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실에서 보던 스포이트
위스키 즐기는 방식, 한두 방울 물 넣어 마시는 니트...피펫 사용

어린 시절 과학실에서 쉽게 접한 스포이트(spuit)는 네덜란드식 표기로 정식 명칭은 피펫(pipette)이다. 19세기 후반에 발명된 파스퇴르 피펫(pasteur’s pipette, 일명 스포이트)을 시작으로 눈금피펫(graduated pipette), 홀 피펫(hole pipette), 플라스틱 피펫 등을 거쳐 마이크로 피펫으로까지 발전해 왔다.

1960년대 후반 과학자들은 입으로 피펫을 사용했다. /사진=Sarah Harrop, 의료 연구위원회 (록펠러대학 더 인큐베이터 갈무리

초창기 피펫은 과학자들이 입을 사용해서 용액을 빨아올려 옮기는 형태로 매우 위험했다. 미국 육군 생물학 연구소의 자료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런 행위로 1915년에만 54개 연구소에서 20명 이상의 연구원들이 세균에 감염됐다. 더욱이 정확한 부피와 용량을 맞추는데 어렵다는 것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개량은 당연한 과정이었다.

연구실에서만 볼 수 있었던 피펫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곳 중에 위스키를 판매하는 바(Bar)가 있다. 위스키를 마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위스키 자체를 즐기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니트(neat)가 있다. 흔히 스트레이트라고도 표현되는 이 방식은 위스키에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는 상태로 마신다는 의미지만 한두 방울 혹은 극소량의 물을 넣어 마시는 것도 포함한다. 이때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이 피펫이다.

2-메톡시페놀, 구아야콜(Guaiacol)의 화학구조 /사이언티픽리포트 '위스키 희석-분자적 관점' 갈무리

이와 관련해 스웨덴 린네 대학교(Linnaeus University) 연구팀은 '위스키를 물로 희석하면 맛이 더 좋은 이유'라는 연구에서 스카치위스키 특유의 향을 형성하는 구아야콜(Guaiacol)을 통해 증명하기도 했다. 단 몇 방울의 물이라도 위스키에 형성되어 있는 화합물의 소수성(疏水性, 물을 튕겨내는)을 자극해서 구아야콜을 끌어올려 향을 더 쉽고 다양하게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위스키 피펫 제품 /아마존닷컴 갈무리

실제 애호가들 사이에서 위스키 피펫(whiskey pipette) 혹은 위스키 드로퍼(whiskey dropper)는 꽤 있어 보이는 선물로 오가기도 한다. 눈금 없이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피펫, 연구실의 과학자들은 상상해본 적 있을까?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저작권자 © 포인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