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암환자 약 4%가 일터에서 발암물질 노출
국내 직업성암 추정치, 약 9800명이어야 하지만 2018년 기준 205건
산재 신청 자체가 적고, 인정이 까다로와 국내 비율 적어
"암 발생자 중에 30%는 퇴직 후에 암을 알게 돼"
"추적관리 사각지대 직업성암 근로자들 찾아나서야"

사진=픽사베이 ⓒ포인트경제CG
사진=픽사베이 ⓒ포인트경제CG

직장에서 오랜 시간 일하다 암에 걸린 근로자들은 스스로 직업성암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지하더라도 문턱 높은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하고있다.

미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소(NIOSH)에 따르면 매년 전세계적으로 1270만여 명의 사람들이 새로 암 진단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직업성 암을 포함해 전체 암의 19%가 환경 노출로 인해 생기며, 전체 암의 3~6%는 일하는 직장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되어 발생하는데 미국은 2012년 직장에서의 발암물질 노출로 인한 암 발생 건수가 4만~9만여 건 사이였다. NIOSH는 이 수치가 과소평가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직장에서 암 유발 요인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지속해서 발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내 연간 암발생률 통계 /e-나라지표, 보건복지부 암등록통계

전세계 평균 추정치를 바탕으로 하면 2018년 기준 국내 직업성 환자의 수는 9800여 명이어야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18년 직업성암으로 인정된 사례는 205건 뿐이다. 

24일 열린 '우리나라 직업성암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윤근 소장은 전체 산재 사망자 중에 직업성암 사망자 비율이 전세계적으로 26%, 유럽국가는 53%인 것과 달리 국내 직업성암 사망자는 6%로 매우 적다고 말했다.

국내외 직업성암 사망자 비교 /'우리나라 직업성암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윤근 소장 발표 자료 발췌

이 소장은 이러한 원인이 예를 들어 광산 주변 주민들이나 석면공장 주민들의 경우 지역적으로 집단을 형성해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가 빨라 직업성암을 추정하는 과정을 진행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흩어져 있어 개인이 알아서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산재 인정이 까다로운 점을 포함해 직업성암으로 산재 신청 자체가 너무 적기 때문에 그 수치가 잡히지 않는 점도 국내 직업성암 비율이 적은 이유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사망에 기여하는 발암물질은 석면 > 간접흡연 > 실리카 > 디젤연소물인 비소, 니켈 > 방향족 화합물 PAHs 순이다.

위험한지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일하다 암에 걸린 근로자는 자신이 어떤 위해화학물질에 노출되었는지도 알지 못한 체 살아가다 사망한다.

24일 오후 2시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열린 '우리나라 직업성암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포인트경제
24일 오후 2시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열린 '우리나라 직업성암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포인트경제

윤진하 교수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연구(2019년)에 따르면 고농도 유해물질 노출자는 암을 진단 받기 전에 사망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또 장시간 근로자는 병원에 갈 시간과 여유가 없어 조기 진단을 받기 어렵고,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은 입원 후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퇴직하는 비율이 1.5배 이상 증가하기 때문에 유해물질 노출이 되었더라도 암 발생까지 추적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또 암 발생자 중에 30%는 퇴직 후에 이를 알게 되기 때문에 놓치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내 직업성암에 관련한 사회적 인식의 부족으로 암의 원인을 개인적인 요인인 흡연 또는 유전적 영향으로 발생한 것으로만 여겨지거나 혹은 인과 관계 등의 입증의 어려움 등 직업성암 인정에는 여러 장벽들이 존재하고 있다.

반올림의 조승규 노무사(활동가)는 직업성암 피해자의 치료 시기에 주치의가 암을 직업병으로 인정해주지 않고 산재 서류 작성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회사와 병원, 정부가 함께 산재 제도를 안내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업성암 발생부위와 관련된 작업목록_노동환경건강연구소(version 1.0) 일부 발췌

윤 교수는 대부분 석면 노출에 의해 발생하는 악성 중피종 환자의 면담 내용에서 평가자가 석면에 노출된 적이 있냐고 물었을 때 재해자는 석면에 대해서 잘 모르며, 직업을 물었을 때 '옷 만드는 것을 했다'라고 하는 경우 업무관련성이 낮아 석면 노출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30년 전에 무슨 일 하셨어요?

이와 같은 상황에서 30년 전에는 무슨일을 했는지 묻고, 재해자의 30년 전 초등학생 시절 1년간 모터 만드는 곳에서 일한 것으로 인해 석면 노출이 있었음을 찾아내고, 업무관련성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보에 취약한 사람이 스스로 연관성을 찾아내고, 인정 받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직업성암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병원 내에서 문진에서부터 직업(업종/직종)에 대해서 정보를 얻어내고 의사들은 진료할 때 직업을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유럽에서는 산재 신청을 병원에서 하고, 미국은 전부는 아니지만 병원에서 직업성암 등록을 하는 방식으로 직업성암 환자들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직업성 암이 노출기간이 10년 이상인 경우 추정의 원칙으로 대부분 인정되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은 이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대부분의 직업성암은 백혈병을 제외하고 10년~40년 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퇴직자, 사망자,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등 추적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들에게 현실적인 정보의 접근성을 높여 실제 직업적·환경적으로 암이 발생한 근로자가 산재를 신청하고 인정받을 수 있게 지원되야 할 것이다. 

이번 직업성암 토론회를 주최한 '일과건강' 관계자는 다음달 직업성 환경성 암환자를 찾아나서기 위한 전국화 운동 선포식을 열고 관련 워크샵과 대규모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업성·환경성암환자찾기119 갈무리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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