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조류에서 추출한 섬유막으로 만든 '한입 캡슐'
걸어가면서 마시는 수프를 위한 '빵 컵'
가장 마지막에 먹는 디저트 '초콜릿 비스킷 커피잔'

비스킷과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컵에 커피를 따르고 있다. /사진=Kiss my chef 갈무리

환경 보호와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가운데 주요 문제로 자주 지적되는 부분이 포장 문제다. 일회용 플라스틱이나 포장재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가 어마어마한 가운데 여러 대안 중 먹어서 없애버리는 이른바 '식용 포장'이 눈길을 끈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TMR(Transparency Market Research)은 식용 포장 시장이 2024년까지 연평균 6.9%의 성장률로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먹는 것을 먹는 것으로 포장하는 흥미로운 사례 몇 가지를 알아보자.

지역별 글로벌 식용 포장 시장 매출, 2015 /이미지=TMR

먹어도 되고 뱉어도 되는 한입 캡슐 - Notpla

영국 런던의 스타트업 낫플라(Notpla)는 2019년 4월 런던 마라톤에서 독특한 시범을 보인다. 경기 막바지 37km 지점에서 스포츠음료 한 모금을 담은 캡슐을 선수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오호(Ooho)라고 불리는 이 캡슐은 해초로 만든 방수 필름에 음료를 넣은 것으로, 음료를 마시고 삼켜도 되고 만약 뱉더라도 4~6주 이내에 완전히 생분해 된다.

같은 해 10월에는 스카치위스키 업계 공인 1호 증류소 '더 글렌리벳(THE GLENLIVET)'과 협업, 캡슐을 이용한 '잔 없는 칵테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입에 적당한 23ml의 캡슐에 시트러스, 우드, 스파이스 향의 칵테일을 넣은 형태로 관계자들은 입안에서 '폭발하는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묘사한다. 업계에서도 실험적이면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Notpla는 지난 4월 런던 마라톤 선수들에게 스포츠 음료 캡슐을 나눠주었다. 이 음료 캡슐은 내부의 액체와 함께 해초 기반 캡슐을 함께 먹을 수 있다. /c&en 갈무리

이런 시도들이 가능한 것은 캡슐에 형성된 방수막이 알긴산 칼슘(Calcium Alginate) 섬유이기 때문이다. 염화칼슘(Calcium Chloride) 용액과 해초 추출물 알긴산나트륨(Sodium Alginate)을 활용하여 생성하는 알긴산 칼슘은 냄새와 맛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식재료 포장에 유리하다. 현재 회사는 소스와 조미료, 건조식품 등의 포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알긴산나트륨(Sodium Alginate)과 알긴산 칼슘(Calcium Alginate)의 화학구조 /Mewburn Ellis 갈무리

걸어가면서 수프를 먹는다? - Soupculture

간단한 한 끼로 좋은 수프. 하지만 흘리기 쉽고 뜨겁기 때문에 들고 다니며 먹는 걸 떠올릴 수 없었지만 '빵 컵'으로 해결한 업체가 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음식 축제에서 출시된 ' Soupculture'는 현재 우크라이나 외에도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지에 진출한 프랜차이즈 업체다.

빵그릇 수프 /사진=soupculture.ua 페이스북 갈무리

업체는 제철 야채와 지역 특산물, 천연 향신료만을 사용하고 고기, 계란, 인공 향료 강화제는 넣지 않는 것을 내세운다. 그래서 비건식을 하는 사람들도 선택할 수 있으며 20여 종의 수프를 메뉴로 취급한다. 자연 재료의 지역적 특성 때문에 지점마다 수프의 맛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한 식용 빵 컵을 사용하는 것은 동일하다.

설립자 키릴로 푸젠코(Kyrylo Puzenko)는 빵 컵의 디자인은 물론 수프가 스며 들지 않고 빵이 깨지지 않아야 하는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색깔의 차별화에도 신경을 썼다고 말한다. 빵 컵의 채색을 위해 천연 재료인 비트 뿌리(붉은색), 시금치(녹색), 강황(노란색) 등을 사용하지만 수프의 맛을 해치지 않는 정도다. 수프를 마시는 개념으로 접근해서 컵 모양으로 만든 만큼 숟가락은 필요 없지만 요청 시 나무 숟가락을 사용할 수 있다.

나무 숟가락이 꽃혀있는 빵컵의 수프 /OZY 갈무리

커피의 후식으로 초콜릿 비스킷을 - Tassiopée

프랑스 발명가 니콜라스 리차르트(Nicolas Richardot)가 시작한 스타트 업체 따시오페(Tassiopée)에서 발명한 '먹을 수 있는 초콜릿 비스킷 잔'. 일회용 플라스틱 오염을 막고 프랑스산 유기농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1년 반가량의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낸 결과다.

먼저 컵 모양의 비스킷을 만들고 안쪽에 다크(71%) 초콜릿을 코팅했기 때문에 열과 습도에 강하다. 그래서 아이스크림, 과일은 물론 뜨거운 커피를 담아도 내용물의 맛이 변하지 않는 상태로 즐길 수 있다. 당연히 컵은 완전히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맨 마지막 후식이 된다.

비스킷 컵 속의 커피 / 사진=POSITIVR 갈무리

비스킷으로 컵을 만들다 보니 당연히 만드는 과정에서 깨지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발생한 과자 부스러기와 초콜릿을 섞어 간식용 초코 과자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업체는 낭비가 없다는 또 다른 장점도 자랑한다.

비스킷 칩과 다크 초콜릿으로 제조하는 컵 설명 그림/이미지=tassiopee 갈무리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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