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사후피임약은 처방전 없이 구매 불가능, 매일 먹는 경구피임약은 약국서 구매
영국·스페인·캐나다·프랑스·미국 등, 사후피임약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
국내 사후피임약 2001년 전문의약품 허가...지속적 일반의약품 전환 이슈 제기

피임약 /사진=픽사베이

최근 영국에서 처음으로 처방전 없이 '매일 먹는' 피임약이 판매될 수 있다고 발표됐다.

'영국에서는 매일 먹는 경구 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살 수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에서는 사후(응급)피임약은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와 반대다. 매일 먹는 경구 피임약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지만, 사후피임약은 그렇지 않다.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아야 살 수 있다. 2012년에 우리나라도 사후피임약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한 적이 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영국에서는 이번에 로비마 75마이크로그램 필름코팅정제와 하나 75마이크로그램 필름 코팅정이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최초의 매일 먹는 경구피임약이 된다.

영국의 하원 의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많은 여성이 자금 부족과 서비스 삭감의 결과로 피임약에 접근하기 어려워졌고, 이것은 코로나19로 인해 더 악화하였다.

영국의 제약회사 맥스웰리아와 프랑스의 제약회사 HRA제약은 의약품·의료제품 규제기관(MHRA)에 의사의 복약 지도를 조건으로 프로게스토겐 전용 알약 제품의 판매를 허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지난 12일 전했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브랜드 의약품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영국 무역협회 PAGB의 최고경영자 미쉘 리달스는 "전문 의료인으로서 약사는 비처방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찾는 모든 사람에게 조언을 제공할 수 있는 충분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이러한 약품 재분류 신청은 기혼 여성만을 위한 국민건강보험(NHS) 처방으로 기존 형태의 피임약을 구할 수 있게 된 지 60년 만에 처음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처음으로 처방전 없이 일일경구 피임약이 판매될 수 있다. /영국 가디언지 갈무리

의약품 업계에 따르면 2010년 미국은 사후 5일까지 효과가 있는 응급 피임약인 프랑스 HRA 제약의 '엘라원'이 승인 권고를 받았는데 엘라원의 피임 효과는 기존 제품인 '플랜B(plan B)'의 3일에 비해서 길다고 한다.

미국은 17세 이상 여성만 처방전 없이 사후피임약을 살 수 있도록 했으나 2013년 4월 30일 미국 식품의약국은 15세 이상 여성에게 테바의 사후피임약 '플랜B'를 처방전 없이 판매 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연령을 15세로 낮춰 규제를 더 완화한 것이다. 

민주당 상원의원 중 한 명은 “이번 결정은 의도치 않은 임신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환영했으며, 영국, 캐나다, 스페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후피임약 구매 시 처방전이 필요치 않으며 프랑스는 학교 양호실에서도 사후피임약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사후피임약은 말 그대로 응급 시에 필요한 것으로 처방전이 없어도 빠르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이면 낙태 문제나 원치 않는 임신 등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사후피임약은 2001년부터 전문의약품(ETC)로 허가됐으나, 지속적으로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이슈가 제기되어 왔다.

노래보원정과 엘라원정 /해피문데이 갈무리

여성용품 전문 업체 해피문데이의 '월경 이야기'에 따르면 국내 판매 중인 응급피임약은 레보노르게스트렐 성분의 '세븐투에이치정', '노레보원정', '포스티노정'과 울리프리르탈 아세테이트 성분의 '엘라원정'으로 두 종류가 있다. 

레보노르게스트렐과 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 성분의 화학구조

레보노르게스트렐은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으로 배란을 억제하거나 지연시키는 작용을 한다. 사전 피임약에도 같은 성분이 들어있지만, 응급 피임약에서는 더 고용량이 사용되며 피임 효과는 관계 후 최대 3일이다. 

울리프리스탈 아세테이트의 경우는 선택적으로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수용체를 조절하는 성분이며 배란을 저해하는 역할을 한다. 황체호르몬이 급증한 이후 복용해도 배란을 막을 수 있는 점에서 레보노르게스트렐과 차이가 있다고 한다. 피임 효과는 최대 5일이다. 

포인트경제 김수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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