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사회와 달리 동아시아에 많은 '가족동반 극단선택' 현상
중국, 나를 대신해 자녀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
고정적인 성 역할의 문제
책임감과 모성의 왜곡된 발현... 살인 극단선택의 피해자가 되기 쉬운 영유아

사진=픽사베이

생활고와 신변을 비관해 자녀를 살해하고 그 부모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최근까지 뉴스에서 어렵지 않게 들려온다.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언론에 보도된 가족 동반 극단선택 사건은 25건이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 보통 '아니 어떻게 자기 손으로 자식을...' 하면서 비통하거나 화가 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말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날까? 

서울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의 이현정 박사의 '부모-자녀 동반자살’을 통해 살펴본 '동아시아 지역의 가족 관념: 한국, 중국, 일본 사회에 대한 비교문화적 접근'에 따르면 대부분의 서구 사회에서는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월등히 우세하고, 도시 자살률이 농촌보다 높은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기도 해 여성이나 농민의 자살률이 서구에 비해 높다고 한다. 

가장 주목할 만한 동아시아 지역의 특징이 이 '가족동반 자살' 현상인데 이 용어는 '자녀살해 후 부모자살'이 객관적으로 학술적인 명칭이다.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도 한국과 일본에서 '자녀살해 후 부모자살'이 좀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데 반해, 중국은 이런 사건과 보고가 드물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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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보다 개인윤리가 더 우선시

이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중국 문화권에서는 설령 '납득할만한 상황'에서 벌어진 자녀살해라 하더라도 동반자살이나 가족의 결정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엄격히 살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과 한국에서는 가족 윤리가 개인 윤리보다 더 강조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가족보다 개인의 윤리가 더 우선시 된다는 것이다. 

일본, 한국, 대만, 홍콩 지역에서 이와 같은 사건을 모두 가족동반자살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개인을 초월해 사회적 단위로서 가족의 집단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유교주의적 가족 문화로 설명되는데,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개별적인 인간이나 개인 간의 결합이라기보다 부모의 결정에 따라 생사를 함께 하는 운명공동체로서 바라본다고 한다.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가 가족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는 가부장적 가족 관념의 발현이며, 중국의 경우는 194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국가가 유교주의적 전통 사상을 반혁명적인 것으로 엄격히 비판하고, 개인의 생산 활동과 사회 정체성을 가족이나 종족이 아닌 집체를 중심으로 재구성해왔던 역사적 경험에서 연유되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관계 속에서 중국의 개개인들은 집안의 가장 대신에 국가의 정치 지도자를 공동체의 운명을 책임지는 존재로 인식하도록 요구받았고 한국이나 일본보다 부모와 자녀가 운명공동체라는 시각이 매우 약화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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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가족 구성, 나를 대신해 자녀를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

핵가족화된 일본과 한국과 달리 그 비율이 비교적 적은 중국의 경우 확대가족의 성격을 띠고 있고, 인맥 형성 또한 한국인보다 사회적 계층, 지위, 나이를 불문하고 더 자유롭게 이루어져 확대된 유사 가족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도움을 받기 힘든 핵가족 체계의 소규모 적 가족 관념과 달리 문제 해결에 있어서 핵가족을 넘어선 사회적 관계를 잘 활용해 왔다는 것이다. 

2009년의 마거리 울프의 '중국의 여성과 자살'이라는 연구에서는 중국도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높게 나타나지만, 흥미로운 점은 연구자가 만나본 서른 명이 넘는 여성 자살자 내지 자살 시도자 중에서 자녀와 함께 자살을 시도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극단의 선택 원인은 경제적 문제, 부부싸움, 정신질환 등 일본이나 한국이나 중국이 별 차이가 없고, 생물학적 엄마가 없으면 자녀의 삶이 고통스럽고 애처롭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또한 사회적인 차별 또한 명백하게 존재하지만, 그런데도 어머니의 자살이 자녀살해를 동반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죽더라도 자녀를 다른 가까운 누군가가 돌봐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점은 한국이나 일본의 부모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염려하며 자녀를 혼자 놔두기보다는 차라리 세상을 함께 떠나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것과는 매우 대비된다. 

중국 사회에서 핵가족 단위를 넘어서는 가족 성원들의 긴밀한 사회적 관계망은 비록 일상적으로 개인의 부담을 더 증폭시키는 기능을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가족 위기의 상황에서 자녀의 생명을 보존하게끔 하는 자원으로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육아 휴직이나 임금지원, 보육 서비스 이용률, 정부제공 영아 교육 등은 한국과 일본이 중국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젠더레짐별 분석대상 국가 구분 /출처=성 역할 고정관념과 일 가정 양립 갈등 한·중·일 국제비교

일본은 대부분의 자녀살해 후 부모자살이 젊은 어머니의 영아 살해의 형태라는 점이 특징인데, Ohara와 Reynold의 연구 결과는 전체 자녀살해 후 부모자살 중에서 73%에 이르는 비율이 어머니와 자식의 ‘동반 자살’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한국인의 경우 자녀의 의견은 거의 고려되지 않고 일방적인 부모의 결정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과 달리, 일본인은 자녀를 살해하기 전에 본인의 의견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고정적인 성 역할의 수행, 어머니와 아버지

결혼한 남녀에 대해 사회가 강제하고 있는 고정된 성 역할과 수행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한국과 일본의 여성은 자녀 출산과 함께 어떤 것보다 자녀를 위한 헌신과 희생을 감내하는 어머니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아내이자 딸이고 누군가의 친구이지만 그 어떤 것도 어머니라는 정체성보다 우선되지 않고, 다른 직장 생활 없이 자녀 양육에만 전념하는 여성들의 경우는 특히 시간과 모든 에너지를 자녀의 성장과 행복을 위해서 쓰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왜곡된 자아 정체성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린 자녀의 생존과 행복은 어머니와 분리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는 가족 관념 속에서 자녀살해 후 자살을 시도하는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혼자 자녀가 남아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을 때 자녀를 함께 데려가는 것이 자녀를 위해서도 낫다는 심리 과정을 겪게 된다.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가족을 먹여 살리고, 생계를 부양하는 핵가족의 가장이자 책임자인 한국과 일본 사회의 아버지들에게 요구되는 남성적 역할이자 정체성은 '아버지에 의한 자녀살해 후 자살'의 가장 많은 원인인 '아내의 가출'로 인해 남성에게 익숙하지 않은 자녀 양육의 부담이 주어지고, 아내의 가출 자체가 가족의 파괴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며 아버지의 권위와 남성성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가족 유지를 실패했다는 충격과 자책, 절망에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 위기 등으로 인해 이로 인한 고통을 가족들에게 주지 말고 차라리 함께 죽음을 통해 가장으로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는 왜곡된 책임 의식을 낳게 된다. 

이 두 가지 남녀의 역할은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에게 있어서 열심히 노력만 하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핵가족 체제의 붕괴와 가족 구성원들의 정체성 불안, 소외 계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망의 부족함, 한국의 가족주의에 기반을 둔 부모와 자식 간의 자아 혼란 등이 함께 만들어낸 산물이다. 


책임감과 모성의 왜곡된 발현... 살인 자살의 피해자가 되기 쉬운 영유아

이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서구 사회에서 어머니에 의한 어린 자녀의 살해는 모성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로 나타나지만, 한국과 일본 사회에서는 오히려 모성의 왜곡된 발현으로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서구에서도 살해자살 동기의 70%는 이타적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연구도 있다. 부모 중 어머니의 90%, 아버지의 60%는 자녀의 실제적 또는 상상적 고통을 완화하려는 욕구에 의해 동기가 부여되었다.

예를 들어, 정신병적 이타적 동기에는 아이가 더 나쁜 운명의 위험에 처해 있다는 망상적인 믿음 때문에 아이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 포함된다. 또 정신병이 아닌 이타적 사례는 중증 의학상 질병이 있는 아이가 더 나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생명을 빼앗는 것이라고 한다.

가족동반 자살이라는 용어 속에 자녀 살해가 마치 자살의 일부인 것처럼, 가족 문제인 것처럼 이해되어 왔다는 점과 불쌍한 남의 불행 정도로 치부되고, 사회 문제로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박사는 자녀살해 후 부모자살 문제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가 사회경제적 소회 계층의 아이들이 단지 부족한 능력과 자원, 혹은 질환을 가진 부모를 만났다는 이유로 살해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가족관련 살인 자살 아동 및 청소년 피해자, 피해자의 연령 및 성별, 캐나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아동 및 청소년 백만 명당 비율 /캐나다 통계청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족 관련 살인 자살 위험이 가장 높은 나이대는 영유아라고 한다. 아동의 가정폭력과 가족 살인 위험은 아동의 연령과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는데, 살인 자살에서도 이와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살인 자살의 희생자가 될 위험은 나이가 들면서 감소했고, 2세 이하의 영유아는 2001년에서 2011년 사이에 살인 자살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컸고, 청소년인 12~17세는 가장 낮았다.

또한, 나이와 관계없이 여아가 남아보다 가족과 관련된 살인 자살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역사적으로 계속 존재해왔던 자살의 문제보다도 자녀들의 불필요한 죽음만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당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당신의 자녀는 훨씬 더 잘 살아낼 수 있다. 

치명적인 가족적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부모가 없는 자녀는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라나기 힘들다는 의식과 문화가 아니라 사회가 그 역할을 해내는 책임 있는 사회가 되는 것. 그것이 더  아이들이 부모에게 살해당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당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당신의 자녀는 훨씬 더 잘 살아낼 수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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