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의 무게를 조절하고 수심을 유지해 주는 '선박평형수'
평형수를 넣고 빼는 과정이 해양생태계 교란의 원인이 되기도
'선박평형수관리협약(BWMC)'·'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TS)' 설치 의무화 진행 중
해양수산부, 일부 일본발 선박의 선박평형수 방사능조사 및 분석·공개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골든레이호 조사 보고서는 사고의 원인으로 안전성 계산 검증을 위한 시스템의 효과적인 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MaritimeCyprus 갈무리

지난 2019년 9월 8일 미국 동부 해안에서 대형 자동차 운반선이 전도된 사건이 있었다. 조지아주 브런즈웍 항에서 4천200여 대의 자동차를 싣고 출항하던 현대글로비스 소속의 '골든레이'호가 항만 입구에서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완전히 전도된 것이다. 이 사고로 인해 적재된 차량은 전손 되어 약 2억 400만 달러(약 2400억 원)의 피해를 봤고 철거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고 이후 2년이 경과한 지난달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The 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 NTSB)는 보고서를 통해 사고의 원인으로 평형수(ballast water) 데이터 입력 실수를 지목했다. 골든레이호가 국제안전기준에서 1492t의 평형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했다고 적시하며, 담당 최고 책임자의 실수로 인해 발생했다는 결론이었다.

사고 후 MSC 분석에 의해 결정된 하중 조건의 비교(우측)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의 해양사고 보고서 갈무리

평형수는 배의 무게를 조절해서 적절한 수심으로 배가 떠 있을 수 있도록 하는 물이다. 화물을 내릴 때는 해당 무게만큼의 물을 채우고 화물을 실을 때에는 그만큼의 물을 빼는 식으로 배의 무게와 수심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배는 바닥 부분에 평형수 탱크(ballast tank)를 갖추고 있으며, 평형수로는 바닷물을 사용한다.

안전의 기본인 평형수지만 생태계 교란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평형수를 넣고 빼는 과정에서 다른 해양의 바닷물과 해양생물들이 뒤섞이게 되고 이는 해당 지역 해양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 국제해사기구(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IMO)는 연간 50억 내지 100억 톤의 바닷물이 평형수의 형태로 다른 나라로 옮겨지고, 7000여 종의 해양생물이 함께 이동한다고 추정한 바 있다.

선박 평형수 이동에 따른 해양오염 및 생태계 변화 과정 /이미지=이엠코리아주식회사 갈무리

사실 우리가 흔히 홍합이라고 말하는 지중해산 담치는 1950년대 평형수에 실려와 토종 홍합을 밀어내고 퍼진 결과다. 반대로 우리나라 참게는 평형수로 독일과 미국으로 건너가 정착한 경우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해사기구는 2004년 '선박평형수관리협약(BWMC)'을 채택, 공해상에서 평형수를 교환하는 것과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TS)'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 이후 건조하는 선박은 BWTS를 의무 설치하고, 2017년 이전 건조된 선박도 2024년까지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평형수를 처리하는 방식으로는 여과기를 설치하는 방식이나 자외선의 살균작용을 이용하는 방식, 오존을 이용해 살균 처리하는 방식 등이 있다.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고 경제성 차이가 있다 보니 기술의 조합과 새로운 기술의 개발이 요구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평형수에 관해 또 다른 중요한 관심사가 있다. 일본 원전 사고 지역에서 주입한 선박평형수의 우리나라 해양 유입에 대한 우려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올해부터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에서 선박평형수를 싣고 국내 항만에 입항해서 배출하는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방사능조사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아오모리현, 이와테현, 이바라기현, 지바현에서 입항하는 경우 상·하반기 각각 5척씩을 대상으로 방사능 조사를 진행한다.

일본에서 입항하는 선박의 선박평형수 내 방사능 농도 분석 및 공개 자료 /해양수산부, 해양방사능 정보 '선박평형수'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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