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잃는 감정, 가족 잃은 것과 같아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은 몸과 마음에서 모두 발현될 수 있어
함께하는 동안 후회 없게, 슬픔은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

반려동물 /사진=픽사베이

국립국어원은 지난 4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을 대체할 우리말 순화어로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을 선정했다. 반려동물의 실종이나 죽음으로 상실감, 슬픔, 우울감, 절망감 등을 느끼는 현상을 의미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반려인 1500만 명 시대가 되면서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은 사회적 현상으로서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019년 KBS의 한 방송에서 50~60대를 대상으로 '내 삶의 우선순위'를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 결과는 1위 자기 자신, 2위 배우자, 3위 자녀, 4위 부모 형제에 이어 5위가 반려동물이었다. 여기서 6위가 며느리와 사위라는 결과를 보면 반려동물에 대한 의미가 어느 정도인지 설명이 된다. 반려인들이 단순히 동물을 잃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잃는 감정을 고스란히 겪는다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은 실제 여러 가지 증상으로도 나타난다. 심리치료사들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잃으면서 느끼는 슬픔을 통상 1~2개월에서 길게는 1년 정도로 보고 그 이상으로 지속될 경우에는 전문적인 치료를 권한다.

반려동물이 죽은 뒤 1년까지의 시간별 반응. 대다수가 비탄의 증상을 경험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감소하는데 처음에는 절반 이상이 눈물 73.6%, 우울 56.9%, 외로움 52.3%, 죄책감 51.1% 등이다. / 미시간-플린트 대학교, '비통한 애완동물의 사망: 표준·성별·애착 문제'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서는 61세 여성이 반려견이 죽은 후 심한 가슴 통증으로 내원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여성의 심장 조영술과 초음파 검사에서 발견된 '타코츠보 증후군(takotsubo syndrom)'은 일명 '상심 증후군'으로 심장마비와 유사한 형태를 띠는데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신체적 반응의 한 예다.

타코츠보 심근병증 임상의학 이미지/ NEJM 갈무리

영국의 정신과 의사 케네스 케디(Kenneth M.G. Keddie)가 1977년에 출판한 '반려동물 사망 후 병적 애도'에도 몇 가지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13년을 함께했던 반려견을 잃은 16세 소녀가 손에 발진이 나고 음식을 삼킬 수 없는 증상을 겪었다거나, 14년을 함께한 반려견을 잃은 56세의 사육사는 악몽과 호흡곤란을 겪었다는 사례 등이다.

최근 '펫로스 상담사'나 '반려동물 장례지도사'에 관한 수업과 자격증이 생겨나는 것은 눈여겨볼만하다. 아직은 민간자격증으로 여러 곳에 개설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에 주의를 요하지만 업계에서는 저변이 확대되고 분야가 성숙해지는 과정으로 평가한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펫로스 상담 센터나 전화, 의미가 갖춰진 장례문화 등은 반려인과 우리 사회를 위해서라도 좀 더 확충되고 자리 잡아야 되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을 이겨내는데 모두에게 적용되는 방법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사람과 반려동물에게 다르게 적용되는 시간을 인정하며 함께하는 것이다. 수명의 차이를 인정하고 반려동물에게 구체적으로 해주고 싶은 크고 작은 일들을 실천하는 것이 보호자로서 후회와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감정을 숨길 필요 없이 충분히 표현하고 슬퍼하는 것도 좋은 태도다. 같은 경험을 한 사람과 공감을 한다든지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반려동물을 잃는 것에 대한 공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성숙한 반려문화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분위기로 꼽힌다.

경우에 따라서 다른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도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려동물이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사실을 경험으로써 알고 있기 때문에 사랑을 해줄 준비가 되어있다면 고려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모든 생명체는 같거나 대신할 수 없기 때문에 떠나간 반려동물과 동일시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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