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토너의 머릿속엔 페이스 관리 40%, 고통과 불편함 32%, 날씨·지리·환경 의식 28%
수분 공급을 통한 혈액량·체온관리 등이 관건
마라톤은 면역력 상승·체중 감량·정신건강관리 등에 효과
케냐 출신의 대한민국 마라톤 국가대표 오주한 주목

마라톤 /사진=픽사베이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라톤은 상징성과 종목의 난이도로 남다른 가치를 인정받는다. 마라톤은 42.195km를 달리는 동안 자신과의 싸움은 물론 수많은 경쟁자와 더 많은 관중들의 관심 속에서 엄청난 집중력과 에너지를 2시간 넘게 쉴 새 없이 유지해야 한다.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생리적 시스템을 가동하는데 여기서 오는 정신적·육체적 부담은 상상이상이다.

국제스포츠운동심리학회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Sport and Exercise Psychology)에 따르면 마라톤 선수들은 보통 자신의 페이스와 거리를 먼저 생각한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의 페이스 조절에 대한 생각이 약 40%, 경기 중 고통과 불편함에 대한 생각이 약 32%, 날씨·지리·환경 등에 대한 생각이 약 28% 정도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일단 경기가 시작되기 전 선수들에게는 긴장으로 인해 아드레날린이 급증하며 뇌는 호흡을 늘리기 위해 폐에 신호를 보낸다. 경기 시작부터는 심장이 평소보다 혈액의 3~4배를 펌핑하게 되는데 이때 혈액은 근육을 지원하는 쪽으로 집중하게 된다. 몸에서 발생하는 열은 평소 대비 30~40배가 증가하고 체온을 37℃~38℃로 유지하기 위해 땀샘은 매우 바빠지며 경기 중 3~6L의 땀을 흘리게 된다.

마라톤 전 수분을 섭취하는 선수들 /사진=프리픽

그래서 적절한 수분 공급으로 혈액량을 유지하고 체온관리와 신장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관건이 된다. 경기가 있는 날의 기온과 습도 수준에 따라 수분을 섭취하는 양도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마라톤 선수들은 1마일(약 1.6km) 당 약 100~120칼로리를 소모하게 되는데 32km 지점을 지나면서부터는 신체에 저장되어 있는 포도당은 전부 소진되는 상태가 된다. 이때 느끼는 주자의 심리적·신체적 고통을 일종의 벽으로 표현, 'runner’s wall'이라고도 하는데 전해질 음료와 스포츠 젤을 통해 에너지 공급과 혈당관리를 도모한다.

마라톤을 달리는 동안 선수들은 약 40000보를 딛게 된다. 지면을 디딜 때마다 근육과 관절에 충격이 누적되는데 그 결과 허벅지와 종아리 외에도 팔과 어깨, 등에 이르기까지 전신에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강도 높은 운동을 했을 때 발생하는 후유증의 하나인 지연발생근육통(DOMS, Delayed Onset Muscle Soreness)이 생기기 쉬운데 완주 이후 2-3일 동안 이어지며 심하게 느낄 수 있다.

마라톤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수분을 잃고, 신장으로 가는 혈류량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예일대학교 연구진이 22명의 마라토너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선수들의 82%가 마라톤 완주 후에 신장 손상 수치를 기록했다. 해당 선수들의 경우 신장 기능의 지표로 평가하는 크레아티닌 수치가 신장 관련 국제 기준 AKIN(Acute Kidney Injury Network)이 정의한 급성 신장 손상 1~2단계에 속한다는 것이다. 또한, 73%의 선수에게서는 세뇨관 손상이 발견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수준에 맞는 운동량이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마라톤을 하면 신장이 손상되나요? /'마라톤 선수의 신장 손상 및 복구 바이오마커', 미국 신장병 저널 AJKD 갈무리

이런 부담이 있음에도 전문가들은 마라톤의 장점을 강조한다. 내과 및 심장전문의인 마이클 바버(Michael J. Barber) 박사는 "마라톤이 면역체계를 향상시켜 몸이 세균과 싸우는데 효과적이고 효율적이 된다. 체중 감량에도 탁월하다. 장거리 달리기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는 만큼 영양 프로그램과 병행한다면 체지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달리기는 엔도르핀,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과 같은 긍정적인 신경전달 물질을 촉진하고 뇌를 '알파파(alpha-wave)' 상태로 만들어 행복감과 차분함을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집중력 향상과 스트레스 감소 등 정신건강을 높이는데도 마라톤은 굉장히 유리한 스포츠라고 평가받는다. 비단 전문가의 견해가 아니더라도 마라톤을 통한 성취감과 자신감 증가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마라톤 선수 중에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 케냐 출신의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는 2018년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인이 된 마라토너로, 지금은 자신을 발굴해 준 故 오창석 코치와 '한국을 위해 달린다'라는 의미로 오주한이라는 이름으로 달리고 있다. 이례적인 귀화와 함께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오 코치와의 사연이 알려지며 많은 기대와 응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도쿄 올림픽 남자 마라톤은 8월 8일 삿포로에서 열린다.

케냐 출신 마라토너 오주한(왼쪽)과 오창석(오른쪽) 국가대표 마라톤 코치 /사진=뉴시스

포인트경제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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