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간 근무한 정모씨의 특발성 폐섬유화증(IPF)...업무상 질병으로 승인
집단산재신청 현장, 포항 포스코·서울 3D프린터·광주 전기원·서울 주얼리 등
3월 24일 오후 2시 '국내 직업성암 실태와 개선방안 국회토론회' 예정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직업성암 2차 집단산재신청과 전수조사 촉구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30여년 간 포스코 제철소에서 근무하고 폐섬유증에 걸린 69세의 한 노동자가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가운데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이하 직업성암119)'는 포스코 직업성암 전수조사와 안전보건진단을 즉각 실시하라고 지난 2일 밝혔다.

이번 사례는 지난해 12월14일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포스코 집단산재신청 중 최초의 승인사례로, 지난달 22일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선탄계 수송반에서 29년간 근무한 정모씨의 특발성 폐섬유화증(IPF)에 대해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했다.

원인 불명의 폐섬유증을 특발성 폐섬유증이라고 한다.

미국 폐섬유증 재단(PFF)에 따르면 폐섬유증(Pulmonary fibrosis, PF)은 폐에 흉터가 생기는 것을 의미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흉터 조직은 정상적인 폐를 파괴하고 산소가 혈액에 들어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간질성 폐질환에 폐의 반흔조직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이며, 직업적 원인의 진폐증의 경우는 석면, 실리카, 석탄 먼지, 베릴륨 및 경금속 먼지를 비롯한 다양한 무기 먼지에 상당한 노출 후에 발생할 수 있다. 평균 수명은 일반적으로 5년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 폐포벽(왼쪽)과 폐섬유화가 있는 두꺼운 폐포벽 /폐섬유증 정보가이드 갈무리

직업성암119에 따르면 포스코 노동자 정씨는 코크스 공장 선탄계 수송반에서 29년간 근무하면서 석탄분진과 흄, 석면 등에 장기간 노출됐다고 판단되며, 현재의 작업환경측정결과에서도 석탄분진이 상당정도 측정된다고 한다. 또 과거의 작업환경과 보호구 착용 관행 등으로 유추해볼 때 정씨의 질병에 작업환경이 상당부분 기여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례는 포스코 사업장 직업성암과 관련해 네번째 산재 승인 사례며, 지난해 12월 이후 직업성암119가 진행한 1·2차 집단산재신청 21건 중 첫 번째 승인 사례다.

일과건강의 현재순 국장은 포인트경제와의 유선 인터뷰에서 "이번 사례는 별도의 역학조사없이 이례적으로 두달 만에 이루어진 것"이라며 "일반 업무상 질병도 150여 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인과관계가 명확해 역학조사가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현 국장은 이런 사례들이 더 나타나고 일반 노동자들도 전국적으로 직업성암 인식이 높아지면 혜택을 받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관련 법도 개선될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제 제철소 코크스 공장과 폐질환(폐암) 발생 사건의 경우 역학조사 필요없이 승인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열렸다.

 1·2차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 현황(총 21건) /이미지=직업성암119

포스코는 10년간 업무상질병으로 산재신청한 건수가 43건이며, 이중 직업성암관련 신청은 단 4건에 불과했고 이중 승인이 3건이었다. 현재 직업성암119를 통해 산재신청 또는 준비 중인 폐섬유증 포스코 노동자는 총 3명으로 이번 인정사례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년 간(2010년~2019년) 포스코 직업성암 산재신청 현황(총4건)/ 이미지=직업성암119

포스코는 분진 노출기준(5mg/㎥) 미만인 0.0445~2.662mg/㎥에 불과해 안전하다고 주장했지만, 그 근거로 제시한 1994~2001년도 작업환경측정결과는 일부에 지나지 않았으며 현재에도 석탄분진이 상당정도 측정된다는 사실에서 그 신뢰성을 잃게 되어 포스코 측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직업성암119는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와 직업성암119가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사업장 직업성암 전수조사와 개선대책을 조속히 실시하길 바라며, 정부는 포스코에 대한 전면적 안전보건진단 실시와 직업성암 대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3월 24일 오후 2시 '국내 직업성암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직업성암을 앓고 있으면서 용기내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누구라도, 주변에서라도 이를 인식하고 알리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 가족들을 위해 일하며 얻은 질병을 조금이라도 극복해 갈 수 있도록 그들을 돕고 애쓰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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