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문제·ESG 경영의 확산·식생활 문화 변화로 급성장
PLA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가운데 후속 소재들의 추격
생산력과 비용 낮추기가 주요 관건

사진=픽사베이

세기의 혁명이라 불렸지만 어느새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플라스틱. 전통적인 석유계 플라스틱은 썩지 않는 문제와 탄소 배출의 취약함으로 퇴출을 요구받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대체재로 주목받는 생분해성 플라스틱(bio-degradable plastic)은 박테리아와 곰팡이 같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말한다. 

분해성 플라스틱의 종류 /KEIT PD 이슈 리포트 '생분해성 고분자 소재 연구 및 선진 연구 개발 동향' 갈무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에 따르면 생분해성 고분자는 천연, 합성, 미생물 생산, 천연물&합성 고분자의 합성으로 분류된다. 천연고분자류는 곡물에서 추출되는 녹말(starch), 게나 새우의 껍질에서 얻을 수 있는 키틴(chitin), 셀룰로오스(Cellulose) 등이 생분해 고분자들이며, 합성하거나 미생물에 의해 생산된 생분해성 고분자에 비해 가공성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특히 전분은 가격이 저렴하고 가공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변성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전분과 셀룰로오스 구조 /KEIT PD 이슈 리포트

최근들어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의 필수화와 포장 식품·배달 식품·밀키트 수요의 증가가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의 성장을 재촉하는 가운데 현재 어떤 소재들이 주목받고 있는지 알아보자.

PLA(Poly Lactic Acid) 

PLA는 대표적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옥수수, 카사바, 사탕수수의 전분을 활용해 만드는 친환경 수지다. 시장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PLA 시장 규모는 5억 5475만 달러(한화 약 6천억 원)으로 2021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18.1%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PLA 시장 규모 예상(2017~2028년) /Grand View Research 갈무리

PLA는 기존 플라스틱의 가격과 큰 차이가 없고 인체친화적이며 가공하기도 좋다. 석유계 플라스틱에 비해 쉽게 퇴비화되고 소각하더라도 독성 가스를 방출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

다만 PLA의 원천 재료가 작물이다 보니 수급의 변동성이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작황의 영향과 더불어 급격한 수요의 증가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기업의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PLA 시장에서 선도적인 기업인 네이처웍스(NatureWorks LLC)는 식물에서 추출한 젖산 대신 미생물을 활용해서 온실가스를 젖산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개발 중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에서의 PLA 사용 /녹색연합 '플라스틱 이슈리포트' 갈무리

Grand View Research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PLA와 관련해 북미시장이 가장 큰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카이위안증권연구소는 현재 중국 내 PLA 연간 생산능력 9만 9000톤이 168만 톤까지 향상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보고서(2019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약 4만 톤 규모로 국내 플라스틱 시장의 0.5%를 차지하며, 세계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의 1~2% 내외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SKC가 세계 최초로 PLA 이축 연식 필름의 성공적 상용화로 판매 중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PLA 원료를 수입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며, 생분해성 원료 소재는 대기업 중심의 연구 단계로 선진국에 많이 미미한 수준이다. 

PBAT(Poly Buthylene Adipate Terephthalate) 

PBAT는 화석연료에서 얻는 수지로 석유계 플라스틱과 같다. 그러나 일반 자연환경에서 분해되는 속도가 빠른데 매립할 경우 6개월 내에 자연 분해된다. 시장조사기관 DATA BRIDGE에 따르면 PBAT 시장은 2020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7.2%의 속도로 성장, 2027년에는 493.11톤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글로벌 PBAT 시장 규모 (지역별, 2020~2027년)/ DATA BRIDGE 갈무리

가공이 용이하고 낮은 강성과 우수한 인장 강도가 장점이다. 각종 봉지와 일회용 필름으로 활용되고 있는 중이며, 다른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와 합성하여 농업용 비닐이나 어업용 그물, 어망 부문으로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서 친환경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기존 플라스틱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단점이 있지만 최근 PBAT에 대한 수요의 증가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3분기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PHA(Poly Hydroxyl Alkanoate) 

앞선 PLA와 PBAT가 화학 합성계라면 PHA는 미생물 합성계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미생물이 세포 안에 쌓아놓는 물질이나 배설물을 활용하는 소재로 지금까지 나온 생분해성 플라스틱 중에서 친환경 수준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시장조사기관 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PHA의 시장규모는 2020년 6200만 달러(한화 약 690억 원)로 추정, 2025년까지 1억 1200만 달러(한화 약 125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PHA 유럽 시장 / MarketsAndMarkets 갈무리

바닷물에서도 6개월 내에 100% 생분해되는 유일한 소재로 높은 기대를 받고 있지만 생산량을 늘리고 속도를 높여야 하는 숙제가 있다. 공정 개발 수준이 초기 단계이다 보니 기존 소재들보다 생산 비용이 20~80% 정도 높은 것도 부담이다. 현재 PHA의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우리나라 CJ제일제당과 미국의 다니머 사이언티픽(Danimer Scientific), 일본의 카네카 코퍼레이션(Kaneka Corporation) 등 3개사에 불과하다.

생분해성 고분자 소재는 국내 석유화학 회사인 SK, GS칼텍스, LG화학 등과 발효 전문회사 CJ제일제당, 대상 등을 중심으로 발효를 통한 바이오 화학제품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일부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국내 바이오화학 개발 관련 생산기업 /KEIT PD 이슈 리포트 '생분해성 고분자 소재 연구 및 선진 연구 개발 동향' 갈무리

생분해 플라스틱의 또다른 과제

한편, 지난 1월 녹색연합에서 발간된 '플라스틱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사용되고 있는 생분해 플라스틱들은 퇴비화 조건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지침으로는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하는데 전국 종량제 봉투의 절반 이상은 소각되고 있으며, 재활용쓰레기로 분리배출 될 경우 재활용 선별에 혼란이 온다. 생분해 플라스틱의 사용과 처리 기준의 부재로 인해 친환경이라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폐기물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으로 식량 재배에 사용할 수 있는 땅을 빼앗기거나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농장 기계 연료 공급에 필요한 석유의 온실 가스 배출과 비료 사용으로 인한 환경 영향이 석유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PLA와 같은 일부 바이오 플라스틱은 유전자 변형 옥수수로 만들어지는데 이러한 변형 작물이 환경과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녹색연합 '플라스틱 이슈리포트' 갈무리

바이오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쉽게 재활용할 수 없다는 문제와 일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매립에서 분해되면 지구 온난화 문제를 더욱 가속시키는 온실가스인 메탄 가스가 생성되는 점, 일부는 자외선과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에 노출되어야 분해되며, 여전히 수년이 걸릴 수 있고, 미세 조각이나 독성 잔류물이 남을 수 있어 퇴비화에 적합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의 대체재가 아니다.

자연에서 분해된다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이유로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희석시켜 또 다른 쓰레기의 축적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생분해 플라스틱 사용이 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정된 천연자원을 적게 사용해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는 순환경제 사회로의 전환과 기업이 표면적으로만 친환경 경영을 표방해 경제적 이익을 보는 행위인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의 지양, 필환경의 시대에 생산-소비-처리단계까지 모든 과정에서의 친환경성을 고려한 정확한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것이 필요하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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