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력은 전신 근력을 파악하는 지표, 강할수록 수술 후 회복도 좋아
수면시간·청소년의 키와 몸무게와도 관련 있어
당뇨병·고혈압·뇌 건강 등과의 관련 연구도 활발

악력 /사진=픽사베이

악력은 손아귀의 쥐는 힘으로 자신의 건강과 체력 수준을 대변한다. 실제로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데 주요 척도로 들어가며,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의 체력시험 항목에도 포함된다. 이는 악력이 강하다는 것은 단순히 손의 힘이 세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신 근력 수준이 높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악력과 관련한 연구는 꾸준하고 다양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김호중 교수 연구팀은 지난 3월 국제 학술지 ‘척추 저널(The Spine Journal)’에 실린 논문을 통해 악력이 강할수록 척추변형 교정수술 후 결과가 우수하다고 밝혔다. 척추변형은 70세 이상 노인 중 70%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퇴행성 질환이지만 수술을 할 경우 환자마다 증상의 호전 정도가 달라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학계에서는 근력과 근육량이 우수할수록 수술의 결과가 좋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척추변형 환자에게 확인하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악력이 전신 근력과 근육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직관적인 지표라는 점에 착안해서 척추변형 교정수술의 예후와 악력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퇴행성 척추변형 교정수술을 받은 7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고악력(남성 26kg 이상, 여성 18kg 이상)과 저악력(남성 26kg 미만, 여성 18kg 미만)의 수술 후 시간 경과에 따른 장애와 통증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장애 정도 측면과 통증 개선에서 모두 고악력 환자들이 더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악력과 수면시간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흥미롭다. 노년층의 경우 하루 8시간 이상 잠을 자게 되면 악력이 정상 기준보다 낮을 위험이 두 배 이상이고, 중·장년층의 경우 주말에 8시간 넘게 잠을 자는 것도 악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지난해 인제대 부산백병원 가정의학과 이가영 교수팀이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지'를 통해 밝힌 논문에 따르면, 나이가 61세 이상이면서 하루 수면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는 남성의 악력 저하 가능성은 동일 연령대의 수면시간이 7~8시간인 남성의 1.8배(여성의 경우 1.7배)였다. 잠을 몰아서 자기 쉬운 주말에 7~8시간을 자는 중·장년 남성의 악력 저하 가능성은 2.7배, 8시간을 넘게 자는 경우는 4.9배 높아진다. 청년층 여성도 주말에 8시간 넘게 잠을 자면 악력 저하가 1.5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수면 부족도 악력 저하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하루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인 노인층 여성의 악력 저하 가능성도 같은 연령대의 정상수면 여성보다 1.4배 높았다. 이 연구는 2016~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1만 78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것으로, 이를 확장한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14~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만 93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건국대 충주병원 오은정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너무 적거나 많을 경우 악력이 약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분석에 따르면 하루 9시간 이상을 자는 사람들의 악력이 가장 낮았고, 5시간 미만 자는 사람들의 악력이 그다음으로 낮았으며, 하루 6~7시간을 자는 사람들의 악력이 가장 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수면시간이 길면 신경근 조절 기능 이상과 근력 감소가, 수면시간이 너무 짧으면 근력 감소를 포함한 기능저하가 원인인 것으로 설명한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 '성인의 악력과 수면시간의 연관성: 국민건강영양조사(2014–2017) 이용' 갈무리

악력이 청소년의 키와 비만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경인여대 표은영 교수는 악력을 체질량지수(BMI)를 반영한 상대 악력으로 변환해서 연구 대상인 청소년들을 1~4등급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남자 청소년의 경우 상대 악력이 강할수록 키가 크고 몸무게가 무거웠고, 총 콜레스테롤·중성지방·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았다. 여자 청소년의 경우는 상대 악력이 강할수록 키가 더 컸으나 등급별 체중차는 크지 않았다. 남녀 청소년 모두 비만일수록 상대 악력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악력은 당뇨병·고혈압·뇌 건강 등과 관련이 있다는 국내외의 다양한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보통 악력은 20대까지 증가하다가 이후에 감소하게 되는데 꾸준히 관심을 가지는 것이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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