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제조·가공·조리 중 생성되는 벤젠, 미량도 일생 동안 섭취
플라스틱, 수지, 페인트, 합성섬유... 염료, 세제, 의약품, 폭약, 살충제 등에 사용
식품 음료에 보존료 안식향산과 비타민 C가 촉매 반응으로 벤젠 미량 생성
비타민 C와 안식향산나트륨 혼합 사용 금지
벤젠, 빈혈이나 백혈병 등 조혈기계장해 일으켜
벤젠 노출 줄이는 법, 환기·청결·금연·자연정화 등

흡연, 오염된 대기·토양·물, 식품 등으로 노출되는 벤젠은 피부를 통해서, 흡입·섭취 등으로 우리 몸에 들어올 수 있고 여러 나라에서 어린이용품이나 가정용품에 대한 사용 규제로 관리되고 있는 물질이다.

벤젠은 공기 중으로 잘 휘발되는 성질이 있어 물이나 토양으로 배출된 경우에도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어 공기에 섞여 체내로 들어온다. 지금은 드물게 사용되지만 플라스틱, 고무, 합성수지, 염료, 세제, 희석제 제조에 사용될 수 있고, 일반적으로 담배 연기나 휘발유와 자동차 배기가스로부터 벤젠에 노출할 수 있다.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 건강에 더욱 해로운 '벤젠'은 어떤 물질인지 알아본다.


벤젠이란

벤젠(C6H6)의 화학구조

벤젠(C6H6, Benzene)의 구조는 6개의 탄소가 정육각형 평면을 이루며 각 탄소에는 하나의 수소가 결합한 화학물질로 원유의 천연 성분이다. 처음에는 휘발성 용매로 산업에 쓰였고, 다른 화학물질의 합성을 위한 원료로 다양한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다. 

플라스틱, 수지, 페인트, 합성섬유, 합성고무, 인조 가죽, 윤활유, 염료, 세제, 의약품, 폭약, 살충제 등에 사용된다. 1993년, 식품 음료에 보존료로 사용된 안식향산(벤조산, benzoic acid)과 비타민 C가 함께 존재할 때 음료에 녹아있던 철과 구리와 같은 금속화합물의 촉매반응에 의해 벤젠이 미량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 국제적으로 쟁점이 된 이후 벤젠의 자연 생성을 방지하기 위해 비타민 C와 안식향산나트륨 혼합 사용을 금지하였고, 음료 내 존재 여부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벤젠의 노출 경로

노출원별 벤젠의 농도는 흡연이 가장 많고, 대기, 토양, 수계, 식품 순이다.

벤젠은 물이나 토양으로 배출된 경우에도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어 공기에 섞여 체내로 들어오며, 산불이나 물건이 탈 때도 자연적으로 아주 적은 양이 생성되기도 한다.

오염된 공기를 흡입하거나 벤젠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 또 건축자재나 페인트 또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접착제, 세정제, 왁스, 살충제에도 들어 있는 경우가 있어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노출된다.

벤젠의 인체 노출과 혈액 문제 /식품의약품안전처

공기에 있는 벤젠 중 약 반 정도는 호흡기를 통해 몸속으로 흡수되고, 피부를 통해서 아주 적은 양이지만 침투된다. 벤젠을 액체 형태로 마시는 경우 빠른 속도로 위 점막으로 흡수되어 혈액에 문제가 생긴다. 지방에 잘 녹는 성질로 주로 인체의 지방조직에 분포하며 인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담배 1개를 피울 때 폐 속까지 들어갔다가 나오는 연기보다 타고 있는 담배 끝에서 나오는 연기에 약 20배가 많은 벤젠이 있어 간접흡연을 통해 더 많은 유해물질이 흡입될 수 있는 것이다. 

산불이나 원유의 유출, 식물의 휘발성 물질에 의해 자연적으로 대기 중에 발생할 수 있고, 흡연, 자동차 배기가스, 자동차 연료 주입 시, 산업 활동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대기 중에 벤젠이 포함되어 있다. 또 땅에 매립된 석유 저장소에서 석유가 노출되거나 폐유나 벤젠이 함유된 폐기물이 새어 나오는 경우 벤젠에 의해 토양이 오염될 수 있다. 

기름이나 화학제품의 저장과 이동, 폐기물과 오염된 토지로부터의 유출 등을 통해 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도 있고, 벤젠에 오염된 육류나 구근류, 채소 등에도 있어 비타민 C와 안식향산나트륨이 같이 존재할 때 생성될 가능성도 있다.


벤젠의 인체 영향

벤젠은 빈혈이나 백혈병 등 조혈기계 장해를 일으킬 수 있다.

벤젠은 식품을 통해서는 장기간 노출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미량이라도 오랜 시간 노출되면 혈액에 문제가 생겨 재생 불량성 빈혈이나 백혈병, 혈액을 생성하는 기관에 암이 생기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신경학적 손상과 면역기능 이상, 암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염구소(IARC)에서 인체발암물질(그룹1)로 분류하고 있다. 

벤젠에 피부와 섭취, 흡입 등 모든 경로로 인체에 흡수되고, 일부는 지방조직과 신장, 간, 폐 등에 축적될 수 있다. 대사과정은 주로 간에서 일어나며, 대사체 형태로 호흡 및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벤젠이 노출되면 인체는 초기에 피부 자극, 두통, 구토, 현기증, 의식변화, 혼수, 호흡 정지, 시각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짧은 시간에 높은 농도로 노출되는 경우는 마취된 것과 같은 증상이나 과민성 위장, 졸음, 현기증, 경련, 맥박이 빨라지거나 사망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2007년도 미국에서는 15명의 근로자가 조선소 연료 탱크에서 잔여 연료를 제거하는 동안 하루에서 3주간 일일 평균 5시간 정도를 60ppm 이상의 벤젠 증기에 노출되었는데, 해당 근로자들은 점막 자극과 피부 자극을 호소했다는 보고가 있다. 화학물질 운반선에서 불과 몇 분 동안 벤젠 증기에 노출되어 사망한 3명의 희생자를 부검한 결과, 부종성 폐가 관찰되었고 벤젠 중독으로 사망한 18세 남성의 부검 결과 금성 기관지염, 후두염, 기관지염 및 폐에서 다량의 출혈이 관찰되기도 했다.

국내 안전관리

국내에서는 2006년부터 식품의 벤젠 저감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제조공정개선 등의 노력을 기울여 10년 전 대비 검출률이 90% 이상 크게 감소했으며 검출 수준도 매우 낮다고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식품에 대한 벤젠의 오염도를 국내 조사한 결과 수산물에서 주로 검출되었으며, 조리법에 따라 벤젠의 함량이 변화한다고 나타났는데, 수산물> 가공식품> 축산물> 농산물 순이었다. 

수산물 중에는 가다랑서(반건), 다시마(튀긴 것), 김(구운 것), 중멸치, 대멸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2008~2013년 농·축·수산물 및 가공식품 1222건을 대상으로 벤젠의 위해평가 결과, 우리 국민의 식품 섭취를 통한 벤젠의 노출 수준은 0.006935μg/kg 체중/Day다. 이것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제기한 독성참고치 4μg/kg 체중/Day를 적용한 평균 위해도는 0.17%로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식품별 벤젠 노출량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식약처는 비타민 C와 안식향산나트륨 혼합 사용 금지와 천연보존료 대체 사용, 살균공정 강화, 제조공정 개선 등으로 관련 업계가 지속해서 벤젠을 저감화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국내 유통 음료류 300건을 조사한 결과 그중 3건에서만 벤젠이 평균 0.003ppm 검출되고, 먹는 물 벤젠 기준 0.01ppm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인체 위해 우려는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0일 환경부가 국내 다량 배출 물질 중 유해성이 높고 기술적으로 저감 가능한 화학물질 9종을 1단계 저감 대상 물질로 선정하고 2024년까지 단계적 저감을 확대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9종 화학물질 중에 벤젠이 포함되어 있다.


벤젠 노출을 줄이는 방법

산업 사회에서 벤젠의 사용을 완전히 제한하기는 어렵지만, 벤젠 노출을 줄이는 방법은 있다. 

환기·청결·금연·자연정화 등

요즘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수칙 중에 환기가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데, 벤젠과 같은 휘발성 오염물질은 실내에 쌓이지 않게 하려면 오전, 오후, 저녁 등 하루 3번 정도 창문을 열어 실내 공기를 외부 공기로 완전히 환기해 주는 것이 좋다. 

환기가 중요하다. /사진=프리픽

자주 청소하고 세탁해 청결을 유지하고, 에어컨이나 가습기 등은 가동 후 내부를 청소해 정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 실내에서 절대 흡연하지 않고, 요즘처럼 한파가 심한 때라도 화석연료나 기름 등을 사용하는 난방 및 연소 기구는 점화 시 창문을 열어야 한다. 

드라이클리닝한 옷은 널어서 유기용제의 냄새를 없앤 후 보관하고, 살충제나 세정제, 스프레이 등 화학약품은 권고 사용량을 쓰고, 용기를 잘 밀봉해 보관한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해 오염물질을 줄이거나 없앨 수도 있으나 가능한 숯 같은 천연재료나 벤저민, 고무나무 등 유해물질 흡착 효과가 있는 식물인 아레카야자, 팔손이, 베고니아, 인도고무나무 등을 키워 자연정화를 하는 것도 좋다. 요즘은 공기 정화와 더불어 반려 식물(pet plant)에 대한 관심도 증가해 마음의 안정감과 작은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아이들이 평소에 도로 주변이나 담배 연기가 많은 곳에서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페인트나 윤활유 등의 제품을 만지지 않도록 하고 청결을 유지해 벤젠의 노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포인트경제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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