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안에 있는 경회루는 국보이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건물이다. 외국 사신을 접대하거나 임금과 신하가 함께하는 연회에 사용할 목적으로 만든 누(樓)로써, 임진왜란 당시 화재로 소실되었을 때도 경회루를 감싸고 있는 연못에서는 가뭄 때마다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지금의 경회루는 고종 4년(1867)에 중건된 것으로 건물의 구조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경회루로 가는 3개의 다리에는 벽사(辟邪, 요사스러운 귀신을 쫓는다)의 의미로 용과 기린 등과 같은 동물상이 새겨져 있기도 하고, '경회루 전도(慶會樓全圖)'에 의하면 공간과 기둥을 비롯 건물 전체가 주역의 원리에 따라 지어져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경회루의 바깥쪽 24개의 기둥은 우리나라의 24절기를 뜻하기도 하는데, 이는 국회의사당 건물을 받치고 있는 화강암으로 된 팔각 석주 24개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지난 10월 10일 대구는 31.8도를 기록하며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14년 만에 10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같은 날 김해나 창원, 광주 등지에서도 역대급 기온을 기록하며 전국적인 이상 기온 현상을 보였는데, 그 이틀 전인 8일은 24절기 중 하나인 한로(寒露)였다. 말 그대로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이자 이슬이 서리로 변하기 직전의 시기를 의미하는데, 아주 이례적인 고온현상이 기승을 부렸던 것이다.
그런데 거짓말 같게도 일주일도 채 안 된 16일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올가을 첫 한파특보가 발효됐다. 서울의 경우 2004년 이후 17년 만에 10월 중 한파특보가 내린 것을 비롯해서 경기, 충남, 충북, 전북 등지에 한파경보가 발효된 것이다.
기상청의 설명에 따르면 10월 초의 이상 고온은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며 아열대고기압이 발달한 것을 주목한다. 중국 해안을 따라 평년보다 1~2도가량 높은 고수온역이 나타나 평년보다 더 구름이 발달, 중위도로 이동 및 하강하면서 아열대고기압이 되어 이상 기온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어진 이른 한파의 경우 북서쪽의 찬 공기가 남하한 영향이라고 설명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변동성에 대한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4월 기상청은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보고서'를 발간했다. 전국 6개 지점(인천, 부산, 목포, 서울, 대구, 강릉)의 평균을 반영해서 분석한 내용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한반도의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30년(1991~2020)과 과거 30년(1912~1940)의 결과를 비교해서 분석한 '장기적 기후변화'를 살펴보면, 봄과 겨울의 기온 상승이 뚜렷하고 봄과 여름의 시작일이 빨라졌으며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10년(2011~2020)과 최근 30년(1991~2020), 최근 30년(1991~2020)과 지난 30년(1981~2010) 결과를 비교해서 분석하는 '최근 기후변화'에서는 여름 기온 상승이 뚜렷하고 겨울 기온은 다소 하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109년을 통틀어 최근 10년 동안 폭염이 가장 많이 발생했고, 최근 30년 중 최근 10년에 저온 극한기후 현상이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관해 보고서에서는 자연적 원인(태양에너지 변화, 지구 공전궤도 변화, 화산활동, 자연 변동성 등)과 인위적 원인(온실가스와 에어로졸 배출, 토지이용 등)을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기후의 변동성이 최근 들어 더욱 급격해지고 있음을 여러 지표를 통해 보여준다. 기후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발생 중인 이상기후와도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제 농업과 세시 풍속의 근간이 되어온 절기도 큰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에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고,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보다 '입추(立秋)'때 기온이 더 높다. 우리가 겪은 몇 주간의 기온 변화는 어찌 보면 아주 큰 변화의 한 부분에 불과하면서도 한편으론 거대한 경고인지도 모른다.
포인트경제 김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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