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 어깨 통증, 손목 인대 수술, 안구건조증
"먼지 흡입기가 나온지도 몇 년 되지 않아"
"정부와 관련 기관의 건강 관련 지원·안내는 받아본 적 없어"

네일 케어 / 사진=픽사베이

네일샵 종사자들의 건강연구 결과와 관련한 내용을 현장에서 확인하기 위해 서울 K구 한 골목에 위치한 한 네일샵을 찾았다. 손님이 많지 않을 시간대가 2~3시께라고 들어서 그 시간을 이용했다.

네일과 속눈썹샵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A씨(44세)는 이 일을 시작한 지 14년째인 베테랑 경력자였다. 일이 자신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물으니 그녀의 눈빛은 다소 진지해졌다.

천식, 어깨 통증, 손목 인대 수술, 안구건조증

14년간 단골손님도 꽤 많아 하루 10명이 넘게도 작업해왔다는 그녀는 1~2년 전부터 목 디스크로 인해 어깨부터 손목, 손가락까지 통증이 내려와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오랜 시간 작업에 집중하면서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가서 생긴 직업병 같다며, 몇 개월 전에는 천식으로 고생했다고도 했다. 속눈썹 연장 작업을 할 때는 글루(접착제)에서 냄새가 나는데 이것 때문인지 몰라도 기침이 심해졌다고 한다.

그녀는 "병원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기침이 심하게 나와 토할 것 같이 힘들었다. 근데 사람들의 시선이 코로나 환자인가 의심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손목 인대 수술 자국도 보여주었다. 손목의 통증이 너무 심해져서 수술하게 됐는데 지금도 젓가락질을 할 때 음식을 자꾸 흘릴 정도라며 속상해했다. 또한 안구건조증과 눈 따가움 증세는 항상 달고 살며, 위염은 보통 밥 먹는 시간이 일정하지 못하고 불규칙하기 때문에 많이들 생기는데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네일아트와 매니큐어 /사진=픽사베이

스스로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노력

2009년의 네일샵 근로자의 유기용제 노출량과 자각증상에 관한 연구에서 근로자의 자각 증상은 빈번한 피로가 100%, 두통 90.3%, 코 자극 77.4%, 눈 자극 71.0%, 목 쓰라림 64.5%, 기침 51.6%였다.

건강과 안전을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녀는 "환기를 자주 하는 편인데, 공기 청정기는 눈으로 효과가 보이지 않아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서 자주 사용하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유기용제를 좀 더 좋은 것을 써보려고 비싼 제품도 써봤는데 접착력이 약하거나 여러 가지를 사용해보면서 적정한 수준의 제품을 찾아 사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네일 작업 시 손톱을 갈 때 사용하는 먼지 흡입기가 있지만 이런 기계가 나온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와 관련 기관의 건강 관련 지원·안내는 받아본 적 없어"

2015년도 안전보건공단에서 제공하고 있는 네일샵 종사원 직업건강 가이드라인을 받아본 적이 있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한 번도 그런 안내서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녀는 "위생과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점검을 나오지만, 슬쩍 둘러보고 가는 것뿐. 별로 하는 것도 없고 의미 없다는 생각이다."라며 "종사자 건강과 안전에 관련한 안내서나 가이드를 받아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에 가입되어 있다면 가입비를 내고 그런 지원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미용과 달리 네일 쪽은 가입자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신 네이버 밴드 등으로 가입된 그룹에서 최신 트렌드 기술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수강료를 지불해서 수업을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네일 케어 /사진=픽사베이

이어 코로나 이후로 손님이 줄어 매출이 이전보다 반의 반 이상 떨어진 상태고 월세는 감당이 안되서 이사를 가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이 일을 지속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18년 '네일샵 종사자 직업성 건강위해요인평가'에 따르면 국내 네일샵은 대부분 샵인샵 형태로 1층에 위치하며 33.0㎥ 이하의 면적이 전체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 

조사대상의 34.8%가 분진 제거용 간이 흡진기를 환기 시설로 사용했으며, 가스상 유해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국소배기시설이 설치된 곳은 한 곳도 없었으며, 대학기관의 실습실을 포함한 국가자격시험이 실시되는 기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포인트경제에서 방문했던 네일샵도 작은 면적의 사업주가 종사자인 1인 사업장이었다.

14년간 단골들에게 인정받은 베테랑 그녀는 요즘 이일을 지속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특히 네일작업은 시간이 비교적 더 많이 걸려서 속눈썹 연장 작업만 하고 네일쪽은 접을 생각이라고 했다. 

네일샵 종사자 건강위해평가 연구를 지난 2018년에 진행됐음에도 왜 네일샵 종사자들은 관련 가이드나 정보를 받지 못하고 있을까?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관련 내용을 문의해보니 관계자는 "재해자나 사건이 발생해서 그 감시 활동이나 조사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아니면 후속 사업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2018년 연구는 서울시가 한다고 해서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후속 사업이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진행할 단체가 없는 거고, 당시 보도자료도 배포하고 관련 행동은 했지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법 개선을 위해 정부에 요구하고 해야 하는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가 충실하게 평가하고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네일샵 종사자들을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가임기 여성이 많은 직업군이자 유해화학물질에 지속해서 노출되고 있는 네일샵 종사자들에게 취급 물질에 대한 유해성 정보와 건강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가이드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네일샵 종사자 건강' 세 번째 이야기는 '안전과 건강 보호 방법'이 예정되어 있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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