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술·혼술이 늘어나며 음주 빈도도 증가
적은 양이더라도 정기적으로 꾸준히 마시면 심방세동 위험 증가
당뇨병 환자도 술을 줄이면 심방세동 위험 낮추기도

길어지는 코로나 시국으로 홈술·혼술 역시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집에서 가볍게 마시는 술로 자리 잡은 와인의 경우 주요 편의점에서 새로운 매출 기록을 세우고 있으며, 관세청은 와인이 맥주를 제치고 주류 수입액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명절 선물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이달 초 롯데마트는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 기간 동안 위스키 선물세트와 와인 선물세트 매출이 각각 157.6%, 210.6%씩 늘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회식과 모임이 줄어들어 술 마시는 일이 적어졌다고 착각하기 쉬우나 홈술·혼술의 유행이 오히려 음주 빈도를 높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월평균 음주 빈도가 2016년 8.9일을 기록한 이후로 매년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2020년에는 9일을 기록하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주류 관련 트렌드가 혼술(74.9%), 홈술(72.0%)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집에서 술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0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
2020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월 평균 음주 빈도, 주종별 음주 비중,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주류 트렌드) /농림축산식품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려가 되는 것은 어떤 면에선 잦은 음주가 가끔의 폭음보다 좋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부정맥 중에 가장 흔하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고 떨리는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은 정기적인 음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 1월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적당한 양이라도 술을 정기적으로 마시는 사람들은 심방세동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10만 8천여 명을 대상으로 14년간 추적 연구를 한 결과 정기적으로 술을 마신 사람이 술을 전혀 안 마시는 사람에 비해 심방세동 발병 위험이 16%가량 더 높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의 설명에 따르면 기준이 되는 술의 양은 와인의 경우 120ml, 맥주의 경우 330ml 정도로 하루에 약 1~2잔 정도라고 보면 된다.

심방세동, 음주의 양보다 빈도가 문제 /사진=픽사베이 ⓒ포인트경제CG

이에 앞서 2019년 고대 의대 순환기내과 최종일 교수팀은 섭취하는 알코올 양보다 마시는 횟수가 심장세동 발병에 더 위험하다고 유럽심장학회지(EP Europace)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심방세동이 나타난 수검자 약 2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일주일에 술을 두 번 마시는 사람보다 매일 마시는 사람의 심방세동 발병 가능성이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술을 줄이면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당뇨병학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에서 매월 발행하는 학술지 'Diabetes Care'에 실린 우리나라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음주량을 줄인 당뇨병 환자의 심방세동 발생 위험은 비음주자와 비슷해지는 결과를 얻었다.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음주량 변화에 따른 심방세동 발생률 변화 /서울대학교병원 갈무리

하루 평균 20g 이상의 음주를 지속해온 2만 809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음주량을 줄인 환자의 심방세동 위험이 음주를 계속한 환자에 비해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19% 감소했다는 것이다.

'가볍게 한 잔'은 스트레스 해소와 기분전환에 의미가 있다. 다만, 가벼운 한 잔의 연속에 대해서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연구결과들의 의미가 아닐까.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