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의 면은 압출과 호화, 노화를 통해 특유의 성질 얻어
무와 메밀의 음식궁합은 냉면에서도 마찬가지
놋그릇은 시각적 효과 못지 않게 기능적으로 도와

계절 색을 띠고 있는 음식이지만 실은 사시사철 사랑받는 음식. 한국 온 외국인이 불만족스러워하는 음식 중에 자주 꼽히기도 하는 음식인 냉면에 관한 몇 가지 사실을 들여다보자.

냉면/사진=픽사베이

냉면은 메밀가루로 만든 면발을 사용한다. 메밀은 기후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생육기간이 2~3개월로 짧다. 그래서 국수, 부침개, 묵 등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는데 쌀이나 밀가루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 B군과 필수아미노산이 쌀의 3배에 달한다.

소위 냉면 맛집이라는 곳들의 메밀의 면 함량 비율은 차이가 있지만 보통 60~80% 선이다. 메밀은 글루텐(곡류에 들어있는 물에 녹지 않는 단백질)이 잘 형성되지 않아 끈기가 없어 반죽 뭉치기와 면으로 뽑아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냉면용 면을 뽑기 위해서는 밀가루나 녹말가루, 전분가루 등을 섞어서 만든다.

냉면의 면은 반죽을 눌러서 제면기로 뽑아내는 '압출 방식'의 압출면(압착면)인데, 극소수의 스파게티와 함께 꽤 드문 제조방식이다. 제면기에서 나온 면발은 바로 뜨거운 물로 들어가는데 이때 호화(糊化, gelatinization)가 진행된다. 호화는 전분이 열과 수분을 만나 팽창되어 점착력과 부피 등이 증가하는 것으로 적절한 시간 동안 면을 삶는 것이 식감을 살리는데 관건이 된다.

 함흥냉면전문점면뽑기 ⓒ청담면옥

뜨거울 물로 익혀져 호화된 면은 바로 찬물로 옮기는데 이때 호화가 멈추고 딱딱해지는 노화가 일어난다. 이때 호화된 전분까지 제거가 되어 맛이 깔끔해진다. 무엇보다 압출 과정과 적절한 호화 및 노화는 냉면 특유의 탄력과 쫄깃함을 부여하는데 절대적이다.

냉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무다. 무는 한자로 내복(萊菔)으로 '밀의 독성을 없애고 이긴다'라는 뜻이다. 메밀이 소화력이 약한 사람에게 배탈과 설사를 일으킬 수 있는데 무가 성질이 따뜻하고 소화를 돕는 기능이 있어 이를 상쇄해 준다. 메밀전병의 속으로 무를 활용한다거나 일본의 메밀소바를 먹을 때 곱게 간 무를 넣은 소스를 곁들이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냉면에 들어가는 식초는 맛으로만 따질 수 없는 효과가 있다. 여름철 더위와 운동 등으로 인해 땀을 흘리게 되면 우리 몸에는 젖산이 쌓이게 된다. 식초의 초산 성분은 젖산을 분해하는데 탁월할 뿐만 아니라 신진대사를 자극하며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여기에 식초를 섞어 주면서 도드라지는 신맛은 입맛을 돋우고 음식의 소화를 돕는 역할도 한다.

냉면을 시각적으로 더욱 맛있게 해주는 것이 놋그릇이다. 구리와 아연의 합금으로 만들어진 놋그릇은 기능적으로 열전도성이 좋아서 육수의 시원함을 들이킬 때 입과 손으로도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더해 고대부터 인도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놋(황동)은 면역력, 기침, 천식 등에도 효과가 있는 금속으로 알려져 있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