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추출물 등 아질산염 대체해 무첨가 표시 제품 출시
'자연', '유기농', '미경화' 등 표시 논란
인공 아질산염을 무첨가해도 아질산염은 채소나 소금에 원래 들어있어
식약처, "제조공정 중에 생성되는 성분이 해당 제품에 없거나 사용하지 않았다는 표시광고 안돼"
"무첨가 표시 금지는 육가공업체들의 더 건강한 햄소시지 개발 의지 꺽여"

[햄·소시지의 발암물질 이슈 그후] ②아질산염 무첨가 표시와 규제 ⓒ포인트경제CG

햄과 소시지 등의 육가공품의 발암 논란 당시 식약처는 기준치 이하의 아질산염 첨가제품들을 섭취하는 소비자들의 일일 평균 섭취량은 인체에 위험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으며, 아질산염을 첨가한 햄·소시지 제품들은 계속해서 시중에 판매되고있다.

그러나 모든 걱정과 우려가 사라지진 못했다. 일일 섭취량보다 많은 양을 소비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건강에 민감한 사람들과 특히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은 클린 라벨 등의 햄·소시지 등을 선택하기도한다. 

햄소시지 등의 육가공품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간편식을 섭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 소비량은 더욱 증가 추세이다. 

발암 논란 이후 식품업계에서는 아질산염을 대체할 샐러리분말 등의 식물성 추출물과 같은 천연 공급원을 사용해 아질산염 무첨가 표시를 붙여 제품을 출시해왔다. 

국내외 아질산염 무첨가 표시 논란

샐러리 분말 등 식물성 추출물로 아질산염을 대체하고 아질산염을 첨가하지 않더라도 제품에서 아질산염은 적은 양이라도 검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무첨가 표시에 논란이 일었다.

또 모든 국가가 식물성 추출물을 아질산염 대체공급원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식물성 추출물에 의한 아질산염이 함유된 육가공품에 라벨링 문제가 생겼는데, '자연', '유기농', '미경화' 라는 용어에 대해서 허위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라벨링을 피하기 위해 '샐러리 분말과 같은 아질산염의 천연공급원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제외하고'라는 문구와 함께 '질산염, 아질산염을 첨가하지 않음'으로 표시할 수 있게 됐다. 

질산염과 아질산염 무첨가, 미경화라는 표시사항 변경요청 이미지/미국의 소비자보고서(컨슈머리포트) 과학센터의 청원서

2019년 미국의 소비자보고서(컨슈머리포트) 과학센터는 식품안전검사서비스(FSIS)에 소비자 혼란을 고려해 가공육의 라벨링을 명확히 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비합성 질산염과 아질산염으로 가공된 육류에 정확하고 오해의 소지가 없는 라벨링을 요구했으며, 청원서의 제안에서는 무첨가나 미경화라는 용어는 금지되야 하며 대체공급원 사용성분을 확인하도록 요청했다. 

지난 2015년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햄·소시지 공포의 실체' 프로그램에서 아질산염 무첨가 소시지와 일반 소시지의 아질산염 검출 실험을 했는데, 검출 결과를 비교해보니 무첨가 소시지는 일반 소시지에 비해 절반 가량의 아질산염이 검출됐다. 

허선진 중앙대 동물생명자원학과 교수는 소시지를 만들 때 아질산염을 첨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게 검출된 것이지만, 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출된 이유는 소금이 들어간 모든 식품은 아질산염이 검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질산나트륨 무첨가했다는 수제 소시지 K제품과 일반 소시지 제품과의 아질산염 검출 비교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영상 캡처
아질산나트륨 무첨가했다는 수제 소시지 K제품과 일반 소시지 제품과의 아질산염 검출 비교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영상 캡처

허 교수는 샐러리분말을 아질산염 대체제로 사용한 육가공품도 샐러리분말 안에 질산염이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발효시켜서 합성 아질산나트륨을 대체하는 것이며, 이것은 인위적인 합성 아질산나트륨을 쓰느냐 채소에서 추출한 천연 아질산나트륨을 쓰느냐의 차이라고 말했다. 

아질산염은 채소나 소금에도 원천적으로 들어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아질산염이 아예 없게는 육가공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엘스비어 저널의 '식품의 아질산염 및 질산염 분석'에 따르면 식품에 대한 질산염과 아질산염 우려의 주된 이유는 질소 비료의 대규모 도입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다. 

국내 식품첨가물 표시 광고 규제와 식품업계

국내에서는 지난해 식약처가 '식품등의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의 내용 기준' 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식약처의 해당 기준 제2조에는 '제품에 포함된 성분 또는 제조공정 중에 생성되는 성분이 해당 제품에 없거나 사용하지 않았다는 표시광고를 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되어있다.

이제 샐러리 분말과 발효균을 사용한 제품에 '아질산나트륨 무첨가' 표시 광고를 할 수 없다. 샐러리 분말과 발효균 사용 시 제품에서 NO2 이온이 생성되고 질산염은 체내에서 아질산염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업계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 이 법령이 본격 적용된다고 한다. 

무첨가 표시를 못하게 되면 육가공업체들은 더 건강한 햄소시지 등의 개발 의지가 꺽인다.

포인트경제가 만나본 식품업계 관계자 A씨는 이렇게 말하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에 더 관심이 많아지는 때이고 해외의 경우 아질산염을 대체할 제품들에 대한 개발과 무첨가 제품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우리 국내 식품업계는 개발할 의지가 꺽인다고 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법령에 따라 아질산염 무첨가 표시를 할 수 없게 됨으로 인해 굳이 대체제를 사용해 육가공품을 만들어내도 차별화된 홍보를 할 수 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것은 건강한 햄과 소시지를 만들기 위한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고, 점점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확대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이제 건강한 햄을 먹기 위해서는 수입 완제품을 구해야 하냐고 묻는 소비자들도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프로서(Prosur)가 개발한 아질산염 대체 식품첨가물을 이용해 국내에서도 햄 제품이 제조 판매되고 있는데 이제 무첨가 표시를 못하게 되면 아질산염을 첨가하든 안 하든 표시를 다르게 홍보할 수 없게되기 때문에 신규 개발의 노력없이 아질산염을 계속해서 첨가한 제품들만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사실상 식품업계는 어떤 이슈가 되는 것 자체가 타격이 됨으로 쉬쉬할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햄과 소시지 /사진=픽사베이
햄과 소시지 /사진=픽사베이

그렇다면 미국처럼 우리도 '천연유래 아질산염을 제외하고' 라는 문구를 추가해 인위적으로 넣지않았음을 표시하는것을 허용하는 보완책이 필요한 걸까. 

사실 햄·소시지 구매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분표시 등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 수 있다. 

식약처는 가급적 가공육의 섭취를 줄이고 하루 평균 50g미만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지만 햄과 소시지는 맛있고 소비량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니 식품첨가물로 인한 조리 시 또는 몸속에서 발암물질의 생성이 덜 생성되도록 하는 햄과 소시지의 개발과 노력이 필요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기농이나 무첨가표시 제품 등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전체의 10% 정도고 유럽의 경우는 20% 정도며 우리나라도 계속해서 증가추세라고 한다. 

코로나19 등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시대에 사는 소비자들은 걱정없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원하고, 생산자는 건강한 식품을 만들고 유통할 환경이 필요하다. 

식육가공품 유형별 생산 규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코로나19로 인해 햄 소시지 등 식육가공품 소비 증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식육가공품 생산규모는 2015년 4조3천억 원에서 2018년 5조6천억 원으로 29% 증가했다. 

2017년 햄·소시지류의 국내 생산액은 1조6425억 원으로 2015년 1조2669억 원 대비 29.6% 증가했고, 같은 기간 생산량은 25만1766톤 대비 30만3782톤으로 20.7% 증가했다. 

2020년 식육가공품 소비자동향과 트랜드 분석에 따르면 2020년 3~5월에 햄과 소시지, 베이컨류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는데 이것은 코로나19 확산에 의한 불안 심리로 저장용 식품 구입, 외식을 기피하고 내식이 증가함에 따라 반찬용으로 햄과 소시지, 베이컨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으로 유추된다. 

코로나19 이슈로 인한 소비 행태의 변화를 살피기 위해 전년 대비 구입 증가 제품을 조사한 결과, 기존 구입 행태와 유사하게 전년 대비 소시지류(32.4%), 햄류(30.0%)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코로나 19 이슈로 가정 내 식사가 증가하고 HMR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보다 다양한 메뉴의 제품이 출시되어 햄/소시지를 포함한 반찬 제품의 구입율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대체로 미취학·초등학생의 어린 자녀를 둔 가구에서 햄류, 햄버거 패티, 미트볼, 돈가스 등의 가스류에 대한 구입이 증가하였으며, 이는 코로나로 등교하지 않는 자녀들과 가정 내에서 취식하는 경우가 많아진 데에 영향을 받은 결과로 보인다.

전년 대비 식육가공품 구입 증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해외 시장 규모도 2016년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2019년 약 4237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2016년 대비 11.5% 성장한 수치다. 

건강을 중시하는 식품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식육가공품에서도 자연원료, 식물성 기반, 인공첨가물 미포함 등 다양한 부분에서 첨가물의 수를 줄이고 천연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는 클린 라벨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기존 관습적으로 사용되던 화학 첨가물 등에 대해 우려하면서 제품 정보를 포장 라벨에 단순하고 명확하게 표기하기를 원하고 있다. 또한 유기농, 천연원료 사용, 합성첨가물 미포함 등의 특성은 판매량이나 점유율 이외에도 브랜드 명성과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규제의 보완과 소통의 부재

식육가공품 세부 유형별 성분 규격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약처의 식품공전 해설서에 규정되어 있는 아질산이온 성분의 규격은 최종제품에 남아있는 잔존량 기준 0.07 g/kg 이하이다. 

지난해 식약처는 식품 표시에 관한 기준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제도 운영과정에서 일부 불합리한 점이 발생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보다 합리적으로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추가 보완책 등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점에 대해서 식품업계 관계자 A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여러번 질의를 보냈지만 법령에 대한 설명과 "아질산염이 조금이라도 검출이 되면 무첨가 표시는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해서 받았다고 했다.

한편, 지난 4일에 열렸던 '화학안전 정책토론회'에서는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 학계가 함께 참여하는 첫 행사가 있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은 제품이 품질 좋고, 차별화되고, 안전한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규제가 워낙 많다보니 제품 생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규제와 법규가 나오기 전에 간담회 등을 통해 기업도 함께 소통하면서 합리적으로 검토단계에서의 의견 반영이나 이미 규제가 만들어졌어도 함께 조정할 수 있는 그런 소통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한 교수는 "모르고 불확실한 것이 위험을 느끼게 한다. 소통이 가장 중요하고, 그러면서 서로 신뢰하고 이해할 수 있으면 안전해지지 않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식품업계와 정부, 소비자도 더많은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포인트경제 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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