 이하의 고기 섭취를 추천한 것인데,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29~7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어마어마한 물 사용량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다. 국제 환경단체 ‘물발자국 네트워크(Water Footprint Network)'는 소고기 1kg을 만들고 소비하는데 1만 5415L의 물이 필요하다며 이는 같은 양의 쌀보다 6배가량의 물이 더 소요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역시 kg당 5988L, 4325L의 물이 소요되어 동물성 식품이 농작물보다 물 발자국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말한다.

농작물 및 동물에서 유래한 일부 엄선된 식품의 물 발자국 /waterfootprint 갈무리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채식 인구는 지난해 200만 명에서 올해 250만 명으로 늘었다고 추산한다. 이는 2008년 약 15만 명에서 16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급격한 상승률이다. 특히 채식 인구의 절반 정도가 MZ 세대인 것으로 추정하는데 가치관과 신념에 따른 '가치 소비' 성향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한다.

이 같은 분위기는 편의점과 급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최근 편의점에서는 대체육으로 구성된 도시락을 선보이는가 하면 비건 관련 아이스크림, 젤리, 셰이크 등 품목을 다양하게 확대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비건 상품 매출이 18배 늘어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2020년 10월부터 울산광역시 교육청은 초중고생 '채식 선택 급식', '고기 없는 월요일'을 추진하고 있는가 하면, 올해 들어 서울과 인천은 모든 학교에서 월 2회 채식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군 역시 올해 2월부터 병역판정 검사에 '채식주의자' 표시란을 추가하며 채식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부대 여건에 따라 김, 연두부, 야채비빔밥 등을 대체품목으로 제공하고, 우유 대신 두유를 지급하는 식이다.

채식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개선이 지속되는 가운데 균형 잡힌 식단과 메뉴의 다양성은 여전히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단순히 채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는데 알맞은 영양소가 구성되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아울러 대체육·대체해산물·제철 식품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단조로운 메뉴를 다채롭게 발전시켜야 만족도와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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