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부터 미국 워싱턴주(州)에서 시작
통안에서 30일에 걸쳐 시신을 가속 분해해서 흙으로 전환
기존 장례 방식보다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 낮아 친환경적
종교적·문화적 이해가 관건

 ‘인간 퇴비화’(Human Composting)', 흙으로 돌아가다 /사진=프리픽 ⓒ포인트경제CG

환경보호가 주요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장례 분야에서도 눈여겨 볼 만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인간 퇴비화’(Human Composting)'. 2019년 미국 워싱턴주(州)에서 처음 합법화되어 작년 1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콜로라도주(州)에서도 법안 통과를 앞두고 있다.

그야말로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 퇴비화 장례는 어떤 것인가?

시애틀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기업 리컴포즈(Recompose)에서 고안된 방식으로, 설립자이자 CEO인 카트리나 스페이드(Katrina Spade)가 지구에 대한 환원·도시 환경의 공간 절약·가축 사체의 퇴비화 등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2013년 석사 논문 '흙과 분해 : 죽은 사람들을 위한 장소 제안(Of Dirt and Decomposition: Proposing a Place for the Urban Dead)'을 시작으로, 이후 2018년 워싱턴주립대에서 기증받은 시신 6구를 흙으로 만드는데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과정은 다음과 같다. 소위 '죽은 이들을 위한 호텔'이라고 불리는 강철로 만들어진 2.4m의 육각형 통 안에 시신을 한 구씩 넣는다. 시신과 함께 나뭇조각, 알팔파, 짚 등을 넣고 산소를 주입해서 미생물과 박테리아의 활동을 증가시킨다. 이때 몸의 크기에 따라 수분이나 산소 주입의 조정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가속화된 분해는 한 달 정도면 완료되어 약 764L의 흙이 생성되고, 이후 마무리 용기로 옮겨져 2~4주간의 건조기간을 거치면 모든 과정이 종료가 된다.

식물재료 건물 내부형 재구성 용기(좌측)-용기는 토양으로의 변형이 일어나는 곳이다. (우측상단)식물재료로 덮인 더미가 열린 용기 앞의 요람에 놓여있다. (우측 하단)10개의 용기. 안에서 30일 만에 흙으로 변한다. /사진=Recompose 갈무리

이때 생성된 흙은 다른 사람의 흙과 섞지 않으며, 신탁된 숲에 기부하거나 가족에게 전달되는 것 중 선택할 수 있다. 판매되거나 인간이 먹을 식량을 재배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다.

회사는 이 과정이 전통적인 방식의 매장이나 화장에 비해 1/8 정도의 에너지만 소요되며 인당 1t 내외의 탄소 배출을 막는다고 설명한다. 또한 시신에 대한 방부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토양오염을 막는 것도 장점으로 제시한다. 비용은 5천500달러(한화 약 610만 원)로 화장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전통적인 장례의 평균비용(워싱턴 기준) 9000달러(한화 약 1000만 원)보다는 저렴하다.

이 장례방식에 대한 주요 쟁점 중 하나가 종교와 문화적으로 수용될 수 있느냐이다. 특히 가톨릭 단체에서는 서비스 준비 초기부터 '인체의 신성함과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장례'라는 의견을 제기해 왔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환경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를 통해 기후와 환경에 대한 노력과 관심을 천명한 바 있어 인식의 변화 가능성은 열려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밝힌 2019년 화장률은 88.4%였다. 전체 사망자 29만 5000여 명 중 26만 명이 화장으로 장례를 치른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2004년 49.2%에서 해마다 꾸준히 상승해서 지금은 10명 중 9명이 화장을 치른다는 것이다. 오래됐다고 하기 어려운 시절까지 화장이 불교의 관습으로 여겨졌던 것을 떠올려보면 빠른 변화라 할 수 있다.

연도별 화장률 추이 /이미지=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

우리에게 퇴비화 장례를 적용해 본다면 매장에서 화장으로의 변화보다 더 높은 인식의 벽이 있을 수 있다. 워싱턴 법안에서 퇴비화 대신 '재구성(Recomposition)’이라는 표현을 쓴 것처럼 우리 언어로 표현할 때도 거부감을 낮출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향적인 고민은 필요하다. 비단 환경에 대한 관점뿐만이 아니더라도 죽음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고 떠나는 방식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충분히 고려할 만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간다는 사실을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포인트경제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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