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의 이색 박물관 '이별(실연) 박물관'
이별로 인한 감정적 고통은 뇌에서 육체적 고통과 동일하게 반응
옥시토신·도파민·세로토닌의 금단현상 극복해야
이별의 의미와 삶과의 관계를 인정하고 생각해 보는 기회를

스타벅스 컵과 거기에 부착된 빈 포춘쿠키 봉지, 고장 난 헤어드라이어, 46년이 지난 빛바랜 선원 모자... 각자의 사연을 담고 있는 수많은 물품들.

첫사랑과의 이별 사연이 담긴 스타벅스 컵에 부착된 포춘 쿠키의 빈 봉지 /이별 박물관 갈무리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있는 '이별(실연) 박물관'은 2006년 선적 컨테이너에서 창작 예술 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실제 연인이었던 두 사람이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가슴 아픈 이별의 사연과 상징적인 소유물을 모아 공유함으로써 서로 위로받고 정서적 붕괴를 극복하자는데 그 취지가 있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관심으로 사연과 기부금이 몰려들었고 박물관의 형식으로 발전했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전시회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이별을 겪으면서 느끼는 감정적 고통은 육체적 고통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1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이별(사회적 거절)로 인한 고통을 뇌에서 신체적 괴로움처럼 느낀다고 한다. 최근 원치 않는 이별을 경험한 사람에게 전 연인의 사진을 보여주고 자기공명 영상(fMRI)을 확인한 결과 육체적 통증을 해석하는 이차체감각피질 배후측 뇌섬염(secondary somatosensory cortex ; dorsal posterior insula)이 활성화되는 것이 확인됐다. 뇌에서는 이별이라는 감각적 고통을 같은 영역에서 육체적 고통과 마찬가지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심리학 전문매체 'Very Well Mind'는 이별을 겪을 때 신체는 일종의 '비상사태'에 돌입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심장박동이 빨라지거나 떨림이 생기고 위협에 대처하려는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에 대해 미국 임상심리학자 크리스틴 비앙키(Kristin Bianchi)는 "근육 긴장과 식욕저하, 위장 장애를 경험할 수 있으며 수면장애도 느끼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두통, 복통, 근육통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다른 사람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애정을 느끼게 하는 옥시토신, 쾌락과 관련 있는 도파민, 기분을 조절하고 행복과 밀접한 세로토닌은 우리가 사랑을 할 때 활성화되는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들이다. 우리가 이별을 경험하게 되면 이런 물질의 공급이 끊어지고 금단현상을 겪게 된다. 결국 우리가 이별로 인해 불안과 우울을 느끼는 것도 이와 같은 과정의 결과다.

옥시토신과 도파민의 화학구조 ⓒ포인트경제CG
옥시토신과 도파민의 화학구조 ⓒ포인트경제CG

심리치료사이자 작가인 마이크 도우(Mike Dow)는 커다란 이별을 경험했을 경우 약 한 달 정도는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가까운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 반려동물에 대한 할애 등과 같이 기분전환이 가능하고 기분 좋은 신경전달물질의 공급을 위한 활동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바람직한 식이요법, 운동, 규칙적인 수면이 동반되면 뇌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이별에 관한 사람들의 반향이 큰 것은 과학적인 고찰이 필요 없을 만큼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신의 인생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다. 비단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만큼 누군가 혹은 그 무엇과의 공감과 동행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빛나게 해주고, 이별은 그 무게만큼 상처와 성숙을 가져다주는데 우리는 이 과정에서 삶에 대한 깊은 고찰을 경험하게 된다.

문득 영국 소설가 조지 앨리엇(George Eliot)의 한마디가 떠오른다. “이별의 아픔 속에서만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Only in the agony of parting do we look into the depths of love)"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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