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코로나로 인한 전세계 곡물 가격 상승
스페인 남부 첫 번째 해양재배 시범프로젝트, 잠재적 수확량 헥타르 당 3.5톤
항생제, 비료 필요 없는 저비용 친환경 재배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 기후로 인해 전세계 곡물가격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교역 차질로 곡물가격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뭄과 한파, 홍수 등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 브라질 등은 큰 타격을 받았으며, 국제곡물위원회는 프랑스의 밀 생산량이 25%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농업관측본부(KREI)에 따르면 지난 1월 국제곡물가격지수는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2/4분기 국제곡물 가격은 전 분기와 비슷할 전망이다.

2/4분기 국제곡물 가격 전 분기와 비슷한 전망 /이미지=농업관측본부 <국제곡물> 2021년 4월호

바다에서 곡물을 재배하다

지난 9일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한 혁신적인 요리사의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그것은 바다 속 장어풀 밑에 달라붙은 작은 녹색 알갱이들을 이용한 곡물 수확이다.

스페인 남부의 가장 혁신적인 요리사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앙겔 레온은 미슐랭 스타를 세 번째로 획득한 레스토랑 ‘아포니엔테’의 셰프로 “4분의3이 물인 지구에서 근본적으로 우리가 바다를 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며 “바다를 정원이나 텃밭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개념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아포니엔테' 레스토랑의 세프, 앙겔 레온 / 이미지=스페인 남부지역 여행정보 사이트 안달루시아 갈무리

그는 스페인 전역에서 ‘바다의 요리사’로 알려졌으며, 버려진 생선 부위로 초리조(양념을 많이 한소시지)를 만들어내고, 토마토와 배를 바다에서 재배하는 등 오랫동안 해산물의 경계를 넓혀왔다고 한다.

레온과 그의 팀의 가장 야심 찬 프로젝트 중 하나에서 확장된 이 ‘해저 곡식’은 장어풀 안에 있는 작은 알갱이들이다.

로드아일랜드 대학교 환경데이터센터에 따르면 해양 장어풀(Eelgrass, Zostera)은 길고 밝은 녹색의 수중 식물로, 광범위하게 수중 초원을 형성하며, 길이가 최대 1미터 가까이 자란다. 해초나 조류가 아니고 꽃이 피는 개화 식물이다.

해양장어풀 / 사진=Ronald C. Phillips 박사, 로드아일랜드 대학교 환경데이터센터

1973년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한 논문에서 이 장어풀은 멕시코 소노라의 캘리포니아만에 살고 있는 원주민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이며, 바다에서 나는 곡물이 인간의 식량원으로 사용되는 유일한 사례가 존재한다.

카디즈 대학과 지역당국의 연구팀이 함께 약 1000평의 소금 습지에 걸쳐 있는 세 개의 작은 지역을 레온의 ‘해양 정원’으로 개조하는 시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레온은 이 해양곡물을 갈아서 빵과 파스타 용 밀가루를 만들고 풍미를 가미했는데, 현미처럼 껍질과 함께 먹으면 끝에 바다의 느낌이 나지만, 껍질이 없으면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이 곡물은 밥보다 요리하는데 2분이 더 걸리고 너무 익히면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장어풀 안에 있는 작은 알갱이들 /영국 가디언지 갈무리

레온과 그의 팀은 버려진 소급 습지를 해마와 가리비 등 생명이 넘치고 번성하는 서식지로 바꾸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며, 이 놀라운 식물의 영향은 열대 우림 보다 35배 빠른 속도로 탄소를 포집 할 수 있고, 해초는 해저의 0.2%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매년 해양 탄소의 10%를 흡수한다는 것이다.

60년 이상 해초를 연구해 온 버지니아 해양과학연구소의 로버트 오스 교수는 이것이 도전으로 가득 찬 이니셔티브이며, 해초를 성공적으로 이식하고 재배하는 연구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레온의 첫 번째 해양 정원의 잠재적 평균 수확량은 헥타르 당 약 3.5톤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수확량은 쌀처럼 얻을 수 있는 것이 약 3분의 1이지만 이것은 항생제, 비료 등이 없어도 저비용 친환경 재배의 가능성을 말해준다.

시험 프로젝트는 해초 재배와 곡물을 얻는 데 성공했고, 앙겔 레온은 다른 요리법을 시도했다. /영국 가디언지 갈무리

이 시험 프로젝트는 해초 재배와 곡물을 얻는 데 성공했으며, 레온은 다른 요리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이 사업의 확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수온, 염도에 이르기까지 조건들을 신중하게 진행시키고 있다.

레온은 이러한 해양 곡식이 레스토랑에서 주식이 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 같지만 바다를 존중하고 사람들이 그것을 돌볼 수 있도록 보장하고, 수생 생태계를 활성화시켜 기후위기에서 인류를 먹일 수 있는 잠재력 활용의 길을 열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해양 곡식이 인류의 새로운 식량의 공급으로써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과연 그 맛은 어떨지가 꽤 궁금하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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