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은 뇌에 직접적으로 정보를 전달
기억과 감정에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감각

영화 '미나리'와 '기생충' 포스터 /이미지=CGV

최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정착하려는 이민자의 이야기로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수상과 함께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미나리'. 이에 앞서 주요 영화제를 휩쓸며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던 영화 '기생충'.

이 두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장치된 소재 '냄새'. 작중 기억을 관통하며 이미지와 의미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관객들로부터 결정적 공감까지 이끌어내는 이 '냄새'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후각은 뇌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이 다른 감각과 다르다. 시각, 미각, 촉각, 청각 등의 감각들은 간뇌의 시상을 거쳐서 대뇌로 정보가 전달된다. 반면에 후각은 중간 과정 없이 바로 대뇌의 '안와전두피질'에 전달되는데, 여기는 기억과 감정에 관련 있는 해마·편도체와 연결되어 있다.

뇌 전두엽 /이미지=브레인월드

냄새를 맡는 과정을 살펴보면 냄새 분자가 기체 상태로 콧속 점액층에 녹아드는 것이 시작이다. 이때 점액층에서 냄새 분자는 대기보다 약 1만 배까지 고농도로 농축되어 후각 수용체를 활성화시키고, 후각 수용체는 냄새를 구분해서 전기적 신호를 내보낸다. 이때 발생한 전기적 신호가 신경을 타고 후각을 인지하는 대뇌(후각 중추와 안와전두피질)에 도착하면서 우리가 냄새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순간의 기억과 감정이 해마와 편도체에 함께 저장되는 것이다.

이런 메커니즘에 관해서 1991년 미국의 리처드 액셀(Richard Axel)과 린다 B 벅(Linda B. Buck)은 '냄새 수용체 및 후각 시스템'이라는 공동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인간의 코는 최소 1000개의 서로 다른 유형의 후각 수용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약 1만 가지의 냄새를 구별하고 기억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 같은 연구는 200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며 인정받기도 했다.

재밌는 것은 이 같은 내용이 문학에서 훨씬 이전부터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라는 개념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1919년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la recherche du temps perdu, Swann 's Way)'을 보면 주인공이 홍차를 적신 마들렌 케이크 냄새를 맡는 순간 어릴 적 기억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냄새를 맡고 있는 요리사 /사진=픽사베이

이에 관해 저명한 인지신경과학자 레이첼 사라 헤르츠(Rachel Sarah Herz)는 2001년 실험을 통해 입증 한 바 있다. 사람들에게 사진과 특정 냄새를 함께 제시한 다음 냄새만 맡게 했을 때, 사진을 볼 때의 느낌을 더 잘 기억한다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이 밖에도 후각 신경에 관한 연구는 다양하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록펠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단기적으로 기억하는 감각 비율은 촉각 1%, 청각 2%, 시각 5%, 미각 15%, 후각 35%라고 한다. 학계에서는 '매일 생성되는 모든 감정의 75%가 냄새로 인한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모두 흥미로운 연구들이지만 알면 알수록 문득 마스크가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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